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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망초란 무슨 뜻일까요? '나라를 망하게 한 풀'이란 뜻이랍니다. 을사조약으로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가던 무렵 갑자기 들녘에 퍼져나간 풀이라고 합니다. 외세 침략기에 철도를 가설할 때 철도 침목에 묻어 들어와 퍼진 것이라고 합니다.

ⓒ 이기원


망초만 해도 끔찍한데 개망초라니요. 유래를 듣고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집니다. 단열매가 달리는 것도 아닌 데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에는 어김없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웁니다. 꽃 모양이 달걀부침을 꼭 닮은 걸 제외하고는 눈길을 끌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 이기원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싶은 바람일까요. 개망초는 사람들 자취를 따라 뿌리내리고 꽃을 피웁니다. 감자 심고 수수 심던 비탈 밭에 사람의 자취가 사라지면 개망초가 떼 지어 터를 잡습니다. 풀밭에 하얀 밀가루 흩뿌려 놓은 것처럼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 이기원

ⓒ 이기원

산비탈 묵정밭은 물론 도심지 아파트 주변 공터까지 따라왔습니다. 사랑 주는 사람도 없고, 관심 주는 사람이 없어도 끈질기게 사람들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때로는 잡초가 되어 뿌리째 뽑히기도 하고, 때로는 잔디 보호란 명분으로 싹둑싹둑 잘려나가도 개망초는 사람의 자취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옵니다.

그 안쓰러운 모습을 한 시인은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개망초꽃, 안도현 시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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