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작년 11월에 찾은 안면도 휴양림. 겨울이 다가왔지만 소나무의 푸른 빛은 여전하다.
작년 11월에 찾은 안면도 휴양림. 겨울이 다가왔지만 소나무의 푸른 빛은 여전하다. ⓒ 이호준
안면도 자연휴양림은 매달 1일 오전 9시부터 인터넷을 통해 다음 달 예약을 받습니다. 한 번 방문한 사람들은 그곳이 선사한 추억을 잊지 못해, 매달 1일 치열한 경쟁의 대열에 합류한답니다.

저희 가족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기 때문에 빠듯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스케줄을 짰지요. 토요일 오전에 출발했기 때문에 서해안 고속도로는 비교적 시원하게 뚫렸고 안면도 꽃지 해변까지 2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꽃지 해변에서 할미 할아비 바위를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파도와 술래잡기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2시간쯤 쉬다가 드디어 휴양림으로 향했습니다. 작년의 그 소나무들이 올해에는 어떤 모습으로 반겨줄지 무척이나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꽃지 해변에서 느껴본 파도. 아이는 바다가 신기한지 한동안 수평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꽃지 해변에서 느껴본 파도. 아이는 바다가 신기한지 한동안 수평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이호준
사실 휴양림이나 수목원에서 산림욕을 통해 얻는 건강이나 상쾌함은 자연이 주는 2차적인 선물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그들이 담고 있는 생명의 위력이 먼저 커다란 감동과 아우라를 선사하곤 하지요. 어떻게 보면 우리들은 어느 틈에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데는 인색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휴양림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가족과 함께 소나무를 보러 나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멀리 가지는 못했지만 소나무 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아려왔습니다. 윤기 있는 피부를 간직한 그때 그 친구들이 여전히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자유롭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 뭐든지 자연 그대로가 좋아 보인다.
자유롭게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 뭐든지 자연 그대로가 좋아 보인다. ⓒ 이호준
한 번씩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줄기에 귀를 대어보기도 했습니다. 뭔가 애정표현을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그들이 모여 살아가는 그곳에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공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아내와 아이의 손을 잡고 신나게 걸어가다가 혹시나 하고 소나무 아래쪽을 살펴보았지요. 간혹 씨앗이 떨어져 발아해서는 일년생이나 이삼 년생 아기들이 인사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한참을 찾다가 드디어 몇 그루의 아기 소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엄마의 날개 아래 자라고 있는 아기들. 소나무 씨앗들의 날갯짓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엄마의 날개 아래 자라고 있는 아기들. 소나무 씨앗들의 날갯짓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 이호준

엄마 뿌리 사이로 얼굴을 내민 아기.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보인다.
엄마 뿌리 사이로 얼굴을 내민 아기.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보인다. ⓒ 이호준
어린 생명을 발견하는 일은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예전에 강원도 청태산 휴양림에서 아기 잣나무를 발견했을 때의 감동을 생각하면 몸이 저려올 정도랍니다. 그 작고 가녀린 생명이 발산하는 엄청난 위력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이지요.

저의 체온 때문에 혹시나 영향을 받지나 않을까 해서 아기 소나무들을 만지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전해주는 아우라는 그 어떤 것보다도 크게 다가왔지요. 그들의 바로 위쪽에 자리한 엄마 소나무는 아기들이 잘 자라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제 이 아기들이 튼튼하게 잘 자라게 되면 몇 년 뒤에는 제법 나무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겠지요. 그러다가 언젠가는 엄마처럼 수많은 아기들을 잉태하게 되겠지요.

아기 소나무를 가까이에서 바라본 모습. 생명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다.
아기 소나무를 가까이에서 바라본 모습. 생명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다. ⓒ 이호준
우리 다섯 살짜리 아이는 아기 소나무가 신기한 듯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아이가 아직은 나무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곳을 해마다 찾을 때 우리가 만난 아기 소나무들이 해와 흙의 넉넉한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게 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기 소나무야, 언제까지나 너를 기억할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