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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 모습
개회식 모습 ⓒ 성락
지난 25일 전국 32개 농민단체 체육대회가 열렸다. 농업기반공사 대운동장에서 열린 이날 체육대회는 농민단체 대표 및 실무자들이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심신을 단련하는 의미 외에, 분열되었던 농민단체간 화합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측면에서 매우 뜻깊은 행사로 평가됐다.

세계무역기구(WTO) 및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산물 협상,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산물 시장개방을 둘러싼 긴박한 상황하에서, 농민단체간 이해관계의 차이 등으로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을 수습하지 않고는 결코 냉엄한 국제경쟁에서 농업을 지켜낼 수 없다는 위기감을 공유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참가자를 격려하고 있는 박홍수 농림부 장관(좌측)
참가자를 격려하고 있는 박홍수 농림부 장관(좌측) ⓒ 성락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체육대회에는 32개 농민단체에서 170여명이 참가했다. '농업' '농촌' '농민' '만세' 등 4개 팀으로 구성, 축구, 피구, 족구, 줄다리기, 훌라후프 등의 경기를 벌이며 연대의식을 확인했고, 각 단체에서 마련한 기념품을 추첨으로 교환하며 유쾌한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박홍수 농림부장관, 손정수 농촌진흥청장 등이 행사장을 찾아 격려했으며, 대통령 자문기관인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황민영 위원장은 직접 경기에 참여하는 등 많은 농업계 인사들이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슛' 축구경기 장면
'슛' 축구경기 장면 ⓒ 성락
예상과 달리 각종 경기마다 수준 급 '선수'들이 모처럼 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각 단체 사무총장(전무) 또는 간부직원들로 비교적 연령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농민운동에서 평소 보여주던 열정에 못지 않은 투지를 보여줬다.

이날 경기 중 백미는 '농촌'팀과 '농민'팀이 격돌한 족구 결승전. 예선을 가볍게 통과한 양 팀은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의 백중한 실력을 각각 발휘하며 끝까지 양손에 땀을 쥐게 했다.

'농촌'팀은 비교적 젊은 선수로 구성됐고 탄탄한 수비력을 갖추었다. 반면 '농민'팀은 노련미를 갖춘 노장선수들로 구성돼 대조를 보였다. 첫 세트는 공격력 우위를 보인 '농민'팀의 일방적 승리.

"받아라!"- 족구 농민팀 주공격수
"받아라!"- 족구 농민팀 주공격수 ⓒ 성락
그러나 전열을 정비한 '농촌'팀은 둘째 세트에서 특유의 조직력과 체력을 바탕으로 '농민'팀을 공략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기를 잡은 '농촌'팀은 셋째 세트에서도 4:0, 6:2 등으로 앞서가며 기세를 올렸고, 체력의 열세를 보인 '농민'팀은 공격수를 바꾸어가며 안간힘을 썼지만 그대로 무너지는 듯 했다.

분위기 반전은 13:6으로 '농촌'팀이 승리를 2점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잠깐의 작전 시간을 가진 '농민'팀 선수들은 마지막 투혼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지켜보는 응원단의 함성도 이에 가세했다.

결국 13점에서 묶인 '농촌'팀은 역전을 허용했고, 한 차례의 듀스 끝에 결국 '농민'팀이 16:14로 대 역전극의 막을 내렸다. 응원단과 선수들은 함께 얼싸안고 짜릿한 역전승의 감동을 만끽했고, 상대팀은 노장 선수들의 투혼에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 줄다리기
'젖먹던 힘까지 다해'- 줄다리기 ⓒ 성락
우리 전통 민속경기인 줄다리기도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졌다. 각 팀별 구성원 대부분이 참여한 줄다리기는 특유의 밧줄 신경전이 재연되며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줄다리기는 사이버농업인연합회 소속 농민회원이 많은 '농민'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훌라후프는 여성들을 위한 경기인 듯 했으나, 실제로는 많은 남성 선수들이 참가, '만세'팀 소속 남자선수가 우승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남자들이 더 잘해요"- 훌라후프
"남자들이 더 잘해요"- 훌라후프 ⓒ 성락
4개 팀 중 단연 우세한 경기력을 보인 팀이 바로 '농민'팀. 농업기술자협회, 사이버농업인연합회, 신지식농업인회, 단미사료협회, 양록협회, 농가주부모임, 생활개선중앙회 등 단체로 구성된 '농민'팀은 족구와 줄다리기 우승, 축구 준우승으로 종합점수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시간관계상 계주 및 2인3각 경기가 취소됨에 따라 종합순위를 정하지 않기로 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한편에선 막걸리 파티가 벌어지고
한편에선 막걸리 파티가 벌어지고 ⓒ 성락
그러나 참가자 모두 승리자가 되어 서로 축하를 건네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면서 이날 행사의 의미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폐회식과 행운권 추첨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는 흥겨운 즉석 춤판이 벌어지기도 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여건과 설상가상으로 닥쳐오는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한 상황을 보내고 있는 농민단체들에게 이날 체육대회는 비록 순간이지만 시원한 빗줄기 같은 후련함을 맛보게 했다.

승리를 자축하는 한바탕 춤판
승리를 자축하는 한바탕 춤판 ⓒ 성락
체육대회를 주도한 엄성호 농민단체협의회장은 "산적한 농업현안들을 한 목소리로 풀어나감으로써 우리농촌 농업을 살리는 농민 대화합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이날 농민단체 체육대회를 평가했다.

'농업, 농촌, 농민, 만세!'의 힘찬 외침소리가 농업기반공사 대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뜻깊은 농민단체 체육대회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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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지키며 각종 단체에서 닥치는대로 일하는 지역 머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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