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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김 계장이고 오른쪽이 필자입니다
왼쪽이 김 계장이고 오른쪽이 필자입니다 ⓒ 박희우
제가 요즈음 시력이 자꾸만 떨어진다고 하자 김 계장이 안경을 벗습니다. 그리고는 허공에 손을 휘저어봅니다. 자기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심 봉사가 따로 없습니다. 김 계장 하는 모습이 딱 심 봉사입니다. 저는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김 계장이 한 마디 합니다.

“형님, 사무관 승진공부 안 합니까?”

저희는 사무관 승진할 때 시험을 쳐야합니다. 저는 잠시 당황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머뭇거릴 수도 없습니다. “해야지, 해야지”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제 입사동기들은 지난해부터 사무관으로 승진하고 있습니다. 어제만 해도 3명이 승진 발령 났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저는 그제야 김 계장의 속내를 눈치챕니다. 어제 술자리는 김 계장이 저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김 계장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승진에는 조금 늦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래도 김 계장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울 뿐입니다.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장어 국을 끓여놓았습니다. 웬 장어 국이냐고 물었더니 아내가 빙긋 웃습니다. 가장이 건강해야 집안이 온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내가 얼마나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아내는 지금도 10년 전 옷을 그대로 입고 있습니다. 아내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옷 한 벌 사 입지 않으면 한 달 생활비가 빠진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말합니다.

“장어국 좀 드세요?”
“배가 부르오.”
“제 성의를 봐서라도 한 그릇 드세요.”

아내는 기어이 작은 그릇에 장어국을 담아옵니다. 저는 맛있게 먹는 시늉을 합니다. 그런데 먹다보니 그게 아닙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고소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저는 한 그릇을 더 달라고 합니다. 아내가 활짝 웃습니다.

독자 여러분,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물론 저만 이렇게 살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대부분의 40대가 이렇게 살고 있을 겁니다. 장어국 한 그릇에도 눈시울을 붉히는 세대가 바로 40대 아니겠습니까.

흔히들 40대를 불혹의 세대라고 합니다. 미망에 현혹되지 않는 세대가 바로 40대라는 의미일 겁니다. 그런데도 눈물만큼은 전 세대를 통틀어 40대가 가장 많을 겁니다. 40대는 작은 정성에도 곧잘 눈물을 흘립니다. 저는 40대의 눈물을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40대의 눈물은 그 어떤 눈물보다도 각별합니다. 40대의 눈물은 금방 구워낸 고구마처럼 따뜻함이 있습니다. 40대의 눈물은 누구든 품에 안을 수 있는 넉넉함이 있습니다. 40대의 눈물은 진솔함이 배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40대의 눈물을 이렇게 부릅니다.

“40대의 눈물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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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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