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꽁치 한 마리에 얼만 줄 아니? 살점이 아직 많이 남아있잖아. 다 발라먹어."
식사가 끝나가는 모양입니다. 밥그릇 긁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밥그릇에 밥풀이라도 남아 있으면 아내의 눈꼬리가 금세 올라갑니다. 아이들이 빈 그릇을 아내에게 보여줍니다. 밥풀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먹은 그릇이며 숟가락 등을 설거지통에 담습니다.
아내는 분리수거에도 철저합니다.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를 정확히 구분해냅니다. 짐승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음식물, 그렇지 못한 것을 일반 쓰레기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생선뼈 그 자체만으로는 일반 쓰레기지만 살점이 많이 붙어 있으면 음식물로 취급한다는 겁니다. 아내는 재활용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도 곧잘 분리해서 보관합니다.
물론 아내가 항상 이렇게 아끼며 살아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가끔씩은 아내도 아낌없이 돈을 쓸 때가 있답니다. 제가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아내는 서슴없이 돈을 내놓습니다. 그 좋은 예가 디지털카메라와 라이터 크기 만한 소형녹음기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 두 가지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아끼며 살다보니 형편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올해로 결혼 10년 차입니다. 결혼할 때 2천만 원 전세로 살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아십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7500만 원 전세에 살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성공한 거 아닌가요.
오늘도 저는 사무실에 출근합니다. 출근하는 저를 보며 아내가 말합니다. 종이가 모아졌으면 가져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뒤로하고 집을 나섭니다.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습니다. 매일 이런 발걸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