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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 책표지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 책표지 ⓒ 답게
대학신문에서 15년을 일해 온 현직 기자가 만든 기자 비평서,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가 드·디·어 나왔다. 결코 두껍지 않은 단행본 한 권을 두고, '드디어'라는 수식어를 붙인 까닭은 이 책의 일부를 이미 5년 전에 읽었기 때문이다.

필자가 <대학문화신문>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하던 지난 2000년. 경험 없는 학생기자들을 위해 이동조 기자가 온라인 기자교육의 한 방편으로 자신만의 스타일과 영역을 개척한 독특한 기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한 편, 두 편 올라올 때마다 프린트를 해 모아둘 만큼 귀한 자료였다.

물론 서점에 가면 기자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나 <기자가 말하는 기자>(2003, 부키)처럼 기자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책은 많지만, 한 개인의 스타일을 해부하고 그의 장단점을 살필 수 있게 하는 책은 흔치 않다. 대기자들의 멋과 힘을 알아가는 동안,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길이 보이고 전에 없던 용기가 생긴다.

이동조 기자가 오랜 기간 수집해 온 '기자 스크랩북 리스트'에서 건져 올린 16명의 기자와 <경향신문> 매거진X 팀까지 더해 열일곱 편의 짧은 비평들을 묶은 이 책에는 이른바 '스타급' 기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일단 목차에서부터 흥미를 돋운다. 굳이 기자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의 글인지 리드만 읽어도 알아챌 만큼 좋아하는 기자들이 여럿 포함돼 있어 책장은 수월하게 넘어갔다.

원고지 세 장으로 사람을 부끄럽게 하던 김훈, 듣도 보도 못한 순우리말로 사전을 뒤지게 하던 손석춘, 동남아 정글에서 충격적인 사진과 기사로 찾아오던 정문태, 진보와 보수 논쟁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이슈를 낳는 조갑제, 몇 권의 책을 읽게 될 김민웅, 시민기자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오연호, 박력 있는 글쓰기로 네티즌을 설득하는 김동렬, 파격적인 지면으로 도올만의 기사를 쓴 김용옥까지. 어쩌면 같은 직업을 가진 자의 질투어린 스크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독자를 배려해 혹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간 구석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정도로 칭찬 일변도로 흘러가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가치관이 판이하게 다르지만 기자정신을 제대로 발현하는 (그래서 얄미울 정도로 멋진) 기자도 있다. 또, '줄줄이 캐내는 고구마처럼' 한 사람 기자의 이야기를 읽으면, 그들이 지은 책들이 따라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서 책을 덮으면서 새로 살 책 목록을 여러 줄 만들게 됐다.

이 책에 실리지 못한, 그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못한 몇몇 기자들은 몹시 서운할 것 같다. 극성팬의 성가신 칭찬이 아니라 같은 길을 걸어가는 후배기자의 칭찬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일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 내 좁은 짐작으로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다.

점점 '회사인간'이 되어가는 기자'놈'들에게 실망했던 독자, 기자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는 사람, 곧 수습 꼭지를 뗄 ㅅ일보의 장 기자, 겨우 연봉 얼마의 회사원으로 안주할까 두렵고 아까운 1, 2년차 친구들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싶다.

더불어 저자 이동조 기자에게는 짧은 메일을 하나 띄워야겠다. 이 책에 포함되지 않은, 그러나 젊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개척하라는 나침반이 되어줄 내가 반한 또 다른 기자들의 리스트를 추천하기 위해서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문체에 2편을 미리 주문하고 싶다.

펜으로 세상을 움직여라 - 패러다임 전환기에 바라본 우리시대 기자 이야기

이동조 지음, 답게(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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