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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은행을 상대로 부동산 담보인정 비율을 축소하거나, 대출 최고한도를 제한할 수도 있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과열 양상이 사그러들지 않자, 박승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일부다.

박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동결 발표 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에 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은행이 인내하고 있다'는 표현과 함께,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한국은행법에 명시된 권한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박 총재는 "한은법에 한은이 필요한 경우 금융기관 대출의 최고한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돼있다"면서 "부동산 투기가 과열된다면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등 미시적 대응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 당국은 행정지도나 권고 등으로 은행에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 축소를 유도할 수 있으나 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 곳은 한은"이라며 "지난 2003년 10.29 부동산 조치 때도 한은이 이를 검토한 적이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또 부동산 시장 과열이 전국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부 지역에 국한돼 있다면 특정지역에 한해서만 담보인정비율 제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투기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용인 일대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실제로 그는 "지방의 경우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 오른다하더라도 보상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서울 강남의 경우는 지극히 비정상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부동산 대출 한도 제한 조치 가능할까? 논란의 소지는?

그렇다면 과연 한은 차원에서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박 총재가 밝힌 법적 근거로 삼고 있는 부분은 현행 한국은행법 제29조 가운데 15항부터 17항에 해당한다.

이 내용을 보면, 금융기관이 행하는 대출의 최장 기한 및 담보의 종류에 대해 제한하는 것(15항)과, 일정한 기간 내의 금융기관 대출과 투자의 최고한도 또는 분야별 최고한도를 제한(16항), 금융기관의 대출에 대한 사전승인(17항)이 들어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대출과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것과 금융기관 대출 사전승인의 경우 극심한 통화팽창기 등 국민 경제상 긴급하고 절박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부동산 투기 과열현상이 과연 국민 경제상 긴급하고 절박한 것이냐는 해석의 여지에 따라 달라질수 있다. 또 이같은 조치가 실행될 경우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행쪽에서 금융기관 담보인정 비율 제한이라는 '초강수'조치를 사용한 전례가 없다. 박 총재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 전에 경기와의 상관관계를 면밀이 검토해야 하며 현 상황은 이러한 조치를 취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과 경기도 일대의 부동산 값 상승과 투기 조짐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태다. 한은 차원의 부동산 대책을 또 하나의 투기 대책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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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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