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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식품표준청은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농심이 방사선 처리된 원료를 사용하고도 관련 사실을 용기 표지에 표시하지 않았다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사진은 관련 사실을 알리고 있는 영국 식품표준청 홈페이지.
영국 식품표준청은 지난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농심이 방사선 처리된 원료를 사용하고도 관련 사실을 용기 표지에 표시하지 않았다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사진은 관련 사실을 알리고 있는 영국 식품표준청 홈페이지. ⓒ 영 FSA 홈페이지
신라면, 새우깡 등 농심 제품의 '방사선 처리 표시' 논란을 놓고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 관련 기사에는 수백 건의 댓글이 올라오며 누리꾼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과연 방사선 처리 여부에 대한 진실은 무엇인지, 실제 방사선 처리가 됐을 경우 제품 안전성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을 원했다. <오마이뉴스>는 누리꾼들 사이에 궁금증으로 남아 있는 문제들을 쟁점별로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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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과 관련한 쟁점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영국 식품표준청과 농심 중 '누구 말이 맞는가'라는 부분이다. 방사선 처리 여부를 놓고 양측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어 먼저 그 사실 관계에 대한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는 방사선 처리 식품의 안전성 여부다. 정부와 관련 업체에서는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소비자단체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셋째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식품에 대한 방사선 처리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방사선 처리 식품은 그 사실을 포장지에 표기해야 하지만 관련 소비자단체들은 이 같은 규정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 쟁점 1. 방사선 처리 했나 안 했나

농심에 따르면 영국 식품표준청(FSA)이 문제를 제기한 제품은 '오룡면'이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수출용으로만 생산된다. FSA는 "농심 제품 가운데 방사선 처리를 한 원료들이 포함돼 있는데도 이를 포장지에 명기하지 않아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으나 농심에서는 "방사선 처리 사실이 없다"며 맞섰다.

그렇다면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농심 관계자는 30일 "현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방사선 처리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며 "철저한 정밀 검사가 끝난 후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방사선 처리 사실이 없다"에서 "정밀조사 후에 그 사실을 알 수 있다"로 입장을 선회한 것.

또 하나 농심에서 직접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았더라도 야채스프에 사용되는 일부 수입 원료에 방사선 처리가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야채스프에 쓰이는 원료는 국내산과 함께 중국 등에서 수입하는데, 중국산 제품의 경우 방사선 처리 식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방사선 처리가 된 중국 제품이 스프 원료로 쓰였을 경우 국내에서 추가로 방사선 처리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방사선 처리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스프 원료는 대부분 국산 제품을 쓰고 있으며 물량이 부족할 경우 외국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방사선 처리 제품은 수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결국 '방사선 처리'에 대한 사실 여부는 농심측의 자체 정밀검사 이후에나 확인이 가능한 상황이다. 농심은 정밀검사 후에도 방사선 처리 사실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FSA측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등 다각도로 대응할 계획이다.

영국으로부터 수입 금지 조치를 받은 (주)농심의 대표적 상품 새우깡과 신라면.
영국으로부터 수입 금지 조치를 받은 (주)농심의 대표적 상품 새우깡과 신라면. ⓒ (주)농심 홈페이지
# 쟁점 2. 방사선 처리 식품 과연 안전한가?

방사선 처리 제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도 소비자들의 궁금증으로 남아 있다. 식품 방사선 처리는 식중독을 유발하는 박테리아를 살균하는 방법으로 식품의 맛 등 품질에 영향을 주지 않아 여러 식품에 적용되고 있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소시모)'은 "정부와 관련 업체에서 방사선 처리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안전성에 대해 분명한 검증이 안된 상황에서 이들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시모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방사선 처리 식품의 위해성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방사선 처리 식품이 GMO(유전자변형식품)처럼 식품 안전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무조건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어떨까. 식약청 관계자는 "방사선 처리 식품이 인체에 안전하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검증된 사실"이라며 "WHO(세계보건기구), FAO(국제식량기구)에서도 이미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농심에서는 "FSA가 방사선 처리 자체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 그 사실을 포장지에 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방사선 처리 식품의 안전성 여부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밝혔다.

# 쟁점 3. 국내 제품 방사선 처리 여부 확인은 어떻게?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걸까. 한 식품법 전문 변호사는 "방사선 처리 식품의 경우 국제 식품법과 국내 식품위생법에 의한 식품 표시기준에 의할 경우 반드시 포장지에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돼 있다"며 "이번 사건을 단지 영국 식품 표시법만의 문제로 국한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완제품이 아닌 가공식품의 경우 방사선 처리 표시에 관한 의무규정이 없다는 데 있다. 라면에 사용되는 스프에 대해서는 방사선 처리가 실제 이뤄졌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포장지에 반드시 표시할 의무가 없다.

소시모 관계자는 "방사선 처리된 원료로 가공한 식품은 이 사실을 반드시 포장지에 표시할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라면, 스낵류 등 가공식품이 방사선 처리가 됐다 하더라도 이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방사선 처리된 원료로 사용하는 모든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방사선 처리 표시를 의무화 해야하며 식품업체들도 의무 규정과는 별도로 자발적으로 이를 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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