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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앞두고 정회된 가운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덕룡 전원내대표가 본회의장밖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를 앞두고 정회된 가운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김덕룡 전원내대표가 본회의장밖 복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위기는 또 있었다. 12월말 4대 법안 처리 과정에서 박근혜 대표와의 불협화음으로 김 의원은 사직서를 준비했다. 하지만 꺼내들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행정도시법 합의 '빅딜설'을 제기하며 지도부를 흔드는 비주류 의원들의 공세에도 버텼지만 전재희 의원의 단식농성은 그를 물러나게 하는 결정타였다. 남은 정치인생에 도덕적 흠집까지 낼 순 없었다.

당시 김 의원은 원내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표 중심으로 단합해서 새롭게 출발해 주실 것을 간곡하게 호소한다"라는 말을 남긴채 동면에 들어갔다. 겉돌던 그를 다시 불러 낸 건 박근혜 대표였다.

지난주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결의안 등의 처리를 앞두고 본회의장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표는 김 의원을 호출했다. 원내전략을 상의하기 위해서다. 김 의원은 국방장관해임건 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방위산업청신설법안에 주목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각각 제출한 법안이었고 김 의원은 두 당의 공조를 심상치 않게 바라 봤다.

김 의원은 이어 강재섭 원내대표도 만났고, 즉석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회의에 참석해 아이디어를 보탰다. 기자들 사이에선 "역시 DR(김덕룡 의원의 이니셜)은 위기 때 등장한다"는 말이 오갔다.

반면 강재섭 원내대표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강 원내대표는 본회의 입장을 종용하며 "여러분이 뽑아준 원내대표에게 맡겨달라"며 의원들에게 '행동지침'을 전달했다. 두 법안을 처리할 경우 단상 앞으로 나가 소리도 치고 거세게 항의하라고 주문했다. 본회의 불참이라는 파행은 막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안상수 의원은 "우리더러 쇼하라는 거냐"고 반발했다.

원내대표의 이 같은 설득해도 의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상당수 의원들은 의원총회장에 남아 불참 의사를 표시했다. 결국 이들을 본회의장으로 끌어들인 건 박 대표였다. 박 대표는 파행은 막아야 한다며 본회의장에서 반대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국민에게 알리는 쪽이 낫다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원내대표실의 한 관계자는 "원내·원외 구분이 없다, 혼자 다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신(新)여대야소'와 'DR 역할론'

지난 30일 오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인사말하는 강재섭 원내대표.
지난 30일 오후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인사말하는 강재섭 원내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강재섭 원내대표와 김덕룡 전 원내대표의 엇갈린 행보는 이날 회의에서 드러났다. 회의 시작 전 의원들은 서로 환담을 나눴고 박 대표는 "모처럼 다들 모이셨다"고 웃는 표정을 지었다.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이강두 최고위원을 향해 이규택 최고위원이 "나라가 이 모양인데 외국에 나가면 되겠냐"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김덕룡 의원은 "한국에서는 배울 게 없다는 말들이 많다"고 말을 이었다. 이에 맹형규 정책위의장이 "경제도 무너지고… 한국에선 배울 게 없다는 것을 배운다고 하더다"고 거들었다.

우스개 소리를 잘하는 강 원내대표는 끼어 들지 않았다. 또한 이례적으로 1시간 가량 길게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 강 원내대표는 말이 없었다. 전여옥 대변인이 전한 원내대표의 발언은 "지금도 사실상 여대야소 아닌가"라는 한 문장. 김덕룡 의원이 "노 대통령의 연정 운운에 대해 절대 한나라당은 협력하지 않겠다"며 "여소야대는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하자 이같이 운을 뗐던 것이다.

김덕룡 의원의 뜻밖의 출연에 그가 어디에 앉을까도 관심사였다. 그는 박 대표 우측을 늘 차지하는 강 원내대표 다음 자리에 앉았다.

한편 김덕룡 원내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공조로 통과된 정부조직법과 방위산업청신설에 대해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국회의 2가지 큰 기둥이 무너졌다. 상임위원회 중심의 심의 의결이라는 원칙과 교섭단체 합의에 따른 운영이라는 점이다. 나쁜 전례를 낳았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하루빨리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김 의원은 두 당의 공조로 부각된 '신(新)여대야소' 국면을 심상치 않게 바라봤다. 여기에 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도 맥을 같이 하는 게 아니냐는 것. 그와 맞물려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도 불이 붙는 모양새다.

김 의원은 작년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정치권에선 처음으로 개헌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원내대표 사퇴 후 김원기 국회의장과 만나며 개헌에 관한 의견 교환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이 한판 요동칠 이슈들을 앞두고 5선의 김덕룡 의원이 하게 될 '역할'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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