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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돈 만원 짜리 낙지볶음 안주. 맛과 양? 잉걸아빠가 보장함
단 돈 만원 짜리 낙지볶음 안주. 맛과 양? 잉걸아빠가 보장함 ⓒ 이동환
잉걸아빠는 워낙 낙지를 좋아해 이 집에 가면 거의 낙지볶음을 시킨다. 길 가다가도 새로 눈에 띄는 낙지집이 있으면 눈여겨 뒀다가 나중에 반드시 들러볼 정도로 낙지광인 잉걸아빠는 솔직히 맛없는 낙지볶음만큼은 용서하지 못한다. 깐에 광이라고 산낙지볶음이 아니면 잘 먹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집에서만큼은 다르다.

국수사리 말아 소주 한 잔에다가, 박 선생! 나 사진 얼른 찍고 같이 먹자고!
국수사리 말아 소주 한 잔에다가, 박 선생! 나 사진 얼른 찍고 같이 먹자고! ⓒ 이동환

오늘의 후식, 정갈하게 썰어주신 수박 크게 네 쪽
오늘의 후식, 정갈하게 썰어주신 수박 크게 네 쪽 ⓒ 이동환
냉동낙지를 쓰지만 안주인 조리솜씨가 워낙 탁월하다보니 웬만한 산낙지볶음은 한 마디로 '꿇어!' 다. 거기다가 국수사리까지 둘둘 말아 소주 한 잔과 함께 털어 넣으면 목울대가 황홀한 비명을 지른다. 양은 또 어떻고? 이바구에 빠져 취하다 보면 두 사람이 다 못 먹고 남길 때도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10년 세월 변함없는 서민 사랑, 박순례 사장.
10년 세월 변함없는 서민 사랑, 박순례 사장. ⓒ 이동환
단골한테만 그렇게 잘 해 주면 얘깃거리도 아니다. 모든 손님들한테 변함없이, 강산이 바뀔 세월 동안 꾸준하다. 그뿐이랴? 남는 게 대체 뭐가 있다고 늘 후식까지 내놓는다. 잉걸아빠 때문에 이집 발걸음을 하게 된 젊은 강사들도 감탄사를 연발한다.

오늘은 박 선생이 계산하겠다고 난리다. 새벽 네 시가 다 될 때까지 소주 두 병에 이바구는 덤이요, 낙지볶음에 수박후식까지, 늘 그렇지만 역시 대만족인가보다. 그래봤댔자 만 육천 원. 저렴하게, 어쨌든 오늘은 박 선생이 '쏜' 거다. 그렇게 누구나 쏠 수 있는 집. 오시라, 경기도 의왕시 오전동과 고천동 지척 포○트에. 누구든 오시면 잉걸아빠가 쏠 터!


<오마이뉴스>는 잉걸아빠에게 대체 무엇인가

기분 좋게 박 선생과 헤어지고 집에 돌아오니 깊이 잠들었는지 새근새근, 아내 숨소리가 고맙기만 하다. 씻고 들어와 아내 옆에 아주 조심스럽게 눕는다. 나는 허공에 대고 혼잣말처럼 속삭인다.

“<오마이뉴스>가 내게 뭐냐고? 생각해봐. 잉걸이한테 내가 물려줄 게 뭐 있어? 이것저것 해본다고 벌어놓은 거 다 털어먹고 이제 나이까지 먹었잖아. 나중에 잉걸이가 커서 <오마이뉴스>에 남긴 아빠 기사를 재산처럼 갈무리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거야. 블로그도 그래서 꾸미는 거고. 아빠가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어떤 의식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그것만이라도 남겨주고 싶어. 재산 대신…. 당신도 이해할 거야.”

베개를 살짝 두덕이는데 잠든 척 한 건지 깬 건지 아내가 대꾸를 한다.

“거기다가, 당신 덕분으로 고생바가지에 옹글게 빠진 내 이야기도 많이 써줘요. 나중에 잉걸이 보게.”
“안 잤구나. 그래, 알았어. 당신 얘기 빼고 나한테 ‘사는 이야기’가 어디 있겠어?”

돌아누우며 아내 가슴께로 손을 슬며시 집어넣는데 문득 한 마디 더 던진다.

“그런데 그 카메라, 사실대로 말해요. 정말 얼마 줬어요?”

덧붙이는 글 | 사는 게 뭐 있나요? 만나고 헤어지고 마시고, 헤어지고 만나고 마시고…. ‘법구경’ 가운데 ‘호희품’ 한 대목을 의역으로 소개합니다.
♠ 사랑을 하지 마시오. 미움 또한 갖지 마시오. 사랑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해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나니 ♠
초연하게 살고 싶지만 어디 그게 쉽나요? 그래서 범부는 오늘도 한 잔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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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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