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처음 당신을 만나고 돌아올 때 가슴에 무엇인가 소중한 것이 영글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열어보았더니 맑고 투명한 물방울 하나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습니다. 그 영롱한 물방울은 며칠이 지나자 사라졌지만 또 다시 당신을 만나고 들어오던 날 기쁘고 행복한 내 가슴의 한편으로 그 느낌이 역력했습니다. 열어보니 다시 그곳에 맑고 투명한 물방울이 영글어 있었습니다. 당신을 만날 때마다 그것은 내 가슴에 영글었고 그렇게 며칠을 가곤 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것은 두개씩 영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는 당신을 만나러 갈 때의 설레임 속에서 영글었고, 하나는 예전처럼 당신을 만나고 들어올 때의 행복함 속에서 영글었습니다.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그 영롱한 물방울이 사라지기 전에 매일매일 당신을 만나 가슴 한가득 그것을 잉태하는 꿈이었습니다. 알고 보면 당신이 내 가슴의 주인이 되는 꿈입니다.
처음엔 작았던 그 물방울이 점점 몸을 불리더니 어느 날 이만큼 커졌습니다. 이제 내 생에 당신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사랑이 커졌다는 뜻일까요. 아마도 그런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당신은 이제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내 가슴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그곳에 깊이 박혀있었습니다. 바람이 흔들어도 가슴을 모아 당신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 그러나 비가 내려 물방울이 그 꽃에 목걸이처럼 드리우면 잠깐 그 꽃은 당신의 꽃입니다. 나라꽃도 잠깐씩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사랑을 위하여 기꺼이 나라를 접고 그들만의 사랑의 꽃이 되어 줍니다.
항상 물방울은 내 가슴의 대지에 보석처럼 영그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무게를 못이겨 떨어질 듯 흔들리고 있는 물방울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물방울이 나뭇잎 끝에서 떨어질 듯 흔들릴 때마다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하나는 아슬아슬한 긴장과 불안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그 불안과 긴장도 아름답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신을 만나 항상 행복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요. 가시에 찔린 듯 아픈 날들도 많이 있었지요. 그러나 경이로운 것은 그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끝에 영롱한 보석을 하나씩 잉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랑 속에선 그렇게 아픔도 투명한 결정으로 영그나 봅니다.
가는 초록의 줄기를 타고 물방울들이 영글어 있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그날 나는 무려 10시간을 내내 떠들었고, 당신은 "네", "그래요" 이 두 가지 말만 하며 내 얘기를 모두 다 들어 주었지요), 당신과 처음 입술을 나누던 날, 당신이 처음 우리의 아이를 낳던 날, 당신이 처음, 물방울을 셀 때마다 추억이 하나하나 끊임없이 고개를 듭니다. 투명한 무지개를 엮고도 남습니다.
항상 제 가슴만 들여다보면 시선을 위로 들었습니다. 나뭇잎의 가는 실핏줄이 보입니다. 그 끝에 물방울이 맺혀 있습니다. 혹 저 물방울은 나뭇잎의 실핏줄이 제 몸에서 만들어 열심히 실어 나르며 키운 것은 아닐까요.
사랑은 어느 날 하늘로부터 내게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기쁘고 행복하고 아픈 나날을 살면서 내 몸의 실핏줄이 그 모든 날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소중하게 실어 날라 내 삶의 나뭇잎 끝에 투명한 결정체로 하나둘 매달아 가는 것은 아닐까요.
사랑은 그렇게 그대에 대한 내 마음을 실어 날라 제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보면 당신은 작아도 내가 빚어낸 소중한 나의 사랑입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114에 동시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