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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집으로 올 때만 해도 이렇게 첫째가 동생을 잘 보살펴 주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내자마자 엉뚱하게도 동생을 해코지 하고 또 시샘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래서 둘을 붙여 놓을 수 없어서 따로 떼어 놓고 지냅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올 때만 해도 이렇게 첫째가 동생을 잘 보살펴 주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지내자마자 엉뚱하게도 동생을 해코지 하고 또 시샘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그래서 둘을 붙여 놓을 수 없어서 따로 떼어 놓고 지냅니다. ⓒ 권성권
그 녀석이 가장 잘 하는 것이 있다면 고래고래 질러대는 울음소리이다. 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응아 응아"하고 질러대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우렁차고 세찬지 온 집안을 가득 메우고도 남는다. 거의 두 시간에 한 번씩은 그렇게 질러댄다. 그 모두가 배고픈 이유 때문이다. 그래도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그토록 질러대는 우렁찬 소리가 싫지만은 않다.

둘째 녀석이 생겨서 그런지 갑자기 집안 분위기가 바뀐 게 많다. 안방도 바뀌고, 거실도 바뀌고, 또 잠자는 것까지도 다 바뀌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세 식구 모두가 안방에서 놀고 잤다. 밥도 거실 식탁에 빙 둘러앉아 함께 먹었다. 잠자는 것도 세 식구가 나란히 잤는데, 가끔씩 온 사방으로 굴러다니는 아이 때문에 설치기도 했지만, 그런 대로 재미있고 좋았다. 딸 아이 하나를 키우면서도 무척 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처지가 못 된다. 온통 신경이 둘째 녀석에게 쏠려 있기 때문이다. 안방도 둘째 녀석을 위해 따로 한구석을 마련했고, 잠자는 것도 안방과 거실로 나누게 됐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갓난아이까지 합하여 네 식구 모두가 한방에서 잠을 잤다. 둘째가 깨서 '응아응아' 하고 울면 첫째도 덩달아서 '엉엉'울어대는 바람에, 둘 다 잠을 못 이뤄서 그렇게 잠자리를 나눴던 것이다.

더군다나 낮이나 밤이나 가릴 것 없이, 한밤중에도 둘째를 시샘하고 해코지하는 첫째를 보니 그냥 둘 수만은 없었다. 밤 깊은 때에도 나와 아내가 잠을 자려고 눈을 붙이면 어느새 두 눈을 부릅뜨고서 둘째에게 달려드는 첫째였다. 그런 어느 날인가는 둘째 녀석 얼굴을 아주 크게 긁어 놓았고, 또 팔뚝까지도 쥐어 뜯었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안방에 들어갈 수 없도록 문고리를 달았고, 또 잠자리까지도 그렇게 안방과 거실로 나누었던 것이다. 지금은 아내와 둘째 녀석이 안방에서 자고, 나와 첫째는 거실에서 잔다. 그래서 그런지 문고리를 단 뒤부터는 정말로 많이 조용해졌고, 그만큼 해코지하는 일도 없게 됐다. 더욱이 첫째 딸아이와 단 둘이서 장난도 하고, 간지럼도 치면서 자니까 무척 좋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문고리를 달고 또 잠자는 것도 나눠서 잔다고 해도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었다. 울음소리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말하자면 첫째 아이가 질러대는 그 울음소리만큼은 여전히 잠재울 수 없는 문제 거리로 남아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 울음소리도 둘째 녀석이 "응아 응아"하고 질러대는 것에 맞춰서 자기도 "엉엉" 울어대는 것이다.

왜 그렇게 곧바로 울어대고, 또 흉내내는 것인지 처음에는 잘 몰랐다. 둘째 녀석이 울면 자기도 울고, 둘째 녀석을 안고 있으면 자기도 안아 달라고 칭얼대고, 둘째 녀석이 분유를 먹고 있으면 자기도 먹을 것을 달라고 졸라대고…. 그렇게 하는 까닭을 도무지 몰랐다.

그래서 나로서는 여기저기 경험자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첫째 아이도 둘째 녀석처럼 사랑을 받고 싶어서 시샘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렇게 울어대고 칭얼대고 졸라대는 것이라고, 이야기 해 줬다.

그 때문에, 지금도 큰 아이는 큰 아이대로, 둘째 녀석은 녀석대로 밤낮 없이 울어대고 있다. 둘째 녀석은 깊은 잠에 빠져 들지 않는 이상, 정말로 두 시간에 한 번씩은 울어댄다. 또 큰 아이는 저녁에 잠을 자려고 하면 엉엉 울어대고, 또 아침이면 일어나자마자 울어댄다. 저녁에 울어대는 울음소리는 둘째처럼 자기도 업어서 재워 달라는 소리 같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어대는 울음소리는 자기를 업어서 달래 주라는 소리 같다.

그만큼 나와 아내는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 할 것 없이 온 날을 헤매며 산다. 비몽사몽으로 하루를 보낼 때가 너무 많다. 그래도 요즘처럼 행복한 적은 또 드문 듯하다. 잘 때마다 울어대긴 하지만 첫째 딸아이와 함께 장난도 치고 마주보며 웃을 수 있어서 좋다. 또 둘째 녀석도 먹을 것을 달라면서 "응아 응아" 울어대고 있지만, 그 울음소리와 함께 부쩍부쩍 크는 것 같아서 더 없이 좋다.

이래저래 집안 곳곳에 울음소리가 가득하지만, 그 울음소리가 녀석들을 키우는 것 같아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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