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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부엉이
영화를 좋아하면 '영화마니아', 연극을 좋아하면 '연극마니아'라고 한다. 긍정적인 의미라고 100% 말할 수는 없지만 여하튼 긍정성이 들어있다. 그런데 왜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쇼핑중독자', '쇼핑광'이라고 할까?

긍정성은 고사하고 병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분수에 넘친 과도한 쇼핑은 집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돈을 주고 사는 정당한 쇼핑이 나쁜 것으로 인식된 자체는 우스꽝스럽다.

이상스럽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더욱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씩 쇼핑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어 쇼핑을 즐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로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면서 남성들도 상당부분 패션에 관심을 보이면서 -베컴, 안정환 같은 사람들 덕택이다- 쇼핑에 몰입하고 있다.

여성들에게는 쇼핑은 이미 익숙한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이다. 텔레비전에서 어느 배우가 어떤 옷을 입었고, 그 옷이 어디 브랜드인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유행상품이 되어 히트상품으로 군림하게 된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가 어느 정도 경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데, 일조하기에 무조건 나쁘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특히 쇼핑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이런 심리를 잘 파악하고 그들 속에 깊숙이 들어가 쓴 소설이 나왔다. 바로 런던 한 경제잡지에서 일하는 여성의 이야기 <쇼퍼홀릭 1, 2>이다.

쇼퍼홀릭(shopaholic)이란 단어는 물건을 습관적으로 사는 사람, 즉 쇼핑중독자를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런던에 살고 있는 레베카 블룸우드는 주목받지 못하는 경제잡지에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20대 여기자의 라이프 스토리를 담은 소설이다.

그녀는 기자회견장에 갈 때 늘 '파이낸셜 타임스'를 습관적으로 구매한다. 그것은 좀 더 있어 보이기 위한 수단이며, 그 이름 자체만으로 지식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는 쇼핑이다.

ⓒ 황금부엉이
그녀는 결국 카드 빚에 쫓겨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놓인다. 절약도 해보고 부업도 시도해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런 그녀는 늘 은행, 백화점, 신용관리과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다리가 부러졌다, 고모가 돌아가셨다 등의 소식을 전한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갖가지 변명과 거짓말들도 무마하기 위함이다.

이런 와중에 주인공 레베카의 엉뚱함 때문에 소소한 곳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며-<브릿지 존스의 일기>에 나오는 그녀와 빼 닮았다. 전개방식도 그러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인해 소설 속 주인공과 읽는 내가 오버랩이 된다.

이같은 전개방식 때문에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거부감 없이 그녀의 삶을 공감하게 되며, 지루하지 않게 책을 덮을 수 있다. 그러나 진부한 면이 없지 않다. 그녀의 성공담은 로멘틱 코미디를 표방하여 늘 같은 방식의 결론이 조금은 짜증이 날 수도 있을 법.

그러나 신용불량자에서 다시금 쇼핑광으로 복귀하는 측면에서 이 소설은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가치에서 쓰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제까지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을 병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여기던 고정관념에 일보 전진했다고 할 수 있다.

조금은 찬양하고 지지하는 인상까지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멋지게 삶에 복귀한 그녀는 맨해튼까지 가서 쇼핑광으로의 면모를 보여준다. 바로 <쇼퍼홀릭 2>가 그 주인공인데, '쇼핑광 레베카 맨해튼에 상륙하다'로 런던에서 맨해튼으로 무대를 옮겨 계속된 그녀의 쇼핑의 행진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 책에 결론에 의해 우리는 조금이나마 대리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이 멋진 한 편의 라이프 스토리가 될 수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쇼핑의 부정적인 시선과 대항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어 아쉽다.

그녀가 신용불량자에서 쇼핑광으로 복귀하는 과정이 조금 작위적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이미 정해져 있는 결론으로 나아기 위한 일련의 스토리가 부담스럽다. 게다가 어떤 점이 자신의 결함인지에 대한 고뇌보다는 당장 쇼핑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점도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이 책은 달콤한 쇼핑의 유혹처럼 책을 눈에 뗄 수 없을 만큼 독자를 웃고 울린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쇼핑과 사랑에 빠진 이들의 심리를 너무나도 잘 간파하고 있다. 나아가 그 모습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것에 대한 시선을 조금 거둬들이고 있다. 이런 점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을 지닌 <쇼퍼홀릭>. 한 번쯤 대리만족을 위해 이 멋진 인생 여정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쇼퍼홀릭 한글판 + 영문판 세트 - 전2권

소피 킨셀라 지음, 노은정 옮김, 황금부엉이(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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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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