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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839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와이브로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작년 말 데이콤의 경우 당시 와이브로 사업은 1조원 이상의 투자에 비해 수요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이유로 아예 사업권 허가 신청을 포기했고, 올해 초에 사업권을 획득한 하나로텔레콤 역시 외국인 대주주가 와이브로 사업에 확신을 하지 못하면서 사업권을 포기했다.

이러한 사태 이후 한동안 조용하던 와이브로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지난 5월 19일 서울디지털포럼-월드ICT 서밋의 '유비쿼터스 사회를 위한 인프라 구축' 총회에서 해외 IT 전문가들의 거센 공격으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날 토론에 대한 기사를 정리해 보면 IT시장 리서치업체인 아이서플라이의 데렉 리도우 사장과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존 기어리 CMO가 문제 삼은 요점은 크게 아래의 2가지이며 이에 대해 KT이용경 사장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폐쇄적인 표준 규격과 그로 인한 해외진출 불투명

리도우 사장은 "한국은 시장이 작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이 한국의 표준을 따른다는 장담을 하기 어렵고 한국이 이러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802.16e 표준과 거의 동일한 규격을 채택했지만 다른 국가들이 802.20을 채택할 가능성도 크고 따라서 해외진출의 기회가 크지 못하다"라고 주장하며 현재의 단일 표준으로 간 것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용경 사장은 "CDMA도 일종의 '도박'이었지만 퀄컴과 같이 좀 더 영향력 있는 회사가 동참할 만한 주체를 찾아주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답변했다.

리도우 사장과 존 기어리 CMO 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와이브로를 추진하고 있지만 높은 구축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이 과연 얼마나 호응을 할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용경 사장은 한국에서 성공한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를 예로 들며 "다소 위험 부담을 안은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이 받아들인다면 한국 내수만으로도 시장이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 사람들이 통신에 사용하는 비용은 매달 200~250달러로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아직도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은 많다 "이라고 전망했다.

질문이 외국의 객관적인 시각을 또는 약간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충분히 물을 수 있는 것인데 반하여, 왠지 이용경 사장의 답변은 그리 준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투자비용이 와이브로에 비해 몇 십 분의 일에 부가서비스인 벨소리 다운로드를 전국적으로 망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과 비교해서 다소 위험 부담이 있다고 한 것이나, 우리나라 국민은 통신비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고 낙관적으로 본 것, 그리고 CDMA라는 도박을 성공했으니 와이브라는 도박도 성공할 수 있지 않느냐는 대답은 KT의 주주들인 국내외 투자자들이 듣기에 그리고 우리의 시도를 주의 깊게 바라보는 해외의 주요 통신사들이 듣기에는 조금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Intel과 같은 대형 업체가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02.16 계열에 대한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쉽게 내릴 수 없는 이유는 고정 무선에서 DSL/케이블모뎀/광통신 서비스와, 이동 무선에서는 저렴한 WiFi/이동성이 뛰어난 802.20/핸드폰에 최적화된 HSDPA나 HSUPA 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KT라는 국내 최대의 통신회사가 그리고 정보통신부가 강력히 밀어붙인다고 해서 이러한 경쟁구도가 바뀔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소비자들의 행태가 바뀔 수 있을 것인지는 많은 의문이 든다.

현재 비관적인 전문가들이 예측하듯이 몇 년 후 와이브로의 모습이, KT중심으로 가입자가 3~4 백만명도 안 되는 니치 서비스가 된다고 할 때, 과연 와이브로 정책을 지금처럼 가지고 가는 것이 국가적으로 옳은 것인지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덧붙이는 글 | www.skyventure.co.kr 에도 게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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