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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9일 부산 서구 완월동 성매매 집결지 입구에서 완월동 상인 50여명이 성매매여성 문화축제 준비차량 진입을 막아서고 있다.
ⓒ 정연우
"상가(喪家)집에 잔치가 웬 말이냐!"

29일 오후 1시. 부산시 서구 속칭 '완월동'이라고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 입구에 행사용 화물차량 진입을 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완월동에서는 이날 부산 성매매피해여성지원상담소 '살림'과 성매매여성 모임인 '해어화'가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문화축제를 열기로 했다.

'언니야, 놀자'라는 이름의 이번 행사는 여성부가 탈성매매 프로젝트 시범지역으로 선정한 완월동에서 하루만이라도 성매매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휴일과 함께 그들만의 문화 축제를 만들고자 하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었다.

완월동 상인들, 집결지 입구에서 집회, 행사준비 막아

하지만 완월동 주변 상인들의 입장은 달랐다. 거리에 나온 50여명의 상인들은 "우리들과 아무런 의논도 하지 않은 채 축제를 진행하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며 행사준비 차량의 통행을 막아선 것이다.

이 때문에 행사관계자들과 상인측 사이에선 행사 준비를 두고 여러 차례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에서 부상자가 발생, 구급차가 오기도 했다.

또한 행사관계자측 전시기획자인 정임영미(26)씨는 상인들이 행사차량을 막는 가운데 상인 한 명이 바지를 벗는 등 추태를 부리는 것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기자에게 "완월동이 생긴 이래 성매매 업소 업주와 여성들의 동의를 얻어 최초의 휴일을 만들었는데, 왜 상인들이 나서서 반대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완월동 상인측, "상가에 잔치가 웬 말이냐, 이해할 수 없다"

완월동 주변 상인들의 모임인 '충·초 상인대책위원회' 서충민(46) 위원장은 자신을 '10년동안 완월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해 온 영세상인'이라고 소개한 뒤 "완월동 주변 상인들은 그동안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인해 개인당 수천만원의 빚을 질만큼 상황이 안 좋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다른 곳에서 축제가 열리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 같은 상황의 지역 상인들을 무시하고 완월동 내에서 문화 축제를 연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에게 "차라리 지역 상인들의 어려움에 대한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며 "언론에 성매매 여성만 나왔지, 완월동 주변 상인들의 생활이 보도된 건 한 차례뿐"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상인대책위원회' 상인들은 축제가 열릴 것에 대비, 지난 26일 서부경찰서에 미리 완월동 지역에 한 달간 집회를 신고했으며 이날 축제 예정 장소 길목을 차지해 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양측 10시간 넘게 대립, 성매매여성 문화축제 결국 무산
여성단체 '살림', "상인들 폭력행위 방관한 경찰 책임져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양측의 실랑이는 결국 경찰측의 중재에도 불구,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이지 못한 채 행사는 무산되고 말았다.

▲ 완월동 입구에 붙은 상인들의 플래카드
ⓒ 정연우
축제를 준비한 부산 성매매피해여성지원상담소 '살림'의 정경숙 소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몇 달간을 공들여 준비한 행사가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하며 "우리들보다 이곳 언니들에게 더 미안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 소장은 또한 "우리측 상담원들과 자원 활동가들이 상인들의 폭력에 다치도록 방관한 경찰의 태도가 문제 있다"고 지적한 뒤 "이는 경찰의 직무유기며 여기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동안 부산 성매매피해여성지원상담소(http://wom-survivors.org)는 여성부로부터 2600만원의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아 '언니야, 놀자' 문화축제를 성매매여성들의 인권과 그들만의 진정한 축제로 만들기 위해 언론에도 알리지 않은 채 조용하게 준비해 왔다고 한다.

여기에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 전시작품을 준비해 왔고 성매매 여성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과 영화상영 등 각종 프로그램이 이날 오전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편 부산 성매매피해여성지원 상담소 '살림'은 이번 사태로 행사가 무산된 것에 대해 최종입장을 정리해 대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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