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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법 부결 논란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최재천 열린우리당,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재외동포법 부결 논란에 대해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1일 오후 국회 기자실에서 최재천 열린우리당,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재외동포법 찬반 논란이 거센데 토론 한번 하시죠.
"내가 애들하고 무슨 말을 하나. 안해!"

- 법안을 발의한 당사자로서 책임도 있잖아요.
"좋아, 그럼 다 나오라 그래. 임종인, 임종석, 이화영, 김영춘."

- 어떻게 4명씩이나….
"4명이 아니면 안해!"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과 전화 통화로 나눈 대화다. 지난 며칠 기자와 홍준표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동어반복했다.

지난주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반대·기권한 의원들에게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오마이뉴스>는 반대·기권표를 던진 의원들도 타당한 논리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이견을 가지고 있는 의원 모두를 상대하겠다며 1:4 토론 외에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토론회는 무산되었다.

토론을 성사시키기 위해 각 의원들에게 취지를 설명했지만 "1:1로 하면 되지, 무슨 4명씩이나 나가나, 우리가 홍준표 들러리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따라서 홍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TV토론을 제안한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도 토론의 기회를 잃었다.

애들하곤 안논다?

홍준표 의원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안으로는 한나라당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하고, 밖으로는 '홍준표법'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가히 개혁의 화신이 되었다. 특히 '병역3법'이라고도 불리는 국적법, 재외동포법, 고등교육법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를 정가의 스타로 만들었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는 10년 전 국회에 들어와 '나바론(정형근·홍준표·이재오) 특공대' 소속으로 '폭로전문가', '대여저격수'로서 맹위를 떨쳤다. 그 폭로의 끝은 작년 2월. 노 대통령의 1천3백원억 당선 축하금 폭로가 마지막이었다. 결국 하루만에 허위로 드러난 폭로였고, 이후 그는 저격수 노릇을 접었다.

그랬던 그가 다시 화려하게 복귀했다. 1탄은 국적법 개정안. 부모가 해외단기체류를 통해 자식이 이중국적을 취득한 경우 병역의무를 마치기 전에는 국적 포기를 금지한 법안이다. 이 법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해 실행단계에 있다.

하지만 2탄인 재외동포법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모두 알다시피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찬성 104명-반대 60명-기권 68명으로 부결됐다. 재외동포법은 병역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한 경우 재외동포의 지위를 박탈하는 내용.

반대·기권표를 던진 의원들 중에는 한나라당의 고진화·원희룡,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조승수 등 개혁·소신파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재외동포법에 찬성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법안 취지에는 동의하나 내용에는 문제가 있다"며 실효성, 형평성, 위헌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법사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의견도 그랬다. 많은 법률가들도 과잉금지의 원칙을 넘어선 점, 소급입법적 요소 등에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적은 "그러면 병역회피자를 그냥 두자는 건가"라는 한마디에 묵살된다. 그게 '홍준표법'의 효과다. 고위층의 병역 기피에 대한 사회적 정서를 자극해 모든 이성적 논의를 휘발시켜 버린다. 병역 회피 이중국적자 처벌이라는 법안 '취지'만 남고, 그럼 어떻게라는 '방법'의 문제는 사라진다.

3탄이 또 기다리고 있다. 국회 교육위에 계류중인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그것. 병역 면탈을 목적으로 국정을 버린 사람들을 국내대학 특례입학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을 정기국회 처리 과정에서 또 한차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04년 2월 12일 홍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1천300억원 CD은닉설`을 주장하며 CD 사본을 들고 나와 K증권사 관계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2004년 2월 12일 홍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1천300억원 CD은닉설`을 주장하며 CD 사본을 들고 나와 K증권사 관계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탄, 2탄, 3탄에 이어 급기야...

급기야 홍 의원이 부동산 소유를 제한하는 특별조치법 구상을 밝히면서 "너무 나가는데…"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홍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채 이상의 집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1인 1주택 법안을 구상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좌파정부나 할 수 있는 법안"이라며 정부발의를 제안하고는 슬그머니 뒤로 빠졌다.

내 집을 갖지 못한 서민들의 정서를 자극하기에 충분히 그럴싸한 법안이다. 하지만 책임은 '좌파정부'에 떠넘겼다.

그런데 '진짜좌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책임성을 묻고 싶다"며 연이은 홍 의원의 히트법안에 대해 "인권, 형평성, 서민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와 철학의 허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일갈했다.

심 의원은 "현재 재경위에 계류중인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극렬 반대하는 같은 당 의원들이나 먼저 설득하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이 내놓은 '부유세법' 중 하나인 소득세법 개정안은 1가구 1주택 소유자에게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을 없애는 대신 주택양도소득세의 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1인·1주택으로 소유를 제한하면 뭐하나. 13명짜리 한채와 100억짜리 '궁궐' 한채가 같은가. 그래서 민주노동당은 2가구를 갖고 있더라도 3년 동안 양도차익이 3억 이상 되지 않으면 비과세로 하자는 법안을 내놨다. 다수의 중산충들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법안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호화주택'을 가진 사람들의 반발 때문 아니겠나."

현재 한나라당은 이와는 반대로 양도세율을 6∼24%로 대폭 낮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해 놓고 있다. 또 분양원가공개제도는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한나라당 부동산정책은 흐지부지 되고 있다.

폭로전문가의 화려한 변신

2003년 11월 12일 일명 `전투복`으로 불리는 갈색 새무잠바 차림으로 한나라당 기자실을 찾은 홍준표 의원. 당시 전략기획본부장이었던 그는 "노 대통령과 강 장관이 특검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2003년 11월 12일 일명 `전투복`으로 불리는 갈색 새무잠바 차림으로 한나라당 기자실을 찾은 홍준표 의원. 당시 전략기획본부장이었던 그는 "노 대통령과 강 장관이 특검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홍준표 의원에 대한 당내 여론이 어떤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지(웃음). 병역 문제 얼마나 예민한가. 하지만 부동산소유상한제는 너무 나갔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 당직자와 나눈 대화다. 하지만 이 당직자는 "다음 대선도 포퓰리즘이라면…"이라는 전제로 "홍 의원이 당에 큰 기여를 했다"고 평했다. 정책정당을 지향한다면서 많은 법안들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홍준표법' 1개만도 못했다는 것.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홍준표 포퓰리즘'이 한나라당에 가져다준 효과는 크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재고하는 동시에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무너뜨린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홍준표 법안들이 내용적으로는 문제가 있고 '인기몰이성'이라는 비난은 있지만, 정치인으로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보하고 무엇보다도 여당의 정체성을 위협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작전'이라고 볼 수 있다. 여당이 정체성의 혼란을 거듭하는 틈을 깊이 타격했다. 무엇보다도 제도권을 견제해온 인터넷미디어를 통해 여론몰이를 했다는 점은 그만큼 그가 국민정서의 맥을 짚었다는 반증이다."

덧붙이는 글 |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일화나 미담을 후일담 형식으로 쓰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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