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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김동원

중관평으로 들어가는 마을 초입의 솔휘네 집이 오늘 눈 깜짝할 사이에 병원으로 변신했습니다. 내과와 정형외과, 치과, 그리고 약국까지 모두 갖춘 종합병원입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옆집이 한방 의료원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게다가 집의 뒤쪽으로는 오늘 미용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 김동원

문을 닫은 폐교의 운동장 한편에 의자를 내놓고 탁자를 펼치니 어엿한 전원미용실입니다.

ⓒ 김동원

전원 미용실의 한편에서 아이들이 그네를 탑니다. 찬물의 순서는 나이로 위아래가 정해지지만 그네의 순서는 오직 먼저 온 순서대로 입니다.

ⓒ 김동원

기다리는 시간은 무료하지만 이렇게 함께 파마를 하고 얘기를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내 차례가 돌아오곤 합니다.

ⓒ 김동원

솔휘 아빠는 머리를 자르면서 은근히 걱정을 했습니다. 너무 젊은 애들처럼 자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머리 때문에 나이가 도망가 버리면 오히려 당혹스럽기 때문입니다. 머리 손질이 끝나고 나자 다들 멋있다고 한마디씩 보태주었습니다. 남편이 젊어지길 바랐던 솔휘 엄마는 그냥 젊은 애들 식으로 자르지 그랬냐고 했습니다. 다들 함께 웃었습니다.

ⓒ 김동원

깜장공주 솔비도 머리를 단장합니다. 여기서 더 예뻐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될 정도지만 사실 솔비의 미모는 모두 엄마의 환한 웃음이 키운 것입니다.

ⓒ 김동원

김외수 할머니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진맥을 하기 위해 할머니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오호, 놀랍습니다. 할머니 손목에선 고향의 숨결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습니다.

ⓒ 김동원

혜민이네 할머니는 다리가 아프다고 침을 한대 맞으셨습니다. 약을 타신 할머니께서 환희 웃으십니다. 웃음이 참 곱습니다. 할머니 얘기에 귀를 빌려드리고 그 웃음에 눈을 맞추니 무엇인가를 주려고 왔다가 더 큰 것을 얻어가는 느낌입니다.

ⓒ 김동원

서울에 있을 때는 이렇게 진찰을 할 때면 항상 환자의 등뼈밖에 만져지지 않았는데 오늘 여기에 와서 등에 손을 얹으니 순박하게 이어온 삶의 등뼈가 손에 잡힙니다. 손끝으로 그의 삶이 전해져 옵니다.

ⓒ 김동원

올라오는 길의 저녁노을이 곱습니다. 봉사 활동이란 내가 가진 것을 못가진 자들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것이란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마음과 마음을 나눈 뒷자리의 세상은 항상 여느 때보다 더욱 아름답습니다.

덧붙이는 글 | 관평의 일은 <관평교회>에서 준비해 주었으며, 그 날따라 마침 바쁜 농사일이 있어 많은 주민이 모이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103에 동시에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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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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