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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초등학교 가는길 옆에 세워져 있는 조형물
대추 초등학교 가는길 옆에 세워져 있는 조형물 ⓒ 강무성
하늘의 도움인지 비는 오지 않았고, 오후 1시 30분이 지나서야 행사장에서 조금 먼 곳에서 버스에서 내려 대추 초등학교를 향해 30분 가량 걸어가야 했습니다. 함께 길을 걸으며 새파랗게 초록빛으로 물든 그림 같은 논밭을 바라보곤 한숨을 쉬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미군기지가 이전 확장이 된다면 모두 덧없이 사라질 팽성읍 주민들의 피와 땀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를 표현한 퍼포먼스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를 표현한 퍼포먼스 ⓒ 강무성
행사장에 도착하니, 1만여 명의 사람들로 운동장과 그 주변이 가득 했습니다. 수많은 지역과 단체의 깃발과 알림천이 나부끼고 있었고, 운동장 안은 ‘미군기지 확장반대’ 내용이 적힌 노란색과 주황색의 깃발로 거대한 바다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행사장안은 노랑색과 주황색 깃발의 물결로 가득찼다.
행사장안은 노랑색과 주황색 깃발의 물결로 가득찼다. ⓒ 강무성
운동장 앞쪽에 설치된 무대에서 도두리 아이들의 노래와 몸짓 공연을 시작으로 여러 공연과 연설 등이 이어졌고, 마지막 무대로 313일간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팽성읍 주민들이 ‘우리 땅은 생명과 평화의 땅 미군에게 줄 수 없다’란 문구가 적힌 대형 걸개 천을 내리고 ‘나의 사랑 나의 고향’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행사는 절정에 다다랐습니다. 대형 성조기를 찢으며 본 행사는 막을 내렸고 평화대행진의 최종순서인 미군 기지를 인간 띠로 감싸는 평화 대행진을 위해 천천히 운동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팽성읍 주민들의 의지가 담은 대형 걸개 천의 문구
팽성읍 주민들의 의지가 담은 대형 걸개 천의 문구 ⓒ 강무성
진주지역에서 함께 온 이들과 함께 내리방향으로 행진을 했지만 좁은 길목을 가득 메운 전경들과 그들의 차량으로 대오는 좀처럼 나아가기 힘들었습니다. 전경차가 길을 가로막은 위치가 끝나가는 지점에서 대오는 웅성이기 시작했습니다. 불가피한 충돌은 벌어졌고 집회대오 앞쪽부터 논밭으로 내몰리면서 물대포와 소화기가 사람들의 머리 위를 덮쳤습니다.

전경들의 소화기와 물대포를 이용한 강경진압으로도 평화대행진 열기를 식힐 수 없었다.
전경들의 소화기와 물대포를 이용한 강경진압으로도 평화대행진 열기를 식힐 수 없었다. ⓒ 강무성
가장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진 곳은 누군가 소중히 가꾸고 있던 참깨밭이었습니다. 내몰린 집회 대오와 작전을 감행하는 전경들의 군화 발에 농산물은 짓뭉개졌으며, 많은 이들이 연행되고 여기저 피가 낭자했습니다. 평화로운 행진을 하게 해달라고 수많은 이들이 외쳤지만, 미군기지 철조망 너머 경찰 방송 차에선 강경진압의 입장과 불법집회를 해산하라는 목소리만 높여갔습니다.

경찰의 작전으로 행진대오는 중간에 끊어지고,  길이 아닌 밭 한가운데까지 밀고 전경들로 가득찼다.
경찰의 작전으로 행진대오는 중간에 끊어지고, 길이 아닌 밭 한가운데까지 밀고 전경들로 가득찼다. ⓒ 강무성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전경들에게 너희들의 무슨 권리로 남의 소중한 논밭은 망치냐고 항의하고, 여성 참가자들이 아이들도 함께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무자비하게 사람을 패냐고 그들에게 절규해도 돌아오는 것은, 흥분한 몇몇 전경들의 욕설 섞인 외침과 상부 작전 지시에 따라 휘두르는 방패질 그리고 시위대를 향한 물대포였습니다.

팽성읍 주민이 논밭을 짓뭉갠 경찰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팽성읍 주민이 논밭을 짓뭉갠 경찰들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 강무성

가장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던 참깨밭은 완전 폐허로 변했다.
가장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던 참깨밭은 완전 폐허로 변했다. ⓒ 강무성
더 이상 행진하는 것이 아니라 대추 초등학교로 돌아가 정리 집회를 한다고 집회 진행자가 외쳐도, 전경들을 지휘하는 방송차에서는 “어차피 돌아가면 집결해 불법집회로 변질되니 막겠다”는 내용만 반복하며 대치했고, 오후 5시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초등학교 방면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정리집회를 하러 가는 길에 아쉬움을 담아 경찰차에 전쟁반대의 내용을 담은 노란색 종이와 천을 꽂았다.
정리집회를 하러 가는 길에 아쉬움을 담아 경찰차에 전쟁반대의 내용을 담은 노란색 종이와 천을 꽂았다. ⓒ 강무성
좁은 길을 거의 막고 있는 전경들로 인해 논밭 사이로 난 좁은 길로 걸어갔고, 어떤 이들은 철조망에 걸지 못한 노란색 천과 미군기지 확장반대 내용을 담은 종이는 경찰차에 꽂아두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7시 30분이 지나서야 진주로 향하는 버스를 탔습니다. 험난한 하루 일정이지만 전국에서 같은 뜻을 가진 많은 이들을 만났고, 팽성읍 주민들만이 아닌 우리의 모두의 문제로 인식했을 것입니다. 그날 전경들에 강경진압으로 인해 짓밟혔던 사람들과 참깨밭의 모습은 미군기지 확장이전 뒤의 평택 주민들과 우리 나라 국민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막고있는 경찰차로 인해, 사람들은 좁은 논밭길로 각자 길을 나섰다.
막고있는 경찰차로 인해, 사람들은 좁은 논밭길로 각자 길을 나섰다. ⓒ 강무성
진주로 돌아오던 차 안에서 팽성읍 주민들이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이라는 노래를 개사해 불렀던 ‘나의 사랑 나의 고향’이라는 노랫말을 읊조리며 팽성읍 주민들의 심정을 떠올렸습니다.

나의 사랑 나의 고향

도두리벌 가로질러 철조망 지나가고
성조기가 펄럭이고 나팔소리 올리면
나의 사랑, 나의 고향 상처 아니 아플꼬
빼앗기고 찢겨지면 상처 어찌 아플꼬

대추리도, 황새울도 한 두 푼에 내주고
무너지고 메워지고, 미군의 땅이 되면
나의 사랑 나의 고향 어디가서 만날꼬
빼앗기고 찢겨지면 상처 어찌 아플꼬

넓고 넓은 대륙 끝에 작은 나라 한반도
조상대대 피땀 뭍은 소박한 사람의 땅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동포여
우리땅을 빼앗는데 너는 어딜 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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