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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텃밭에 자라고 있는 배추에요. 모종을 사서 심을 땐 한 뼘 정도도 넓었는데, 지금은 너무 좁아요. 그래서 서로 이파리들끼리 부딪히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나 걸러 한 포기씩만 줄로 묶어 주었어요. 이렇게 하면 아무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요.
집 앞 텃밭에 자라고 있는 배추에요. 모종을 사서 심을 땐 한 뼘 정도도 넓었는데, 지금은 너무 좁아요. 그래서 서로 이파리들끼리 부딪히지 않고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나 걸러 한 포기씩만 줄로 묶어 주었어요. 이렇게 하면 아무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요. ⓒ 권성권
그런데 배추가 잘 자라서인지 문제가 생겼다. 이파리들끼리 서로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모종을 살 때만 해도 한 뼘 정도만 띄워서 심으면 되는 줄 알았다. 모종을 파는 가게 아저씨가 그렇게 말해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배추가 크고 보니 한 뼘은 너무 비좁았던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뼘하고도 반 정도는 더 띄워서 심었을 걸….

아쉬워하거나 뉘우쳐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이파리들끼리 달라붙어 있는 것을 띄워주기로 했다. 하나 걸러 하나씩 줄로 돌돌 묶어줬다. 쌔게 묶으면 배추 이파리들이 아파할 것 같아서 가냘프게 묶었다. 그저 옆으로만 뻗지 않게 붙잡아 주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하고 봤더니 어느 정도 괜찮은 듯 했다. 서로 옆구리를 찔러대는 걸 어느 정도 띄워 놓았기 때문이다. 위로 가지가 뻗을 수 있도록 치켜세워 줬기 때문이다. 좀 더 커 봐야 할 것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좋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해서 배추가 잘 자랄 수 있는 길을 다 터주었다. 하나 걸러 한 포기씩만 해 주었지만 그것도 꽤나 됐다. 그래서 그런지 허리도 조금 아파왔다. 아픈 허리를 살며시 펴며 그것들을 모두 보는데 무척 부자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문뜩 그런 생각이 밀려 왔다. 이렇게 하나 걸러 한 포기씩만 해 주면 안 해 준 것들이 섭섭해 하지 않을까, 자식들이 여럿 있는 집안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어떤 아이는 해 주고 또 다른 아이는 해 주지 않는다면 몹시 서운하게 생각하겠구나….

이른바 ‘편애(偏愛)’라는 것을 생각해 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자식들 쪽에서 보는 것이고, 부모 쪽에서는 또 다르지 않겠나 싶다. 이를테면 자식들 하나하나에게 맞는 사랑을 해 주는 것. 모두 똑같이 해 주는 게 아니라 따로따로에게 맞는 사랑을 베푸는 것….

그래서 야무진 아이는 잘 자란 배춧잎처럼 그 가지만 잘 터주면 될 것이다. 또 아직 덜 자란 아이는 더 자라야 할 배춧잎처럼 그저 마음껏 크도록 놔두면 될 일이다. 그리고 형제나 자매끼리 자리싸움도 할 수 있을 테니, 그럴 때면 그 사이만 띄워주고 풀어주면 될 일이다.

배춧잎을 묶어 주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까닭이 있을까? 아마도 보름 안팎이면 태어날 둘째 아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하나 밖에 없을 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둘이 된다는 생각에 조금은 보는 눈이 달라진 듯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둘을 편애하지 않고 따로따로에게 맞는 사랑을 베풀어 줄 수 있을지…. 그저 그 눈이 조금씩 더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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