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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사고를 일으킨 JR서일본주식회사, 오사카역 풍경
대형 사고를 일으킨 JR서일본주식회사, 오사카역 풍경 ⓒ 유용수

한국에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공사현장 붕괴' '대구 지하철화재'등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일본의 각 언론들은 마치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대서특필했다. 그리고 사고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안전이 제도화된 일본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 없다고 보도하곤 했다.

그러한 일본의 안전신화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리는 철도사고가 발생하였다.

지난 4월25일, 오전 9시18분. 출근길의 회사원들과 아르바이트 직원, 통학중인 학생으로 거의 만원을 이룬 JR (Japan Rail, 일본국철의 민영화된 이후의 회사명) 서일본의 후쿠치야마선 전철이 탈선, 107명이 목숨을 잃고 549명이 부상을 당하는 대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23세의 젊은 운전사의 실수라고만 돌리기는 어렵다. 민영화 이후 철도회사측은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해 60%의 인원을 삭감하는 한편 오히려 열차편수를 늘리고 운행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또한 부족한 인원을 메우기 위해 경험이 부족한 젊은 운전사를 기용, 20대의 운전사가 전체운전사의 40%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고를 낸 열차와 동일한 종류의 열차
사고를 낸 열차와 동일한 종류의 열차 ⓒ 유용수

고객의 안전을 뒤로 하고 인건비절감을 위해 젊은 운전사들을 늘린 회사측은 그들의 경험 부족을 '일근교육'이라는 엄격한 규율로 대체하려고 했다. 회사는 운행 중 실수를 한 운전사들에게 하루 종일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심문조의 면담, 페인트칠이나 청소 등을 시키는 등 징벌교육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당일 다카미 운전사는 운행시간 지연을 만회하려고 과속을 했다. 결국 커브를 돌지 못하고 철도변에 세워진 아파트에 그대로 충돌했다. 다카미운전사는 평소 근면하고 열심히 노력하여 동료들의 신망이 높았고 장래 고속열차인 '신칸센'운전사를 꿈꾸고 있었지만 몇 차례 실수로 운전사에서 차장으로 강등될까봐 걱정을 하곤 했다고 한다.

"고객은 왕이다"라고 외치며 고객위주로 일관해 온 일본이 수익성 위주의 서구식 기업풍토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대형참사는 현재 일본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회변화'의 한 단면이 아닐까 한다. 더구나 이번 사고에 임하고 있는 JR서일본의 사고 원인 은폐, 사고 직후 대응 부적절, 유족들에 대한 무성의하고 관료적인 태도로 일본 국민과 매스컴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안전에 대한 불감증은 JR서일본뿐만이 아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JR역의 풍경
일본 JR역의 풍경 ⓒ 유용수

미츠비시 그룹의 트럭.버스등 상용차 부문과 미츠비시 자동차가 자동차의 결함을 회사차원에서 은폐해온 사실이 발각되면서 일본열도는 경악에 빠졌다. 도요타, 혼다에 이어 주요 일본의 자동차제조업자인 미츠비시 자동차는 사상최대의 리콜과 판매부진으로 2005년 3월말 회계기준으로 4747억엔의 적자를 기록, 경영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한편 일본을 대표하는 일본항공은 최근 들어 안전에 관련된 심각한 트러블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홋카이도에서 관제탑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이륙하여 여객기 충돌사건을 일으킬 뻔하였고 잇달아 정비불량으로 비행 중 엔진부품이 떨어지는 가하면 6월15일에는 홋카이도발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던 여객기의 앞바퀴 두개가 펑크가 나서 활주로에 주저앉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와 관련 일본항공이 이러다가 또다시 대형사고를 내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잖아도 일본 사회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가고 있던 차였다. 오움진리교라는 신흥종교집단이 출근길의 만원 지하철에 살인가스를 살포, 많은 인명피해를 낸 이후 과거에는 없었던 사건과 사고들이 일본인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장소에서 일어났다.

오사카 초등학교에 침입하여 아이들을 닥치는 대로 살상하는가 하면 이번 6월 들어 일본의 야마구치현의 고교 3년학생이 왕따를 당했다는 분풀이로 인터넷을 보고 사제폭탄을 제조, 교실에 투척하여 반급우 전원을 부상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일본의 경기는 미미한 경기회복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기나긴 장기불황의 영향으로 아직도 소비심리는 위축되어 있고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는 가운데 기업구조는 수익성위주로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기업의 수익위주의 급격한 구조조정은 일본이 오랫동안 덕목으로 여겨온 '안전'을 뒷전으로 돌리고 있으며 그것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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