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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장관은 6월30일부터 3일까지 3박4일간의 방미일정을 마치고, 4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정 장관은 이번 방미결과에 대해 "자평하기는 어렵지만, 정확한 시기에 정확히 만나야 할 분들을 만나고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지난 6월 17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인천공항에서 면담내용을 발표하는 장면.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역시, 만나고 접촉하고 대화하는 게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차원에서 만남을 갖길 잘했다. 미국에 가서 만나야할 분들을 제대로 잘 만났다."

정동영-체니 면담, 부정적 내용은 없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달 30일부터 3박4일간 진행된 방미성과를 밝히며, 북핵문제와 6자회담에 대해 이같이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북한연구자들은 이같은 낙관론은 아직 시기상조라면서 신중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에 다녀온 성과를 자평하기는 어려우나, 정확한 시점에 정확히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났다"며 "미국은 우리가 한미동맹, 남북관계, 핵문제를 놓고 투명하게 협의한 것에 대해 평가하는 것 같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유익하고, 유용하며,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다"며, 미국 강경파의 최고책임자인 딕 체니 부통령 면담에 대해서도 "언론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북핵문제·6자회담에 대한 부정적 내용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체니 부통령에게 "이라크파병, 한미관계, 한반도 통일, 한반도의 비전과 나의 비전,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내용에 대해 설명했다"며 "6자회담과 북핵문제의 해결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미일정의 핵심이랄 수 있는 '체니 면담'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 장관은 "참모들이 직접 언론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인상을 받았다"며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못 박았다.

통일부는 이번 체니 부통령과 정동영 장관의 면담을 위해 사전 수석보좌관 회의를 갖고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는 등 각별히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핵심관계자들, 6.17면담내용에 의구심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돌아온 정 장관이 이번 방미과정에서 미국에 전달한 것은 "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주도적 역할론"이다.

정 장관은 북핵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해 미국도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리처드 루가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과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간사도 "6자회담 프로세스를 전폭 지지하고, 외교를 통한 핵문제 해결에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정 장관은 "미국에서 6·17 정동영-김정일 면담내용을 보고 받고, 핵심관계자들 사이에서 의구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방미과정이 그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의 이 같은 낙관론에 비해 북한연구자들은 신중론을 폈다. 아직 북핵문제와 6자회담 재개에 대해 낙관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순성 "6자회담 낙관? 북미간 실질적 변화조짐 안보인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는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장관의 면담에서도 분명히 김 위원장의 조건이 있었는데도 조건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7월중 회담복귀에만 방점을 찍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순성 교수는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복귀 조건은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7월에라도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행간에 깔린 의미는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는 등 조건이 되면 나오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미가 남측을 매개로 한 대화에서 뭔가 새롭고 긍정적인 게 있는지 따져봐야겠지만, 현재로는 북측에서 긍정적 제스처를 취한 게 없고, 미국도 북한 기업 3곳에 자산동결조치를 취하는 등 '특별한 변화'의 조짐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낙관론을 펴며 긍정적 신호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미국 강경파 네오콘의 입장은 변한 게 없고, 한국정부가 '핵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벗고 뛰니까 미국은 "그럼 해 보라"고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월 17일 면담 뒤 가진 오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 통일부 제공

이정철 "정부, 북핵해법에 올인..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

이정철 코리아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박사)도 "정부가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올인하고 있지만, 이 노력이 실패할 경우에는 미국의 강경논리를 거부할 수 없는 배수진이 깔려있다"고 상황을 분석했다.

정동영 장관의 낙관론은 김정일 위원장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가 굉장히 신뢰할만하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지만, 만일 이 판단이 또 한번 거짓말로 드러나거나, 실제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결국 미국은 "한국정부도 못 믿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문제와 6자회담에 관한 한미 양측의 입장에는 약간의 불일치가 있다는 것도 이 박사의 지적이다. 한국정부는 회담복귀에 강조를 두고 있지만, 북미 양자는 실질적인 핵문제의 해결에 주안점이 놓여 있다. 7월중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핵문제 해결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백학순 "미국 대북적대정책이 평화공존정책으로 바뀔 수 있나?"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의 경우도 "정부의 노력은 인정할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북한이 미국을 신뢰하고 6자회담에 복귀할 중간고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백학순 실장은 "이번 정 장관의 방미성과의 핵심은 체니 부통령 면담내용일텐데 그게 비공개인 만큼 현재로서는 코멘트하기 어렵다"며 "북한이 늘 강조해온 대로 6자회담에 복귀할 명분과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아직은 예측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백 실장은 또 "핵카드는 북한의 생존전략이기 때문에 '실질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스스로 무력화하는 일을 자초할 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스스로 핵무기보유국가임을 천명한 것은 '레드라인'에 임박했음을 암시한 것인데, 스스로 이를 철회할 리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조건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평화공존정책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미국이 아무리 ▲Mr. 김정일 ▲주권국가로 인정한다 ▲침공하지 않겠다는 말을 해봐야 북한은 이를 테크니컬한 수준으로 이해할 뿐 별도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백 실장은 보고 있다.
따라서 북미 양자가 6자회담에서 만나 핵문제 해결의 실질적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평화공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구체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게 백 실장의 견해다. 한국정부가 이를 잘 추동하는 게 지금 필요한 임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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