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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린이가 집으로 가져 온 누에. 세린이는 귀엽다는데, 저는 청소할 때만 되면 징그럽고 무섭습니다.
세린이가 집으로 가져 온 누에. 세린이는 귀엽다는데, 저는 청소할 때만 되면 징그럽고 무섭습니다. ⓒ 장희용
그렇게 해서 지금 누에 한 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세린이는 좋아라 하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누에를 쳐다봅니다. 손으로 만지기도 하대요. 덩달아 동생 태민이도 뭔지도 모르면서 누에를 좋아라 합니다. 아내도 처음에는 꿈틀꿈틀 하는 것이 징그럽다고 하더니 자꾸 보니까 세린이 말처럼 귀엽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징그럽고 무섭(?)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무섭지는 않았는데,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는 청소할 때 온 신경이 곤두섭니다.

유치원에서 누에를 가져 온 날 저녁에 일어난 일입니다.

누에를 기르려면 하루에 한 번씩 뽕잎을 신선한 것으로 갈아주어야 하고, '응가'도 치워주어야 합니다. 이런 일을 할 때는 누에를 잠시 집에서 빼내야 합니다. 그런데 뽕잎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누에를 떼낼 재간이 없는 겁니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열 개는 될 법한 누에의 발 힘이 얼마나 센지 꽉 달라붙어 뽕잎에서 떨어지지 않습니다.

뒤집으면 될까 싶어 그렇게도 해 보았는데, 이 놈이 더 달라붙데요. 혹시 툭툭 털면 떨어질까 싶어 막 흔들었더니, 글쎄 자기도 놀랐는지 순간 몸을 확 비트는데, 그 순간에 누에가 제 손 끝에 닿은 겁니다.

'워메! 놀란 거.'

소름이 쫙 돋으며 얼마나 화들짝 놀랐는지 하마터면 누에를 집어 던질 뻔 했습니다.

아내는 무슨 남자가 그렇게 겁이 많으냐고 했지만, 그게 용기하고 무슨 상관입니까.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인데. 아마 딴 사람 같았으면 누에 집어 던졌을 거라며, 나나 되니까 이 선에서 끝난 거라고 큰 소리쳤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하면 몸서리쳐집니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아침, 저녁으로 이 놈을 쳐다봅니다. 밥 먹을 때는 식탁에까지 데리고 와서 아빠의 식욕을 떨어뜨립니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아침, 저녁으로 이 놈을 쳐다봅니다. 밥 먹을 때는 식탁에까지 데리고 와서 아빠의 식욕을 떨어뜨립니다. ⓒ 장희용
딸과 아들이 이 놈을 보면서 '잘 잤냐는 둥, 많이 먹으라는 둥'하면서 대화를 하고 애지중지 하는 것을 보면 키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청소를 하는 시간만큼은 정말 곤혹스럽습니다. 장갑을 끼어보기도 했지만 지난번에 당한 기억이 자꾸 생각나서 그런지 누에가 조금만 움직여도 흠칫 놀랍니다.

그래서 어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나무젓가락을 사용해 뽕잎에서 누에를 떼어 보았습니다. 결과는 성공하기는 했는데, 안 떨어지려는 누에를 억지로 떼어내려다 보니 꼭 누에가 다칠 것 같아 차마 다시는 못하겠습니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앞으로 청소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닭살이 돋네요.

아참, 그리고 청소는 그렇다치고 누에 때문에 한 가지 걱정이 더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세린이가 누에도 한 식구라면서 아침, 저녁으로 밥 먹을 때 꼭 식탁으로 누에를 데려옵니다. 자기 옆에 놓고는 밥 한 숟가락 먹고 "누에야, 밥 먹어", 밥 한 숟가락 먹고 "누에야, 밥 먹어" 합니다. 으~ 청소하는 것도 징그러워 죽겠는데….

"장세린! 밥 먹을 때 제발 누에 식탁으로 갖고 오지마! 징그러워서 아빠 밥도 못 먹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누에 때문에 행복주머니가 또 하나 생겼으니, 누에를 미워할 수는 없네요. 그리고 누에를 좋아하는 세린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고, 또 확인합니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고, 필요한 것은 문명이 아닌 자연이라는 것을, 그리고 결국 사람이 삶에서 무엇인가를 얻고자 한다면 그것은 바로 자연 속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누에 청소하는 법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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