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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조웅전>
책 <조웅전> ⓒ 창비
흔히 고전소설이라 하면 어렵고 재미없는 내용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있어 우리 고전은 꼭 읽어야 할 필독 도서 목록에 자주 등장하나 손이 가기는 쉽지 않은 그런 책에 속한다.

최근 여러 출판사에서는 이런 경향을 고려하여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읽기에 좋은 고전 소설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이 시리즈들은 지나치게 원전에 얽매이기보다 청소년들이 접하기 쉽도록 현대적인 언어와 구성을 시도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창비'에서 출간한 <재미있다! 우리고전> 시리즈의 경우, 꽤 이름이 알려진 현대 문학가들을 편역자로 선정하여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고전 편역을 시도하였다. 원전의 뜻과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현재 박씨 부인전, 양반전, 조웅전 등 다양한 고전 소설을 선보인 상태이다.

그 중 <조웅전>은 <삼오식당>과 <행복한 과일가게> 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이명랑이 편역한 것이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실의에 빠진 조선 사회에 영웅적 인물의 등장을 꿈꾸며 유행하였던 영웅 군담 소설 중 하나이다. 특히 고등학생들의 언어 영역 지문에 자주 등장할 만큼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문학사적으로 비중 있는 작품이라고 하여 그 작품이 무겁고 난해한 것만은 아니다. 소설 <조웅전>은 고전이 어렵고 딱딱하다는 생각을 말끔히 씻어줄 만큼 재미있는 극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 조정인이 간신들의 모함으로 자결하자 그를 총애하던 임금이 그의 아들 조웅을 왕궁으로 불러들이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한다.

겨우 일곱 살짜리 아이에게 궁에 머물며 태자와 더불어 나라 일을 의논하라는 임금의 명은 고전 소설이 아니면 우습기만 한 허구적 요소이다. 거기에다 이 어린 아이 조웅이 하는 말 또한 너무 의젓하기만 하다. 이미 비범한 태도를 보이는 이 아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이두병과 간신배들은 그를 죽일 생각만 한다.

나라에 흉흉한 일이 많이 생기자 피난을 결심하는 조웅의 어머니. 간신배들이 죄 없는 자신을 어찌 해칠 수 있겠느냐는 조웅의 말에 그 어머니는 "산에 불이 나면 옥과 돌이 함께 타기 마련"이라는 의미 있는 말을 던지며 아들과 함께 떠난다.

어머니는 스님으로 자신은 수행자로 분장하여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된 조웅에게는 항상 행운이 따른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한 노인은 삼척검을 내어 주며 조웅이 바로 그 검의 주인이라고 말하고 험한 산길을 찾아가 철관 도사를 만나라고 일러준다.

지극한 정성으로 철관 도사를 찾아간 그는 도사의 제자가 되어 '하늘과 땅의 기운을 점치는 법과 온갖 병법과 칼 쓰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모든 병법을 터득하고 천마를 얻어 홀로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에 조웅은 장 소저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이 둘은 서로의 아름다움에 취해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할 일이 많은 조웅은 장 소저를 남겨 둔 채 떠난다.

위 왕에게 위기가 닥쳤다는 소식에 조웅은 서번의 장수와 싸워 이기고 송나라의 태자를 구하러 떠난다. 외로움에 지친 장 소저와 조웅의 어머니 왕 부인은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어 자신의 낭군과 자식이 동일인물임을 알고 함께 지내게 된다. 그동안 조웅은 궁지에 몰린 태자를 구하고 왕 부인에게로 돌아와 장 소저와 어머니를 한꺼번에 만난다.

위나라의 왕은 감사의 표시로 자신의 딸을 조웅에게 바치고, 두 아내를 얻게 된 그는 마지막으로 역적 이두병을 치게 된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뛰어난 장수들과 대적하는 조웅의 모습이 많이 부각되는데, 모두 무협지를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결국 조웅은 하늘의 도움과 자신의 뛰어난 능력으로 역적을 물리치고, 이 시기는 태평성대를 맞이한다.

<조웅전>은 18, 19 세기에 <홍길동전>이나 <춘향전>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인기의 비결은 아마도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와 고리타분한 남녀 이야기에서 탈피한 자유 연애의 모습, 작품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시구와 명언들의 의미심장함 덕분일 것이다.

<조웅전>의 구성은 굉장히 우연적이면서도 급박하게 사건이 진행되어 마치 무협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사건 하나하나에 대한 묘사도 쉽게 빨려들 만큼 재미가 있다.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철학적이며 고전적인 문구들도 읽는 이의 마음에 와닿는 것이 많다. 그래서 그 당시에 많은 인기를 누렸을지도 모르겠다.

좋은 문학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한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이 책은 재미와 즐거움, 세상만사에 대한 깨달음을 한꺼번에 주는 좋은 소설이다. 특히 아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편역되어 나왔으니,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고전 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서평 웹진 <리더스 가이드>에도 실렸습니다.


조웅전

이명랑 지음, 이강 그림, 창비(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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