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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에 따라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방이 각기 그 지역 발전에 유리한 공공기관을 유치하려 극심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경쟁은 각 지역의 정치권, 지방정부, 지역언론이 뒤엉켜 그야말로 난리법석을 연출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고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사회가, 그리고 한국사회의 각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의의와 그 입장 차이

[영남일보] 5월 24일 한나라 '보이콧' 재확인

▲ 매일신문 5월 18일
ⓒ 매일신문

▲ 영남일보 5월 24일
ⓒ 영남일보
두말할 것도 없이 공공기관 이전은 전국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이 전 인구의 47.6%, 공기업 본사의 85%, 100대기업의 92%를 차지할 만큼 과밀화, 비대화돼 갈수록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는 시책이다.

특히 지역경제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중추관리기능의 지방 배치가 필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산업과 기획기능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어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역 산업의 발전은 물론, 수준높은 생산자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이루어 각 지방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를 무섭게 쫓아오고 있는 중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개방의 전략을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라고 해서 개방 초기에 일부 지역이 집중적으로 개방의 효과를 누리는 단계에서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지역이 그 이익을 누리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서부대개발사업, 동북지역개발사업으로 개혁과 개방을 전 대륙으로 확산해가고 있다. 저 넓은 중국대륙의 경우에도 경제발전의 무대를 전 지역으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좁은 남한 지역이 극히 제한된 수도권만을 발전의 무대로 삼는 전략은 진작에 폐기했어야 했다.

이제 늦게나마 전국을 발전의 무대로 삼자는 데에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민주화된 사회만큼이나 그 여론 수렴은 쉽지 않았다. 특히 지금의 야당은 효율을 내세워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외면하였고, 급기야 이번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관해서도 행정구역 개편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함을 내세워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금 모든 지방이 생선을 앞에 둔 고양이처럼 하나의 이권 개념으로 주요 공공기관의 자기 지방 이전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그 원래의 취지는 아직도 어느 만큼 공감하는지 분명히 하고 있지 않고, 지방언론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수도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 뜬금없이 행정구역 개편 문제를 들고 나와서 부정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공당으로서의 전국 정당이 수도권의 저항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언론은 이 부분을 명확히 하였어야 했다.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 매일신문 5월 24일
ⓒ 매일신문

[영남일보]
5월 30일 TK 여·야, 공공기관 유치대책 '空空'
5월 26일 공공기관 이전 관련 野 지역의원. "정보가 없다" 무기력
5월 18일 한전유치 대책회의·총리실 방문 등 긴박감
[매일신문]
5월 24일 대사모 출범 지역 한나라 의원들 촉각
5월 18일 공기업 유치에 지역 의원들은 없다


지역균형발전정책,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단순히 정치권의 얘기가 아니라 이번 공공기관 배분과정에서 특히 대구경북지역에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야당이 공공기관 이전에 부정적 태도를 취하니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모두 이 지역출신인데 영향을 받아 다른 지역의 경우 총력으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지역정치권은 개점휴업상태에 있어 공공기관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 이달말 공공기관 이전 지역을 확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는 단 한차례 대책회의도 열지 않았다. 4월 임시국회가 폐회하자마자 상당수 의원들이 국회 상임위 차원이나 개인적인 이유로 외유에 나섰다. 지역 최대의 현안에 무심한 상태인 것이다.

반면 정치적으로 비슷한 구도에 있는 부산의 경우에는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공기관 배분에 대한 정부 방침이 보도되자, 긴급대책회의를 가지고 국무총리를 방문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대구경북지역과는 대조를 이룬 것이다.

지역언론에서는 지역정계가 야당이기 때문에 정보가 없어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으나 사실 정보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각 시점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지역 정계의 현주소인 것이다.

이렇게 손을 놓고 있다가 또 중앙정부에서 배분안이 확정되면 지역차별을 내세우며, 모든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기기 바쁠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오랜 시간, 치밀한 준비를 거쳐 획득한 결과를 우리 지역에서는 폄하하고 중앙정부 비난하는 것만으로 끝나버리는, 지역민에 대한 극도의 무책임함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가까운 사례로 경주 태권도 공원 유치 실패 전후 이런 태도를 목격한 바 있다. 지역 정치권과 그들을 선출한 지역주민의 투표성향을 이 시점에서 다시한번 개탄하게 된다.

거점도시로서의 대구시의 입장

▲ 영남일보 5월 27일
ⓒ 영남일보

[영남일보]
5월 27일 경북 "韓電포기 道公희망"
5월 19일 (사설) 공공기관 집중, 고려해볼 만하다


한편 대구시는 이번 과정에서 모처럼 경상북도와의 유기적 협력관계를 밝혀 행정구역 개편과는 별개로 이미 광역권을 염두에 둔 행정자세를 보였다.

한국전력이 경북으로 옮겨올 경우 대구시는 대한광업진흥공사 대구이전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산업연관을 생각할 때 가장 유리한 경상북도의 한전 이전을 지원한 것이다.

또 이전될 공공기관들은 시너지 효과를 위해 대구와 경북의 접경지역에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에서는 모처럼의 이러한 협조자세를 의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렇게 종래 대구와 경북이 서로 경쟁을 벌여 함께 손해를 보던 어리석음은 되풀이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뭔가 허전함을 금할 수도 없다.

주요 작업장이 많이 위치한 경상북도에 비해 중추관리기능을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대구시가 공공기관 유치에 점잔을 빼고 있으면 앞으로 거점도시로서의 대구시의 발전방향은 무엇인가? 경상북도와 불필요한 경쟁은 절대 피하되,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그것을 대구시의 경제 회생에 연결짓겠다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대구와 그 주변지역이 한국에서 보기드문 교육기관 밀집지역임을 고려한다면, 그 교육기관에서 배출되는 인력들이 옮겨오는 공공기관에 근무하면서 지역사회와 한국 사회 전반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여건을 대구시는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영남권 전반을 대상으로 관리기능에 관한 인력 양성과 관리업무에 관한 클러스터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한전의 지방이전이 '한전+2'라는 정책으로 정리가 되면서 한전을 유치하기 위한 상북도와 대구시의 오랜만의 협력자세도 성과를 맺지 못하게 되었지만, 대구시는 그 고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입장정리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전 희망기관이 한군데도 없었던 대구경북-어떻게 해야 하나?

[매일신문]
5월 2일 10대 공기업中 지역이전 희망 한군데도 없어
[영남일보]
5월 24일 수도권 게임업체 대구유치 성과 극히 저조
5월 17일 대구KBS 특집기획 '…대구를 팔자'


▲ 영남일보 5월 24일
ⓒ 영남일보
이번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하여 다시 한번 눈에 띄는 것은 지역에서의 유치노력뿐만 아니라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의 이전 희망 지역 조사이다.

5월 2일 건설교통부와 균형발전위원회의 국회 건교위 보고에 따르면 10개 주요 공공기관 가운데 대구·경북 이전을 우선적으로 희망하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주택공사와 광업진흥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충남, 토지공사와 도로공사는 충북, 관광공사는 충청권, 가스공사는 인천, 농업기반공사는 전북을 1순위로 꼽았다.

한전을 제외한 이들 10개 주요 공공기관 가운데 대구·경북으로 1순위나 2순위 이전을 희망하는 기관은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경북은 한국토지공사와 도로공사만이 3.4순위로 꼽았으며 대구는 한국관광공사만 4순위로 이전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게임산업 육성의 경우에도 수도권 기업들의 유치실적 저조로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단순히 그곳은 수도권이고, 여기는 거기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그런 것만도 아니다.

그 지역에서는 지리적 이점뿐만 아니라 게임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기숙사 제공 등 갖가지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데, 대구에서는 구호만으로 게임산업을 육성하려니 성과가 나지 않는 것이다.

대구 KBS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당신이 CEO라면 타지역에 있는 기업을 대구로 옮길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대구·경북 응답자 23.3%, 타지역 응답자 12.0%만이 이전 의향을 보였다.

이렇게 대구지역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로 설문조사의 응답자들은 대구의 경제적 기반, 교통물류 여건, 보수성, 정책지원 등에 부정적 견해를 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원인들 하나하나에 대한 지역사회와 지역언론의 꼼꼼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참언론 참소리 339>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언론개혁운동단체다. 지역사회 민주주의가 안착되기 위해서는 법제도적 장치 마련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정비하고 발전시킬 참언론의 존재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참언론 참소리>칼럼은 기존의 <참언론 대구시민연대 언론신경쓰기 칼럼>을 확대 개편했다. <참언론참소리>칼럼을 통해 개혁을 거부하고, 기득권층과 유착 그들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언론의 그릇된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사회 주요 이슈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재훈님은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이며, 참언론대구시민연대 공동대표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 / 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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