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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사진)의 특징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의원들과 함께 '누더기'가 된 과거사법의 개정안을 마련해 각 의원실에 서명을 받고 있으며, 또 이화영 열린우리당 의원과 함께 한민족평화네트워크 공동대표로서 '한·러 유라시아 대장정' 행사 준비로 바쁘다.

고 의원은 또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도 부지런히 자신의 소신을 밝혀왔다. '왜 한나라당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을 정도로 그는 당론과 다른 정치적 입장을 취해왔다. 국가보안법, 이라크파병동의안, 과거사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그의 소신 행보는 동료의원에게도 낯설지 않을 정도다.

가을 국정감사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는 문제도 그렇다. 여야 간사 합의로 증인을 신청하는 관행에 불만이 많다. 자신이 신청한 증인이 '여야 합의'로 제외되는 바람에 고 의원은 '증인 없는' 국감을 치렀다. 다름 아닌 복권 문제였다.

국회 정무위 소속의 고 의원이 '복권 킬러'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작년 국정감사에서 로또복권의 사업자 특혜 의혹을 제기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정부 각 부처가 추첨식 종이복권을 발행해오던 것을 하나의 온라인복권으로 통합해 탄생한 것이 로또복권. 수조원대에 이르는 로또매출액은 당첨금(50%)+정부 수익금(30%)+유통비용(20%)으로 각각 지출되는데, 고 의원이 폭로한 문제는 로또 시스템사업자인 KLS에게 돌아가는 수수료. 수수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9.523%가 KLS 몫인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수수료 책정과정의 투명성을 문제삼았다.

KLS은 SK, 삼성SDS, 콤텍, 한국통신 등 10개의 회사로 구성된 민간업체. 고 의원은 작년 국감에서 "당초 320억원대로 예상한 KLS의 수수료는 그의 10배가 넘는 3600억원에 이른다"며 "이런 수준으로 계속 갈 경우 42억원을 투자했던 KLS 주주들이 첫 배당을 받는 2009년에는 무려 6834억원이 된다"고 지적했다. 공익기금으로 돌아가야 할 로또 수익금이 사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는 꼴이다.

허공에 대고 지르다

하지만 당시 고 의원은 이 같은 문제를 '허공'에 대고 질렀다. 문제의 당사자인 KLS 남상태 사장 등 KLS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또복권에 대해 국회가 손댈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복권위원회(국무조정실 산하)를 통해 13개 부처에 배분되는 정부 수익금은 그 배분 과정이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도중 하차했다. 또 KLS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를 뒤늦게 인식한 정부는 3.114%로 수수료를 깎았지만 KLS는 계약 위반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정부가 패소하면 매년 3천억원의 수수료가 KLS로 지급되며 그만큼 공익기금이 매년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고 의원은 '위증죄'를 무기로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세우려 했지만 첫 단추부터 맞지 않았다. 로또복권이라는 '뜨거운 감자'는 그렇게 '차가운 감사'로 처리됐다. 고 의원은 "처음으로 치르는 국감이라 이런 사태가 벌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질의 내용을 부랴부랴 수정하고 맨처음 준비했던 질의내용은 모두 서면질의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17대 국회 두번째 국감을 앞두고 다시 칼을 갈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 번에는 자료를 가지고 했다면 이번에는 주요 포스트에 있는 책임자들을 불러 반드시 실체를 파악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어 "증인들이 불출석 핑계로 자주 들이대는 '해외 출장'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실체를 파악하겠다"

고 의원은 "국민들의 호주머니돈을 털어 복권사업이 흥하고 있는데 당첨금 외에 정작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또 제대로 쓰이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며 "혈세의 성격에 해당하는 복권 수익이 과연 누구의 배를 불리고 있는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또 "복권수익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공공사업에 투자할 때 그 정당성이 보장된다"며 "소외된 계층을 위해 사용하는 공익기금으로 환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정치인들도 복권 사업의 수익자라는 일각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여야를 가리지 않는 고 의원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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