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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얼굴에 크림 바르기로 마음열기
서로의 얼굴에 크림 바르기로 마음열기 ⓒ 안서순

학생들이 저마다 손바닥에 화장용 크림을 듬뿍 바르고 마주앉아 있는 서로의 얼굴에 정성껏 바르고 있다.

반 학생들 5~6명씩 모여 앉아 시계방향으로 가면서 서로의 얼굴을 그린다. 한 바퀴 돌아갈 때 마다 눈과 코, 입, 잘 보이지 않는 눈썹 밑의 점까지 그려진다. 열 바퀴 이상 돈 그림은 각자의 완벽한 캐리커처가 된다.

위 장면은 지난 11일 서산여자고등학교(충남 서산)의 2학년 9반(담임 강민정)이 펼친 학급행사인 'U.F.O 타고 떠나요' 중 세 번째 학습 프로그램인 '서로를 보아요'다.

이날 행사는 오전 8시 40분 첫째마당인 학부모의 담임교사 수업 참관을 시작으로 둘째마당 '서로를 보아요' 셋째마당 '한마음체육대회'등을 거쳐 밤10시 넷째마당 영화상영과 별 관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은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교사와 학생 초청된 학부모까지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마지막행사까지 시종일관 진지했다.

'서로를 보아요' 마당에서 두레원의 서로 얼굴 그리기
'서로를 보아요' 마당에서 두레원의 서로 얼굴 그리기 ⓒ 안서순

이 행사는 얼핏 보면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자는 단순한 1회용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학생들은 이와 같은 행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기르며 학습효과를 높이는 계기로 삼고 있다.

이 반 이름은 U.F.O(Ultra Frlends Oasis)이고 '하늘두레''별 두레' '강두레' '달두레' '해두레' '산두레' '바다두레'등 7개의 두레로 짜여져 있다. 한 두레에는 5~6명의 학생이 속해 있고 두레마다 맡고 있는 소임이 다르다.

강 교사는 "이런 행사를 통해 입시경쟁에 찌든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한편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 학생들과 함께 마련했다"고 말했다.

U.F.O반의 분임은 확실하다. '하늘두레'는 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별 두레'는 학급신문과 문집 만드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 '강 두레'는 영상물제작과 상영, '달 두레'는 체육행사를 맡고 있고 '산 두레'는 학급 게시판 꾸미기를 '바다 두레'는 시간표와 출석부 정리를 하고 있다. 이 반에서 뒷짐을 지는 두레와 두레원은 없다.

이번 행사도 각 두레가 평소 하는 일을 살려 강 두레는 영화상영(제목 브루스 올마이티), 행사와 사진 만들기, 별 보기 행사를 맡아서 했다. 달 두레는 눈 가리고 압정을 피해가는 시각장애인 체험과 두레원간 협동심을 키우는 '두레 배구' 등으로 꾸며진 '한마음 체육대회'를 주관했고 산 두레는 게시판을 꾸미는 솜씨를 살려 예쁜 팸플릿을 만들었다.

2학년 9반은 지난 4월 5일 반 이름과 각 두레 이름을 공모를 통해 지었다. '이과반도 화끈하군 열공하면 출세하리'라는 반 구호와 '랩 풍으로 지어진' 반가도 공모를 통해 마련했다.

담임교사 수업 학부모 참관 후  학부무,학생 담임교사가  함께
담임교사 수업 학부모 참관 후 학부무,학생 담임교사가 함께 ⓒ 안서순

학년 초 학부모들은 '이상한 일만 벌이는 수상쩍은 교사', '의식화된 전교조 교사'라며 강 교사에 대해 수군거리기도 했으나 '이상한 일'을 통해 인성이 회복되고 학습효과 또한 높아지자 학급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많은 학부모들이 발 벗고 나서는 반이 됐다.

이 반의 강소영(18)양은 "입시의 중압감에 서로가 서로를 경쟁자로 바라보는 지독한 이기주의에서 두레를 통해 재미있는 행사도 하고 남도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된 후 공부도 훨씬 잘되고 성적도 올랐다"고 말했다.

U.F.O 반은 일주일마다 두레별로 생활일기를 쓴다. 이 일기를 통해 아이들은 진로문제, 이성친구 문제, 가정사정 등에 대해 선생님과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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