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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패 축하공연입니다
몸짓패 축하공연입니다 ⓒ 박희우
50을 바라보는 나이 때문인가. 나는 움츠려들 대로 움츠려 있었다. 나는 거푸 막걸리를 서너 잔 들이켰다. 이제 좀 낫다. 어색함이 많이 사라졌다. 자신감도 조금씩 생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팔을 힘차게 아래, 위로 들었다 내렸다 했다. 팔에 힘이 들어간 것만큼이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법원노조 단결하여 사법개혁 쟁취하자!"

열기가 차츰 달아오른다. 여직원들도 힘차게 팔을 뻗어 올린다. 집단의 힘이라는 게 이래서 무서운가 보다. 한 사람이 하지 못할 일을 집단은 너끈히 해낼 수 있다. 이래서 노조가 필요한 것이다.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모두 상기된 얼굴이다. 어떤 결의 같은 게 보이기도 한다.

사회자가 행사 시작을 알린다. 노조깃발이 들어서고 초청 인사의 축사가 시작된다. 지부장의 취임사가 끝나고 행사는 정점을 치닫는다. 장엄한 민중가요가 울려 퍼진다. 노래패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살아있는 민중의 소리가 저런 것이었을까. 나는 숙연함을 느낀다.

이제 내게 부자연스러움 같은 건 사라지고 없다. 나만 그런 건 아니다. 직원들 대부분 다 그렇다. 모두 밝은 얼굴들이다. 희망에 가득 찬 얼굴들이다. 나도 기분이 괜히 좋아진다. 자꾸만 술을 마신다. 이렇다가 취하면 어떡하지. 에이, 무슨 걱정이람. 달이 저렇게 밝으니 집에까지 가는 건 문제가 없을 터. 나는 기분 좋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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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맞는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수필을 즐겨 씁니다. 가끔씩은 소설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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