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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아빠와 할아버지
결혼 전 아빠와 할아버지 ⓒ 김하영

세 번만 만나고 결혼한 엄마, 아빠
세 번만 만나고 결혼한 엄마, 아빠 ⓒ 김하영
그런데 결혼해서 보니 아빠 앞으로 물려준다던 공장 얘기는 별로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였다고 하네요. 형제 열 명 중 다섯째인 아빠한테 준다는 이야기 자체가 사실 불가능한 거였지요. 결국은 이런저런 포장지를 풀고 보니, 아빠의 단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고 엄마의 푸념도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아빠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맞선 날 처음 본 엄마는 단발에 생머리였는데 참하고 귀엽게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혼식 다음날 아침에 보니 엄마가 파마머리를 하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그새 미용실에 갔다 왔냐고 물어보니 아니랍니다. 알고 봤더니 엄마는 그냥 둬도 파마머리로 보일 정도로 심한 곱슬머리인데 그동안은 미용실에 가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쫙쫙 펴서 아빠를 만났던 거라네요. 아빠는 엄마의 화장발에 속은 게 아니라 '드라이발'에 속은 거지요. 그래도 아빠는 평생 파마 값은 안 들겠구나 하면서 위안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알고 보면 장점 많은 고마운 남편

엄마가 워낙 아빠가 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잔소리 하지만 사실 아빠만큼 장점이 많은 사람도 없다는 걸 엄마도 잘 알고 있답니다. 엄마의 입도 막을 겸해서 아빠의 장점을 엄마와 함께 나열해 보았습니다.

일단 아빠는 반찬 투정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얘기 들어 보면, 친구 아빠들은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는 둥 입맛이 까다롭다는 둥 반찬 투정이 심하더군요. 아빠는 형제가 열 명(실제로는 열 두 분이었으나 두 분은 어릴 때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이라서 어릴 적부터 먹을 것 가지고 투정해 볼 기회가 없었거든요. 요리를 싫어하는 엄마에게는 딱 맞는 남편입니다. 그리고 체질적으로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술값으로 돈 나가는 일도 없구요. 담배도 피우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엄마가 가장 고마워하는 것은 매 주말에 엄마와 외가에 가는 거예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홀로 계신 외할아버지의 반찬도 챙겨드리고 집안 청소도 해드려야 하거든요. 한국 남자들은 보통 처가 일에 소홀한 편인데 아빠는 불평도 없이 매주 차를 운전해서 같이 가신답니다. 물론 아빠가 청소나 빨래를 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엄마한테는 제일 고맙다고 합니다.

저희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결혼 전 연애할 때는 상대방의 좋은 점만 보다가도 막상 결혼해서 살다보면 눈에 씌웠던 콩깍지가 벗겨지면서 나쁜 점만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단점만 보면서 짜증내면 결국 스트레스를 받아 괴로운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랍니다. 그것보다는 상대방의 장점을 깨닫고 그 장점 때문에 받게 되는 도움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보세요. 확실히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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