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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회
여름의 영양분을 흠씬 머금은 과일과 열매들이 싱그러움을 뽐내며 실하게 속을 채워가고 있다. 배와 감, 포도와 복숭아, 모과, 살구, 은행 등이 푸르름과 몸집을 더해가며 조금씩 제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뙤약볕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피서객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우리가 피서를 즐기는 동안 이 녀석들은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충실한 열매로 성장하겠지.

ⓒ 김준회
대추는 시기가 좀 이른 탓에 이제 꽃이 만개했지만 혼자만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녀석이 간혹 눈에 띈다. 빨간색이 막 돌았을 때 먹는 대추 맛은 목을 간지럽히긴 하지만 정말 기막히게 맛있다.

살구도 노란빛을 내며 신맛을 더해가고 있고 시내에서는 한창 팔리고 있는 자두는 아직은 파란빛이다. 고교 시절 여름방학 합숙훈련 때의 일이 생각난다. 불침번을 서다 학교 바로 옆에 있는 살구 과수원으로 ‘서리’를 갔었다. 웃옷을 벗어 팔을 묶고 잔뜩 따서 교실로 돌아와 확인해 보니 새파란 것만 따왔던 기억이 우습다.

ⓒ 김준회
복숭아도 아직은 솜털을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 옛 생각이 또 난다. 과수원을 하던 친구가 맘껏 따 먹으라며 나무 밑에 데려간 적이 있다. “한 10개는 먹을 수 있겠지” 하고 따 먹은 복숭아가 고작 3개.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지도 못하고 온 몸이 간지러워 본전도 못 찾았던 지난날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 김준회
모과도 푸른빛 보다는 노란색을 더 머금었다. 보기만 해도 청량한 내음이 코끝에 와 있는 듯하다. 차안을 향기롭게 하는 과일 탓일까. 정겹게 느껴진다.

ⓒ 김준회
과수원의 포도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모두 봉투를 뒤집어 써 볼 수가 없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담 밑에 심어 놓은 포도는 ‘송이송이’ 맺은 자태를 그대로 드러내며 ‘토실토실’ 잘도 여물어 가고 있다.

ⓒ 김준회
감도 푸르다 못해 약간 검은색을 머금었다. 곶감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일이었다. 제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가장 먼저 손이 가던 기억이 새롭다.

ⓒ 김준회
호두를 닮은 가래(다른 이름 추자목(楸子木))도 겉피 속에서 속 살을 찌우고 있다. 집 앞에 있는 가래나무는 어린 시절 몇 개 달리지도 않은 가래가 호두인 줄 만 알고 여물어서 벌어지기만 기다렸었다. 이제는 제법 자라 많은 열매도 달고 있고 우리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효자목’으로 성장했다.

ⓒ 김준회
배는 아직도 ‘아기’입니다. 까끌스러움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배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 입 베어물면 달콤한 물이 솟아나오는 큼지막한 배를 보려면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김준회
나무 밑에만 서 있어도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은 이제 거의 여물어 가고 있다. 지금도 손으로 만지면 냄새를 풍길 것 같이 색깔도 제 모습을 찾았다. 차를 은행나무 밑에 세워놨다가 한참 동안 냄새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일이 생각난다.

ⓒ 김준회
꽃아그배는 어릴적 ‘돌배’라고 해서 까맣게 익으면 따먹던 일이 생각난다. 특히 사격장 부근에 많아 ‘가얌’과 함께 야산에 오르면 손 쉽게 따 먹을 수 있었던 과일이다. 모두 옛 생각을 떠 올리게 하는 것들이다.

날씨가 무덥습니다. 땀도 많이 흘리게 됩니다. 기도 많이 빠져 나가구요. 우리 모두도 더운 날씨에 건강 잃지 않고 건강한 정신으로 지혜로운 여름나기를 위해 과일처럼 싱싱하고 풍성한 여유로움으로 여름을 이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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