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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덩쿨
붉은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덩쿨 ⓒ 추연만
무더운 날, 도시 한복판에서 푸른 담쟁이를 보는 것은 즐거움입니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은 강한 생명력을 보여 줍니다. 줄기를 뻗어 잎으로 메마른 건물 벽을 뒤덮은 담쟁이는 보는 이의 가슴에도 생명의 기운을 북돋우게 합니다. 회색도시에 녹색넝쿨을 본 것은 기쁨임에 틀림없습니다.

담쟁이가 명물인 고등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추억이 떠오릅니다. 일제 때 만든 붉은 벽돌건물은 이맘때면 담쟁이 넝쿨로 장관을 이룹니다. 담쟁이 학교는 대구에선 유일한 남녀공학이기에 다른 학교친구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담쟁이로 뒤덮은 건물에는 여학생 교실만 있고 남학생은 신축건물에 따로 생활했지요.

담쟁이는 메마른 벽에 쑥쑥 커 생명의 기운을 넘치게 힙니다
담쟁이는 메마른 벽에 쑥쑥 커 생명의 기운을 넘치게 힙니다 ⓒ 추연만
그래서 감수성이 예민한 남학생들은 담쟁이 건물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컸는지도 모릅니다. 이 건물에 들어가 보려고 이런저런 핑계대기가 일쑤였던 것 같습니다. 교무실과 양호실을 들락거린 친구들이 쾌 많았던 기억도 납니다. 교실 안을 몰래 훔쳐본 남학생들이 물벼락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사건은 그 땐 즐거움이었고 지금도 추억으로 남아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말없이 벽을 오르는 담쟁이는 해마다 쑥쑥 커나가는 걸 봅니다. 서두르지 않은 듯 자라지만 다음해는 어느새 저만치 넝쿨을 펼친 것을 발견합니다. 수많은 잎을 촘촘히 단 담쟁이는 '나 홀로' 성장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크는 습성이 있습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나가야 한다는 자연의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알리려는 걸까요? 메마른 벽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담쟁이가 참 좋습니다.

담쟁이도 열매가 있답니다
담쟁이도 열매가 있답니다 ⓒ 추연만

회색도시를 녹색으로 바꾼 담쟁이 넝쿨
회색도시를 녹색으로 바꾼 담쟁이 넝쿨 ⓒ 추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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