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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밤 대청도 해경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해경파출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9일 밤 대청도 해경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해경파출소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 대청도 주민 제공

"대청도 주민들은 폭도가 아닙니다."

9일 오후 <오마이뉴스>로 들어온 제보 내용의 일부분이다. 일부언론은 지난 8일 '대청도 주민들이 해군기지에 난입해 장교를 폭행했다'고 보도했지만 이같은 기사는 상당 부분 부풀려졌다는 주장이다.

특히 제보자는 어민들이 해군기지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왜 폭행이 이뤄졌는지의 과정은 소개하지 않은 채 "어민들이 마치 폭도처럼 그려진 언론기사에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의 확인 결과, 대다수의 언론이 어민들의 해명없이 해군과 해경의 말만 듣고 이 사건을 기사화했다.

이와 관련, 해군의 한 관계자조차도 "어민들이 조업구역을 넘어 조업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번 사건으로 어민들이 폭도로 그려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어민들, 폭도 아니다"... 해군도 "동감"

사건의 발단은 해군이 지난 3월 꽃게잡이를 위해 북방 어로 한계선을 넘어 조업한 대청도 어민 15명을 해경에 고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사건을 접수받은 해경은 지난 7일 관련 사건 조사를 위해 대청도를 방문했다. 어민 2명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은 상태였다. 어민들은 "(꽃게를 잡히지 않는) 어려운 사정을 알면서 고발을 했다"며 해군에 강한 불만을 품고 같은날 밤 10시께 10여척의 어선으로 해상시위를 벌였다. 어민들은 2시간여만에 자진해산 했다.

그러나 18명의 어민이 다음날 새벽 1시 30분께 고발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대청도 해군고속정육상기지에 오르면서 군인과 충돌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해군 함정과 어선간 충돌이 벌어져 어선 앞부분이 부서졌고 김모 소령 등 4명의 장병이 부상을 입었다.

해경은 2명의 사건가담 어민을 긴급체포했고 지난 3월 사전영장이 발부된 2명 역시 연행했다.

어민들 고발한 해군에 항의의 뜻으로 시위... 해군 4명 부상

문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 일방적인 보도였다. 언론들은 해군·해경발 기사로 이번 사건의 개요와 결과를 내보냈다. 그러나 대부분 '어민들의 폭행'과 '불법 난입'에 초점이 맞춰졌고 주민들의 반론이나 해명은 싣지 않았다.

식당을 한다는 한 주민은 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의 왜곡보도에 주민들은 화가난 상태"라며 "우리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언론이) 너무 쉽게 본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조업구역을 넘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폭행을 했던 이유 ▲부당한 체포에 대한 주민들 입장 등을 언론에서 싣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중국의 어선들은 우리 해역에 들어와 조업하지만 관계당국의 조치는 미미하다"며 "하지만 우리 어민들은 조금만 조업구역을 벗어나도 지나치게 규제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해군기지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해군 장교가 폭언을 해 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부상정도가 경미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부상을 당한 김 소령을 치료한 보건소 치료진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머리 부근에 1cm 정도 찰과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갔다"며 "경상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민들은 "부당한 체포"를 주장하며 9일 오전 또 다시 해상시위를 벌였다. 대청도 어민 230명이 어선 51척에 나눠 타고 대청도 동단 어로한계선 부근까지 릴레이 시위를 감행한 것. 시위는 2시간여 만에 끝났다.

"언론, 어민들 입장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사 써"

이번 사건과 관련 해경은 체포된 4명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혐의점이 인정되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인천해양경찰서 관계자는 "대청도 주민들이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리할 것이다. 다만 폭행에 단순 가담했던 사람들은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군의 입장은 난처한 상황이다. 사실 어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해군이 피해자가 돼 버린 것 같아 부담스러운 눈치다.

해군본부 관계자는 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민들이 힘든 것은 알지만 군은 NLL을 지켜야 한다는 기본 입장이 있다"며 "이번 어민들의 조업구역 이탈에 대해 해군은 재발방지 차원에서 해경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은 어민들과의 충돌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그는 "해군이 선박을 공격해 파손했다거나 과격한 행동을 먼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폭언이 있었다는 내용을 보고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해군은 어민을 보호해야할 위치에 있다"며 "지나치게 어민들이 난폭하게 비쳐지는 것도 유쾌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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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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