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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으로 넘어간 감나무
이웃집으로 넘어간 감나무 ⓒ 정수권
담장을 정비하니 마을도 깨끗하고 생활하기 편해졌지만 집은 그대로 두고 담장만 고치니 갓 쓰고 양복을 입은 것 같아 어색했습니다. 고쳐진 마을을 둘러보러 나가다가 이웃집 마당에 서있는 감나무를 보고, 마침 들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형님을 보자마자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물었습니다.

감나무가 나를 보자 집으로 가고 싶다는 애절한 푸른빛으로 감잎을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마치 키우던 강아지를 이웃집으로 보내니 담 너머 옛집을 바라보며 보내달라고 짖어대며 꼬리를 치는듯해 마음이 짠했습니다.

"담장을 새로 쌓지요?" 담장을 헐고 새로 쌓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지나가는 말로 물으니 "그게 어디 있으면 어떻노. 잘 있으면 그만이지" 형님 역시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하기사, 그게 어디 있은들 어떻습니까. 어차피 우리 감나무인걸요. 이웃집과는 담장이 없어도 될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입니다.

새로 단장된 담장
새로 단장된 담장 ⓒ 정수권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은 이웃집을 지키는 흰둥이의 더위를 가려주는 푸른 잎이 무성한 한낱 나무에 불과하지만 당장 올 가을은 그게 아닙니다. 노란 감이 주렁주렁 달릴 감나무인걸요.

"할배요~ 감 따러 왔니더" 했을 때 "오냐"하면 그만이지만 혹시라도 "안된다"하면 어쩌죠? 설령 따오더라도 몽땅 가져오기도 그렇고 반, 혹은 삼분의 일을 드리고 와야 하나? 마음씨 좋은 할배야 틀림없이 OK하시겠지만, (그럴 리는 없지만) 객지에 나가있는 그분 아들들이 추석에 다니러 와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닐런지.

한해 두해도 아니고 세월이 흐를수록 명확히 해두어야겠기에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아, 그렇지. 이럴 때 바로 <오마이뉴스> 독자여러분이 있었지요. 설화 같은 오성과 한음의 감나무 얘기가 오늘날에도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담장을 넘어간 감나무 가지 때문에 이웃집 대감의 창호지를 팔뚝으로 뚫은 오성보다, 할배네 창호지를 뚫지 않고도 명쾌하게 해결할 현명한 지혜를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신입 기자의 첫 글입니다. 많은 지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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