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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만에 훈장을 찾은 노병들
반세기만에 훈장을 찾은 노병들 ⓒ 조수일
6.25전쟁에 참전하여 무공을 세워 무공훈장 수여자로 결정되었지만 50여년이 지난 뒤에야 후배 장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뒤늦게 화랑무공훈장을 받은 마태진(81·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옹과 장상조(75·울산시 남구 옥동), 이화세(76·남구 용호동)옹을 비롯한 4명의 노병과 이미 세상을 떠난 고 한봉율옹과 김향곤, 조남용옹 유가족들.

6.25전쟁 발발 55주년을 앞둔 24일 오전 10시 30분. 육군 제53보병사단이 마련한 6.25전쟁 55주년 기념식과 호국보훈가족 초청행사에서 이들은 부대 장병과 보훈단체, 해운대초등학교 학생 등 10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세기만에 찾은 훈장을 가슴에 품고 그간의 회한을 달랬다.

그러나 1953년 9월에 '화랑무공훈장' 수훈자로 결정되었으나 끝내 훈장을 품어보지 못하고 지난 4월에 세상을 떠난 고 한봉율옹을 대신해 아들인 영관(45)씨가 훈장을 받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1975년 세상을 떠난 고 김향곤옹을 대신해 부인인 주해(75) 할머니가 받았다.

아버지 대신 훈장을 받은 영관씨는 "조금만 더 살아계셨어도 기쁨과 영광을 누리셨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못내 안타까워했다. 영관씨는 "바로 아버님 묘소를 찾아 영전에 바치겠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민번호 몰라도 군번은 또렷이 기억해

지난 1954년 9월에 훈장수여가 결정되었으나 50년이 지나서야 훈장을 품은 마태진옹은 1950년 10월 스물여섯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서울에서 가족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잠시 다녀오겠다"고만 말하고 자원입대하였다. 그 후 크고 작은 전투에 참전, 안강전투에서는 옆구리와 갈비뼈에 파편상을, 강원도 향로봉지구 전투에서는 어깨 파편상을 입기도 했다.

특히 안강지구 전투에서 몸에 박힌 파편은 제거하지 못한 채 반평생 넘게 전쟁의 상흔으로 안고 살아왔다. 더구나 최근에는 건강이 악화되고 치매 때문에 무용담을 되짚어내지는 못했다. 기자가 지난 21일 어렵게 할아버지의 집을 찾았을 때는 지나온 세월과 함께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렸지만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대신 군번과 계급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행사가 열린 24일에도 마태진옹은 아들과 딸의 부축을 받으며 한걸음 한걸음 어렵게 옮겼지만 열병차에 올라 경례를 받을 때는 청년의 기백이 살아나는 듯 거수경례를 젊은 장병 못지않게 힘있게 해냈다.

힘차게 '충성'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열병을 받는 노병들
힘차게 '충성'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열병을 받는 노병들 ⓒ 조수일
이날 노병들은 군악대의 축하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2대의 열병차에 나눠 타고 장병들의 열병을 받는 동안 절도 있는 동작으로 '충성'과 함께 거수경례를 하며 뒤늦게 훈장을 가슴에 품은 회환을 달랬다. 특히 이날 안보현장 체험학습을 위해 부대를 찾은 해운대초등학교 500여명의 학생들의 힘찬 박수와 축하는 이날 행사의 의의를 더 했다.

이밖에 기동대대 장병들의 특공무술 시범과 현대화된 우리 군의 장비와 물자를 관람한 뒤 사단장을 비롯한 부대 관계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전산망 통한 훈장 주인 찾아주기 성과

한편 창군 당시에는 상훈법이 제정되지 않았고 6·25전쟁이 계속되던 1950년 10월 18일이 되어서야 대통령령으로 법령이 제정되어 수여하기 시작한 무공훈장은 전쟁기간 중에는 임시로 가수여증을 부여하고, 전쟁후인 1955년 3월부터 12월까지 현역 우선으로 훈장증과 정장을 제작하여 수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역과 주소불명 등의 이유로 주인을 찾지 못한 훈장이 많았다.

이에 따라 육군53사단은 육군본부, 보훈청과 함께 전산망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통해 부산과 울산, 양산지역에서 지난 2002년에는 296명, 2003년에는 55명, 2004년에는 27명의 훈장 주인을 찾는 성과를 거뒀으며 올해에도 현재까지 9명의 훈장주인을 찾아 노병들과 유가족들에게 전달하였다.

그동안 사단 창설기념일을 비롯한 각종 부대초청행사와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직접 개별 방문하는 등 최상의 예우를 갖춰 훈장증을 전달해 왔고 이번 확인과정을 통해서도 7명의 훈장 수훈 사실을 새로이 확인하여 훈장을 전달함으로써 노병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게 되었다.

부산지방 보훈청 관계자는 "무공훈장을 받으면 관할 보훈청에 등록절차를 거쳐 국가유공자로 인정되며 65세 이상 생존수훈자들에게는 매월 '무공명예수당' 지급과, 가구당 2인의 취업보장, 생업 및 주택자금의 저리융자, 보훈병원 진료시 할인혜택, 사망시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고 밝혔다.

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가용한 모든 방법과 방안 등을 동원하여 무공훈장 찾아주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무공수훈자와 호국영령들의 명예를 드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들이 국가유공자 예우와 보훈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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