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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농협노조는 지역농협에 대한 통폐합 작업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1일 농협노조는 지역농협에 대한 통폐합 작업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신축청사 앞에서는 최근 보기 드물었던 경찰과 노조 간의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지역농협 소속 노동조합인 전국농협노동조합(농협노조, 위원장 선재식)은 이날 농협중앙회의 구조조정 방침에 반발하며 진흙과 묘목, 물병 등을 던지면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농협중앙회 신축청사로 진입하려는 이들을 막기 위해 경찰도 무차별적으로 방패를 휘둘렀다.

1일 벌어진 시위로 경찰과 노조원 모두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창립 44주년 기념일이자 새농협법 발효 첫날인 이날, 농협중앙회는 자축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농협중앙회로서는 '생일날 잔치상'이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셈이다.

농협중앙회 400개 지역조합 '퇴출' 계획

이날 농협노조가 보여준 '거센 저항'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농협노조는 올초부터 농협중앙회가 추진하고 있는 '새농촌 새농협' 운동의 중단을 요구해 왔다. 특히 새농촌 새농협 운동 속에 포함된 지역농협의 구조조정 방안은 노조의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 농협중앙회는 지난 9월부터 조합경영진단 전담기구인 '조합경영진단국'을 설치해 2005년 6월말 현재 모두 123개 지역조합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경영진단결과 자립기반이 약한 지역조합을 통·폐합으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는 전 조합의 완전 자립화를 위한 계획"이라며 "모든 조합이 적정 수준의 배당(수입차감 후 출자 및 이용고 기준 5%)을 실시하고 순자본 비율 4%이상을 유지하는 등 2007년까지 100% 완전자립경영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농협중앙회는 올해만 104개에 이르는 지역농협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약 1300개에 이르는 지역조합을 900개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역조합을 퇴출시킬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비정규직과 일부 정규직이 잘려 나갈 수밖에 없다는게 농협노조의 주장이다. 아울러 농협노조는 농협중앙회가 증권사 인수 등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로 가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선재식 농협노조 위원장은 "농협이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말고 상생을 모색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농협은 현재와 같은 금융지주회사화 추진 일정을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월 1일 농협 신청사 앞에서 노조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7월 1일 농협 신청사 앞에서 노조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영균
급기야 노조에서는 농협중앙회와 시·군지부가 모두 없어져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농협중앙회와 산하 조직인 시·군지부가 막강한 자금력으로 지역농협의 영역까지 침범해 들어와 자립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농협중앙회 해체'는 상징적인 구호지만, 시·군지부 폐지는 농협노조가 강력히 요구하는 내용이다.

1일 시위에서 농협노조는 가로 세로 11m에 이르는 대형 농협중앙회 깃발을 찢어버렸다. 이는 지역농협만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농협중앙회를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농협중앙회 "지역농협 통합 불가피"

농협중앙회는 경영진단 외에도 농업자금 대출금리 인하를 추진중이다. 이는 현재 8.5%이상 되는 지역조합의 금리를 8.5%이하로 낮춰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농협노조는 이 역시 지역농협을 없애기 위한 농협중앙회의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농협노조는 "또 다시 금리를 낮추는 것은 지역농협 구조조정을 위한 방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농협노조가 지역농협 통·폐합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농협중앙회의 '새농촌 새농협' 운동은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조는 농협중앙회가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하반기에도 집중적인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황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에 대한 구조조정이 여전히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어 한동안 격렬한 내부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역농협을 통합한다고 해서 농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조가 주장하는 대로 농협이 금융지주회사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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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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