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책의 표지
책의 표지 ⓒ 조갑환
에디 노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처절한 외로움을 연상할 수 있다. 어쩌면 인생의 실패자기도 하다. 그러나 미치엘봄은 이 책에서 한 사람이 삶에서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은 마치 빙산의 바닷속에 잠긴 부분이 훨씬 거대하듯이 현실에서 보이는 삶보다 더 크게 잠재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명예와 부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 살아가고 있으며 사랑과 희생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참다운 삶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주인공 에디 노인은 매일 어린이 놀이기구에 기름칠을 하고 브레이크를 조정하는 일을 했다. 그런 단순한 일이 싫기도 했지만 그 일을 그만두지도 못하고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성실하게 해왔다. 그러다가 자신의 생일날에 놀이기구사고로 어떤 어린이가 위험에 닥치자 어린이를 꺼내고 자신은 죽어 버린다. 여기까지가 이 소설의 도입부다.

이 소설의 본문은 에디가 죽어서 천국에서 만나는 다섯 사람과의 이야기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은 모두 에디의 현생에서 알게 모르게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

첫번째 만난 파란 피부의 남자는 에디가 7살일 때 에디와 관련되어 우연한 사고로 죽은 사내다. 여기서 만난 사내는 에디에게 이렇게 말한다.

“바람과 산들바람은 떼어놓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겁니다. 모든 삶이 서로 엮어 있다는 것을.”

파란 피부의 남자는 삶에서 어느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없음을 말한다. 어차피 사람은 알게 모르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가면서 살아 갈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다.

두번째 만난 남자는 전쟁터에서 만난 에디의 직속상관 대위다. 대위는 죽는 것이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적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극적으로 탈출한다. 전쟁에서 대위는 목숨을 잃고 에디는 한쪽 다리를 못 쓰는 불구가 되고 만다. 에디는 평생 춤을 출 수도 운동경기를 할 수도 없었다. 에디는 젊음과 한 쪽 다리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지난 시절을 한탄한다. 이 때 대위가 에디에게 말한다.

"희생은 삶의 일부라는 것, 희생은 후회할 것이 아니라 열망을 가질 만한 것이며 소중한 것을 희생하면 그것을 잃은 것이 아니고 남에게 넘겨 주는 것"이라고

세번째 만남은 에디가 일했던 루비가든의 최초 설립자였던 루비 부인이다. 루비 부인은 사람은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의 영향을 받아가면서 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에디는 어린시절을 아버지에게서 매질당하며 보냈다. 에디는 아버지에게 상처를 받고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미워했던 것을 놓아 버린다.

"아버지의 삶도 몰랐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어요. 아버지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그렇지만 내 아버지잖아요. 이제 놓아 버릴래요."

이렇게 외치면서 아버지의 고독과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결국 남에게 분노를 가지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분노는 결국 굽은 칼날과 같이 자신에게 돌아오고 만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에디는 아버지를 용서한다.

네번째 만남은 에디의 아내였던 마거릿이다. 나는 이 책에서 에디가 마거릿과 만나는 장면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죽은 아내, 그리웠던 아내, 단 하나뿐인 아내가 정말로 보고싶었다고 눈물을 흘린다. 에디는 부인 마거릿이 죽은 후로 줄곧 혼자서 살아왔다. 부인 마거릿이 죽자 하루하루가 생기가 없었고 그의 가슴은 잠들어 버렸다.

에디는 마거릿에게 말한다.
“당신이 죽자 나는 모든 것을 잃었어.”

마거릿은 에디의 손을 잡고 생명은 끝나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끝이 없다고 말한다. 마거릿은 천국에서도 에디의 강한 사랑을 느끼고 줄곧 에디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말한다. 외로움 속에서도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보낸 세월들, 천국에서 지상에 남아있는 남편을 생각하는 마거릿, 진실한 사랑은 죽음이 갈라놓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다섯번째 만남은 참전했던 필리핀의 어느 마을에서 화염 방사기에 타서 그을린 소녀를 만난다. 에디는 자신도 몰랐던 어린아이를 불에 타서 죽게 한 일을 진정 용서를 빌면서 괴로워한다. 타냐라는 소녀는 이미 에디를 용서하고 에디의 죽음의 순간에 자신이 에디를 안전하게 천국에 데려왔다고 말한다. 타냐는 에디가 자신의 생명을 버려한 어린소녀를 살렸다고 말해주며 애들을 안전하게 해주기 때문에 에디는 루비 가든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라고 말한다.

에디는 마지막으로 천국에서 만났던 다섯 사람을 대상으로 중얼거린다.

“내가 슬펐던 것은 삶에서 뭘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지. 난 아무 것도 아니었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헤매고 다녔지. 난 그 곳에 있으면 안 될 사람 같았어.”

어린이놀이공원의 기사로 불편한 다리로 아내도 없이 살아온 에디 노인. 그 자신도 자신의 삶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실패한 삶이었다고 자책한다. 그러나 그와 영향을 주고받았던 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가 보잘 것 없이 살았지만 희생과 사랑으로 천국에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삶에서 보잘 것 없는 삶이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삶이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삶의 목적은 명예와 부가 아니라 남에게 아름다운 영향을 주면서 살아가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사랑과 희생으로 삶을 살아가자고 말이다. 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살다가 다음에 천국에 가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내 자신이 얼마나 부끄러울까. 사랑과 희생없이 살았다면 천국에서 나를 기다려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살림(2010)

이 책의 다른 기사

당신과 나는 연결되어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는 여행에 관한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여행싸이트에 글을 올리고 싶어 기자회원이 되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