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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신임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 이종호
신병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한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갈등을 겪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일 오전부터 고영구 원장의 사의표명 보도가 잇따르자 이날 오후에 노무현 대통령의 사의 수용 방침을 밝히면서, 나중에 기자들에게 익명을 전제로 "고 원장의 후임으로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유력하다"고 귀띔했다. 청와대측은 "권 보좌관이 '단수 후보'로 유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컨대 언론에서 '유력'으로 써달라는 얘기였다.

이처럼 권 보좌관이 '복수 후보' 중의 한 사람도 아니고 '단수 후보'로 유력하다는 보도가 2일 오후부터 청와대발로 나오자, 열린우리당 수뇌부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열린우리당 핵심 의원들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게 전화를 걸어 국정원장 인선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쪽에서 "인선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한 배경에는 유력한 후임자로 알려진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년 동안의 '의도적인 힘 빼기와 탈색'으로 정보활동 능력이 현저히 위축된 국정원을 추스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특히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북핵 위기 해결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닥쳤는데도 노 대통령이 고영구 원장에 이어 참여정부 2대 국정원장에도 권진호 보좌관 같은 '관리형 인사'를 기용하는 것은 사실상 국정원을 '방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위기의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공격적 대북 정보활동'을 통해 국정원을 북핵위기 돌파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하는 데 그렇게 하려면 '관리형 인사'보다는 적극적 정보활동을 독려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를 국정원장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및 집권 후반기 여권 관리를 위해서는 정치적 역량이 탁월한 '정치형 인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2일 아침 불교방송의 '아침저널' 프로그램에 출연해 "열린우리당에서는 외교안보팀의 새로운 방향이 어떻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냐"는 질문에 "사실 국정원의 역할이 과거의 부정적인 것들 때문에 상당히 너무 위축되어 있다"면서 국정원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원 의장은 "국정원이 정말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으로서 대북관계, 대외관계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 같고, 특히 무한 경쟁시대에 특히, 경제적 분야에 있어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데 있어서 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좀 더 강화되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이 든다"면서 "그와 연관지어서 이런 대외정책 전체 기조가 좀더 적극적으로 다시 정립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와 같은 당쪽의 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권진호 국정원장 카드'를 바꿀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대통령이 '권진호 카드'를 고수하는 데는 여전히 국정원 개혁과 과거사 규명 작업을 잘 관리해 나갈 인물이 필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인사추천회의가 끝난 뒤에 "국정원장이 청문회 대상이기 때문에 내정 발표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늘내일 사이에 국정원장 후보자를 발표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혀 주목된다.

김 대변인은 '유력한 후보'였던 권 보좌관의 인선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청문회를 앞두고 이것저것 봐야할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국정원장 인선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당측의 요청이 받아들여지거나 새로운 '검증사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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