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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엄마. 엄마. 그냥 불러봤어."

이렇게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거나 들을 때 왜 콧등이 짠해지면 마음 한 구석엔 괜한 미안함이 일어나는 것일까. 보통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며, 지금도 그러할 것이라 믿는다. 적어도 엄마에게 효도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말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엄마>에서 주인공 엄마 역으로 분한 고두심씨는 자신의 어머니를 많이 떠올리며 연기를 했단다. 그러면서 참 많이 울기도 하고 그리워했단다. 분명 고두심씨 또한 자녀를 둔 어엿한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것은 왜일까.

특히 친정엄마라는 존재는 더욱 그러하다. 대개 딸이 성장하여 결혼을 하게 되면 친정에서 이것 저것 가져가기 일쑤이고, 늘 무언가 부탁하는 게 버릇처럼 몸에 배어 있다. 그러면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늘 그 부탁을 최대한 들어주려 노력하고, 자신이 힘들더라도 그렇게 한다. 이것이 엄마의 모습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며 엄마를 정신적 지주이자 신화 속의 인물로 여기며 하나의 우주로 받아들인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되고 자신도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면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자신의 모습과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 될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딸들은 엄마라는 존재를 다시 인식하게 되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며, 점점 그 사랑의 깊이를 알아가는 것 같다.

그런 우주 같은 존재를 친정엄마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이다. 이런 친정엄마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담긴 책이 있다. 바로 고혜정 작가의 <친정엄마> 에세이 집이다.

친정엄마는 산과 같은 존재이다. 늘 감싸주고 막아주고 꿋꿋이 버텨주는 산.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다 받아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로 꽉 찬 산. 늘 그 자리에 있는 산과 같은 존재, 그 존재가 친정엄마이다. - 노사연(가수)

친정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고 말 못했고 고마운 줄 알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 번 건네지 못했다. - 견미리(탤런트)


아버지한테 맞고 살면서도 자신이 없으면 딸이 당할 고통을 생각하며 꾹꾹 참았던 엄마, 서울로 유학 간 딸을 위해 철마다 무거운 보따리를 무거운 줄도 모르고 들고 올라왔던 엄마, 결혼을 반대하는 시어머니 앞에서 가슴을 쥐어뜯었던 엄마, 그렇게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딸을 제일로 사랑했던 엄마를 추억한 책이다. 부를 때마다 고맙고 가슴 아픈 엄마를 더없이 사랑스러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어렸을 땐 그저 무기력하게만 보았단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엄마가 싫어서 "차라리 죽어, 죽어버려 아니면 서울로 도망가 버려"라고 소리치자, 엄마는 "내가 없으믄 니가 고생이여, 엄마가 허던 일 니가 다 히야 헐 것 아녀? 빨래허고, 동생들 치다꺼리허고, 핵교도 지대로 갈랑가도 모르고, 나 고생 안 헐라고 내 새끼 똥구덩이에 밀어넣겄냐? 나 하나 참으믄 될 것을…"이라고 답했단다.

또 서울로 공부하러 올라가는 딸에게 라면 봉지에 꼭꼭 싼, 아버지 몰래 모은 동전을 내밀던 엄마, 딸이 서울로 올라간 뒤 내 새끼 빼놓고 차마 먹을 수 없다며 딸이 좋아하는 반찬을 먹지 못했다는 엄마, 딸이 얼마나 고생하고 썼을까 라는 생각에 심장이 떨려 딸이 쓴 프로그램을 한번도 보지 못했던 엄마. 이렇게 작가는 지난 세월 속 엄마의 일화들을 풀어놓는다.

저자는 직업은 방송작가이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엄마 이야기는 잘근잘근 가슴을 씹는 매력이 있다. 걸러지지 않은 문체로 짚어가는 엄마와의 뜨거운 기억들이 눈물을 삼키게 한다. 그러나 반대로 딸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도 언제나 해준 게 없다는 엄마, 이런 모습에서 독자들은 지겨울 수도 있다.

엄마의 희생이 이젠 당연한 의무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바빠 언제나 엄마를 뒤로 밀어놓아야 했던, 그래서 늘 엄마에게 미안했던 딸들에게 엄마와 함께 나누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세상의 딸뿐 아니라 아들도 함께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친정 엄마 - 증보2판

고혜정 지음, 나남출판(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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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순간순간을 말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지 얼마 되지도 못했지만 제 나름대로 펼쳐보고 싶어 가입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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