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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야생화 동산

방울꽃, 파피루스, 산딸물, 꿀풀류, 잠자리난초, 물매. 이름도 예쁜 들꽃들이 모드락 모드락 모여 있는 꽃동산은 마치 색동옷을 입은 것 같다. 파란 잔디, 흐르는 물소리, 꽃잎 끝에 머무는 벌과 나비. 서로 생태계는 다르지만 한데 어우러진 야생화 동산에서 잠시 꿈을 꾸어 본다.

ⓒ 김강임
생각 같아선 파란 잔디위에 벌렁 누워 흘러가는 구름위에 날개를 달아보고 싶지만, 체면생각을 하니 금방 자신을 가다듬게 된다.

북제주군 한경면 저지리 예술인마을. 이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던 조용한 농촌마을이었다. 그러나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농촌마을에 삶의 터전을 이루면서 저지리 마을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형버스가 넓혀진 길을 쌩쌩 달리기 시작한 것은 세계의 야생화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 날부터다. 그 야생화의 보금자리는 방림원. 20여년을 야생화와 함께 숨쉬고 살아온 한 여인의 의지가 비로소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삶의 주제 이곳에서 느껴봐요!"
3천여 평의 방림동산에는 7월의 녹음이 쏟아졌다. 파란잔디 위에 형형색색 피어나는 꽃망울들이 마치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하다. 그러나 방림원은 마음이 바쁜 사람들에게는 손해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방림원에 숨어있는 주제를 담아가려면 조금은 느긋하고 여유 있는 걸음을 걸어야 하기 때문.

ⓒ 김강임
입구에 들어서자, 장마 속에 움츠려든 들꽃들이 기지개를 편다. 들꽃은 조각난 구름 속에서 비친 햇빛에 얼굴을 내민다. 일본에서 왔다는 꿩이 다리류는 하얀 옷을 입고 손님을 맞이한다. 소곤소곤, 깔깔깔, 두런두런,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에 화답을 하는 것 같다.

ⓒ 김강임

들꽃의 생명력

발걸음을 유리온실 속으로 옮겨봤다. 원형으로 된 유리온실은 수생식물관으로 물에서만 자랄 수 있는 수생식물과 열대지방의 식물들의 작품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제주도의 붉은 송이들 틈새에서 몸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식물들은 다리를 비비꼬고 돌 틈에 얹혀 있다. 있는 힘을 다해 돌 틈에 뿌리를 내린 모습. 들꽃의 생명력은 얼마나 강한가?

ⓒ 김강임
들꽃동산에 난데없는 우리나라지도가 세워져 있다. 바싹 다가가 살펴보니 전국 8도(道)의 모습을 제주의 돌로 본뜬 뒤 각 지방의 특색에 맞게 자생하는 고유식물을 심어 놓은 8도 식물지도다.

흐르는 땀방울을 형제폭포 앞에서 닦아본다. 비록 작지만 흘러내리는 계곡처럼 흐르는 물이 있으니 폭포주변엔 사람들이 모인다. 물을 먹고 살아가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갈개비, 붉은 인동, 해당화, 초롱꽃등 약 300여종의 야생화가 이곳에 살고 있다.

제주의 동산이면 어느 곳에나 피어나는 고사리도 한 종류만 있는 줄 알았더니, 세계 각국의 유명한 고사리는 이곳에 다 모여 있다. 원숭이 고사리, 넙적 고사리, 금고사리, 과음고사리, 상록 고사리, 참나무 고사리 등 400여종의 고사리가 전시되어 있다.

ⓒ 김강임
때 묻지 않은 그리움이 피어나는 곳

형제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은 백화동산을 돌아 연못이 된다. 그 연못위에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징검다리에서는 개구리들의 합창이 시작됐다. 그러나 흐르는 물속에서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들만이 들을 수 있다.

ⓒ 김강임
사진기술이 모자라서 야생화의 멋진 모습을 담아 오지 못함이 못내 아쉽다. 초본식물, 목본식물, 양치식물. 들에 나가면 발길에 닿는 것이 야생화인데, 그동안 우리가 키 작은 들꽃들을 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 김강임
좀더 큰 것, 좀더 아름다운 것, 좀더 값나가는 것, 이것만이 가장 소중한 것처럼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돌부리 하나에 몸을 의지하며 온갖 향기를 내는 야생화, 키 작은 것에 대한 아름다움, 소박한 것에 대한 편안함, 그리고 때 묻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이 이곳에서 피어난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공항-12번 일주도로-수원입구(좌회전)-금악초등학교-저지예술인의 마을 내, 공항-서부관광도로(95번도로)-제2산록도로- 이시돌 목장-1116번 지방도로-금악초등학교-저지예술인의 마을 내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주변관광지: 한림공원, 금릉석굴원, 분재예술원, 오설록박물관, 제주조각공원, 초콜릿박물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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