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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경포대에서 공연 중인 가면극
주말에 경포대에서 공연 중인 가면극 ⓒ 이금희
이번 여행 목적이 엄마가 해수탕에 몸을 담글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맛있는 회를 드실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지금은 불타서 거의 소실된 낙산사 근처에서 해수탕을 본 기억이 있어 그곳을 목적지로 삼아 가고 있었는데 38휴게소 근처에서 해수찜질방 간판이 보였다. 

민박도 가능하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민박은 되지 않지만 찜질방에서 자면 된다고 했다.일단 들어가 보기로 하고 찜질방에 올라갔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우리 가족 세 명만 달랑 있는 곳에서 찜질하고,군것질하고 저녁까지 먹으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한테 "민박을 구해 나갈까요?"했더니 그냥 찜질방에 묵자고 하신다.나도 엄마도 찜질방에서 잠을 자기는 처음이었다.문은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분리된 공간에서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누웠다.

자다 일어나 보니 찜질방에 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있었다.새벽에 다시 찜질방에 들어가 찜질하고 해수탕에 들어가 몸 담그고 나와 따뜻한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었다.그리고는 아침 일찍 찜질방을 나와 주문진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인데 가게들이 문을 열었을까 싶었는데,막상 시장에 가 보니 모든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었다.다른 가족들에게 나누어 줄 생선과 건어물 좀 사고 경포대 해수욕장으로 갔다.

경포대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선교장에 들리고,언덕 위에 있는 경포대에 들렀다. 또 마침 경포대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펼쳐지는 중요무형문화제 13호 관노가면극 공연도 볼 수 있었다.

가면극을 보고 있는 어머니
가면극을 보고 있는 어머니 ⓒ 이금희
마을 사람들과 일 년에 몇 번씩 관광버스를 타고 구경을 다니시기는 하지만 다리가 불편한 엄마는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차 안에 있거나 차에서 내려도 관광지 입구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오시곤 하신다.그래서 이렇게 차근차근 구경하면서 다니는 게 참 오랜만이라고 좋아하셨다.많은 것을 본 것은 아니지만 다리 아픈 엄마 걸음걸이 속도에 맞춰,엄마와 나란히 손 잡고 걸으면서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점심 시간이 되어 횟집에 모시고 갔다.제일 좋다는 자연산으로 모듬회를 주문했다. 틀니를 끼운 잇몸이 아파 생각보다 많이 드시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뿌듯했다.어디서라도 맛있는 것을 먹을 때면 항상 엄마가 마음에 걸려 다음에 엄마도 이것을 드시게 해드려야지 싶을 때가 있다.가까운 곳이면 모시고 갈 때도 있고,조금 먼 곳은 포장해 달라고 해서 가져갈 때도 있다.그런데 회는 아직 그렇게 가져다 드린 적이 없어,간혹 회를 먹을 때 마음에 걸리곤 했는데 이번에 그런 아쉬움을 모두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 왔다.오랫동안 운전을 하느라 좀 피곤해서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엄마는 조카 편에 보낸다며 주문진에서 산 생선을 나누어 싸고,잠깐 사이에 이런 저런 반찬을 만들고 계셨다.엄마도 많이 피곤하셨을 텐데... 

올 초에 엄마와 내년 봄에 제주도에 유채꽃이 피면 제주도 구경을 가자고 약속했다.그래서 한 달에 얼마씩 적금을 넣고 있는데 이 적금 찾아서 제주도에 다녀올 때까지 지금만큼만 건강을 유지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요즘 읽은 책 중에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꼭 해드려야 할 45가지>가 있다.책 속에 있는 마흔 다섯 가지 내용을 읽으면서 나는 어머니께 무엇을 했고,무엇이 부족한지 손가락 꼽으면서 세어봤다.평소에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책 속에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지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챙겨 볼 생각이다. 

아버지가 떠나신 다음 아버지께 미처 해드리지 못했던 많은 것들 때문에 지금도 간혹 가슴 시릴 때가 있는데,아직 내 옆에 엄마가 계셔서 다행이고 행복하다 생각하면서 열심히 챙겨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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