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대통령이 11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마친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대통령이 11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을 마친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진
두 정상은 11일 오전 0시25분(한국시간)부터 50분 동안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포기라는 공동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와 같은 회담결과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언론과 조야에서 조성된 대북 강경 분위기에 비하면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강경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유엔을 통해서 강경조치를 취한다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안을 먼저 해결해야 하겠다"고 선(先)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기회를 통해 따로 얘기하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겨 두었다.

언론에서 예상했던 대로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관계라는 두 가지 핵심의제를 갖고 진지하게 논의했다.

우선 부시 대통령은 공동회견에서 한미 동맹 관계를 우려하는 시각을 의식한 듯 "노 대통령과 여러 가지 중요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중요한 우방국이며 또 전략적인 동맹국이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도처의 평화가 목적이다"면서 "우리 공동의 목적은 평화롭고 번영된 그런 사회에 국민들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북핵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고 시인했는데 그 얘길 듣고서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미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해체하고 제거하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 노 대통령과 내가 만나고 6자회담에 개최되는 것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나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가능한 한 빨리 국제사회에 합류하고 우리의 의견뿐만 아니라 중국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것"이라며 "그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 외교적 해결 노력을 경주할 것임을 밝혔다.

부시가 공동회견에서 보여준 유일한 '당근'은 'Mr. Kim Jong Il' 호칭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해 6월달에 이미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될지를 제시를 했지만 북한으로부터 어떤 대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면서 "그것은 미국이 독단적으로 제안한 것이 아니고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두 제안한 것이며 그 제안들은 아직까지 유효하다"고 말해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암시했다.

요컨대 부시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6자회담이 필수적(essential)이다"면서 "양국은 북한이 중국, 한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김정일 위원장(Mr. Kim Jong Il)에게 확실하게 이해를 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고 한미 양국은 같은 목소리로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밝혀 '공'은 북한에게 넘긴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미 작년 6월에 우리는 북한측에 제안을 했고 그 제안에 대한 북한의 답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합리적인 제안이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더 이상의 '당근'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쩌면 유일한 '당근'은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도 즐겨보는 CNN 방송으로 생중계된 공동회견에서 '미스터 김정일'이라는 호칭을 쓴 것이다. 따라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은 부시 대통령이 강경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 견해를 묻는 두 번째 질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고 부인하지 않은 데서 뒷받침된다.

부시 대통령은 "유엔을 통해서 강경조치를 취한다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안을 먼저 해결해야 하겠다"고 선(先)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기회를 통해 따로 얘기하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겨 두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11일 새벽(한국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북핵문제 등에 대한 한.미정상회담을 벌인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이 11일 새벽(한국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북핵문제 등에 대한 한.미정상회담을 벌인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진
노 대통령, 부시에게 즉석질문 "한미동맹은 잘 돼가고 있다고 해도 괜찮습니까?"

노 대통령은 공동회견에서 좀더 직설적으로 회담결과를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우선 북핵문제와 관련 "우리가 만날 때마다 항상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혹시 무슨 이견이 없는지 그런 걱정들을 많이 했는데 만날 때마다 항상 확인하는 것은 우리 사이에는 이견이 없다, 기본원칙에 있어서 완벽하게 합의하고 있고 또한 협상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상호 긴밀히 지속적으로 협의해 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미동맹에 관해서도 "혹시 한미간에 어떤 중대한 불협화음이 있지는 않은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실제 대통령 각하를 만나서 이렇게 대화를 해보면 중요한 문제는 다 이미 해결됐고 그리고 한미동맹은 돈독하고 또 앞으로도 돈독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한두 가지 작은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이런 문제들은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소견을 얻었다"면서 즉석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어떻습니까, 한미동맹은 잘 돼 가고 있다고 해도 괜찮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져 부시의 답변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에 부시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공고하고 아주 굳건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솔직한 평가를 해 주신 것 대해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해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에 앞서 공동회견을 시작하면서도 "오늘 미군의 차에 사고가 일어나 한국의 여성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기에 깊은 유감과 조의를 표하며 그 가정에게도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번에 미국 방문은 두 번째이고 부시 대통령을 만난 것은 네 번째다"며 "주한미군과 관련한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 따뜻한 조의를 표해 주신 데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결국 회담 전부터 대북 강경조처가 예상된 이번 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한국이 '한미 동맹 강화'라는 선물을 주는 대신에 미국으로부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약속을 양보받는 '기브 앤 테이크'에 합의한 셈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백악관에 도착해 의전장 영접을 받고 나서 루즈벨트룸에 들어가서 방명록에 서명을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회담장인 오벌오피스로 옮겨가 부시 대통령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에 라이스 국무장관과 럼스펠드 국방장관, 힐 차관보, 그린 보좌관, 멕클레런 대변인 등 미국측 배석자를 소개받았다.

노 대통령은 방명록에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한국어로 썼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