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뼈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꽁치의 살점을 많이 남기자 금세 아내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뼈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꽁치의 살점을 많이 남기자 금세 아내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 박희우
"꽁치 한 마리에 얼만 줄 아니? 살점이 아직 많이 남아있잖아. 다 발라먹어."

식사가 끝나가는 모양입니다. 밥그릇 긁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밥그릇에 밥풀이라도 남아 있으면 아내의 눈꼬리가 금세 올라갑니다. 아이들이 빈 그릇을 아내에게 보여줍니다. 밥풀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먹은 그릇이며 숟가락 등을 설거지통에 담습니다.

아내는 분리수거에도 철저합니다.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를 정확히 구분해냅니다. 짐승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음식물, 그렇지 못한 것을 일반 쓰레기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생선뼈 그 자체만으로는 일반 쓰레기지만 살점이 많이 붙어 있으면 음식물로 취급한다는 겁니다. 아내는 재활용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도 곧잘 분리해서 보관합니다.

물론 아내가 항상 이렇게 아끼며 살아가는 것만은 아닙니다. 가끔씩은 아내도 아낌없이 돈을 쓸 때가 있답니다. 제가 무엇이 필요하다고 하면 아내는 서슴없이 돈을 내놓습니다. 그 좋은 예가 디지털카메라와 라이터 크기 만한 소형녹음기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 두 가지를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아끼며 살다보니 형편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올해로 결혼 10년 차입니다. 결혼할 때 2천만 원 전세로 살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아십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7500만 원 전세에 살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성공한 거 아닌가요.

오늘도 저는 사무실에 출근합니다. 출근하는 저를 보며 아내가 말합니다. 종이가 모아졌으면 가져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알겠습니다"라는 말을 뒤로하고 집을 나섭니다.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습니다. 매일 이런 발걸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