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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처음에 그것은 기차놀이의 유혹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는 모두 바다에 배를 깔고 그 일렁이는 파도에 살을 부비며 평생을 살아가는 배였다. 모두가 우리들이 갖는 그 유영의 자유를 부러워했지만 그때쯤 우리는 우리의 일상이 무료해지고 있었다.

그때 한 녀석이 기차놀이를 하자고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칙칙폭폭을 외치면서 몰려다니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좇아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칙칙폭폭을 목청 높게 외쳤다. 재미있었다.

멀리서 갈매기 한 마리가 우리의 놀이를 우려스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우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배가 아닌 무엇인가 다른 것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한참을 그렇게 놀이에 열중하던 우리는 어느 순간 이거 우리가 길을 제대로 들어선 것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놀이 속으로 빠져든 우리의 걸음이 깊어지면서 눈앞의 풍경이 너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문득 두려웠다. 평생 우리가 삶의 둥지를 꾸렸던 바닷물이 저만치 밀려나 있었고, 우리의 몸은 갯벌 속으로 깊숙이 하중을 내린 채 그 자리에 몇 시간째 붙박힌 채였다. 칙칙폭폭의 목소리가 잦아들었고 즐거움도 희석되어 낮게, 낮게 가라앉고 있었다. 옅은 바람에도 끊임없이 흔들리던 우리들의 삶, 그 물의 삶이 저만치 있었으나 한 번 빠진 기차놀이의 유혹은 우리들을 쉽사리 놓아주질 않았다.

칙칙폭폭 목청을 높일 때 우리들이 본 것은 기차의 즐거움이었으나 그 즐거움에 몸을 실었더니 즐거움은 잠시였고 철로에 메인 기차의 일상과 무료함이 우리 것이 되고 말았다.

실수였다.

그렇다. 어느 일상이나 즐거움과 무료함을 갖고 있다. 그 즐거움만 가져오면 되는 것을 우리는 그 즐거움을 기차의 일상과 혼동하여 그만 그 일상을 가져오려다 뭍에 발이 묶였다.

그래, 남들의 일상이 즐거워 보이거든 앞으로는 그 즐거움으로 미루어 내가 사는 일상의 즐거움을 깨달을 일이다.

돌아가고 싶다. 우리들의 일상으로. 그 일렁이는 유영의 즐거움 속으로.
ⓒ 김동원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인 http://blog.kdongwon.com/index.php?pl=97에 동시에 실려있습니다. 사진은 6월 11일에 월곶포구에서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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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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