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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김희정 의원은 최근 약진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인터넷 역량에 1등 공신으로 꼽힌다.
17대 국회 최연소 의원인 김희정 의원은 최근 약진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인터넷 역량에 1등 공신으로 꼽힌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금년 들어서 한나라당의 변화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분야로 사이버홍보 분야를 들 수 있다. 5월 1일자로 홈페이지 방문자수가 한나라당이 1위로 올라선 것은 당 사이버 홍보사상 일대 획을 긋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25일 당직자회의에 참석한 김무성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당 디지털위원회(위원장 김희정 의원)의 노고를 이처럼 치하했다. 김 총장은 이어 "열린우리당은 인터넷 역량의 위기감을 느끼고 최근 홈페이지 전면개편과 지식기반 정당구축에 착수했다"며 당 사이버 홍보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이면에선 안도의 한숨소리도 들린다. 당 사무처와 디지털위원회 간의 '잡음'을 지켜본 한 의원은 "천만다행이다, 하마터면 한나라당 디지털사업 다 말아먹힐 뻔했다"며 "김희정이 옳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희정이 옳았다"

학생들의 등록금 38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로 구속된 황인태(서울디지털대학교 부총장)씨는 박근혜 대표의 유일한 특보였다. '측근 정치를 안하겠다'며 특보를 두지 않았던 박 대표도 디지털 특보만큼은 둘 정도로 '디지털 정당화' 사업에 각별한 애착을 가졌다.

그러면서 영입된 인물이 황인태씨다. 황씨는 알려진 대로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2003년 당대표 경선에서 최병렬 후보를, 또한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당대표 경선에서 홍사덕 후보를 외곽에서 측면 지원한 인물.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들 정치인을 위해 3∼4억원 가량을 썼다고 진술했다.

디지털 마인드에 뒤떨어진 한나라당으로서는 사이버대학 경영의 선두주자인 황씨의 접근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황씨는 굵직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들 정치인을 위해 나서서 돈을 썼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국회의원 공천으로 이어갔다.

17대 총선에서 자신이 노리던 서울 요지의 지역구인 서초갑에 지원했으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겨우 비례대표 24번에 배정받았으나 당선권 밖이었다. 현재 비례대표 승계 2위자다. 그렇게 한동안 공백기를 갖다가 황씨는 그 해 11월 김형오 사무총장의 추천으로 박근혜 대표 특보로 임명되었다.

문제는 올초 한나라당이 디지털사업에 대한 개편작업을 단행하면서 불거졌다. 신임 사무총장인 김무성 의원과 디지털위원장인 김희정 의원 간의 갈등은 기자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었다.

네티즌 선거에서 뽑힌 김희정 디지털위원장은 황씨가 미덥지 않았다. 디지털마인드부터 달랐다. 첫 회의에서 좁혀지지 않은 거리를 확인한 김 의원은 황씨에 대해 "일을 같이 할 사람이 못된다"고 판단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초 단행된 외부인사 영입에서 황씨측 인사인 서울디지털대학의 행정직원 두 명이 디지털정당팀 팀장과 직원으로 발령이 나면서 디지털위원회와 사무처간의 갈등은 증폭됐다. 원칙적으로 사무처 내 인사이기 때문에 김무성 총장의 권한에 속하지만, 김희정 위원장은 공채 영입을 주장하며 '낙하산 인사'에 반발했다. 결국 김 위원장과 디지털정당팀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이들의 임명은 취소되었다.

고전분투하는 디지털위, 억대 프로젝트 가져오는 황인태

지난 2월 28일 오전 한나라당 운영위원회의에서 김희정 디지털정당위원장이 3.1절을 맞아 태극기를 온라인상에 게양하는 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오전 한나라당 운영위원회의에서 김희정 디지털정당위원장이 3.1절을 맞아 태극기를 온라인상에 게양하는 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하지만 의문점은 남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별다른 예산지원이 없던 디지털위원회가 고전분투하고 있던 반면, 황인태가 가져오는 프로젝트는 억 단위를 넘어섰다"며 "사무처 직원들 사이에서 황씨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고 지도부의 신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씨는 박 대표와 김 총장 등 '비선'을 통해 자신의 구상을 전달했고, 디지털위원회와는 평행선을 그었다. 선출직인 김 의원 역시 "당 디지털 사업은 내가 책임자"라며 독자 행보를 걸었다.

지도부는 원내정당화, 정책정당화와 함께 당 3대 비전으로 꼽히는 디지털정당화 사업을 '초선'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었다. 황씨는 전여옥 대변인, 유승민 비서실장, 박형준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등과 함께 박 대표를 독대하는 몇 안되는 '직보 라인'으로 꼽히면서 "박 대표의 측근그룹으로 부상하는 것 아니냐"는 눈길을 받았다.

그러다가 3월초 황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전여옥 대변인은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벌여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 디지털 특보직의 사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황씨가 구속되기 8일 전, 박 대표 특보직을 사임하면서 큰 불똥은 차단되었다.

터져나온 황인태 비리, 역풍 차단 안간힘

최병렬, 서울디지털대학 이사

최병렬 전 한나라당 총재가 서울디지털대학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재단법인 '디지털스쿨'로 되어 있는 이 학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최 전 총재는 2001년 10월 이사로 취임했다.

서울디지털대 공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황인태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2003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최병렬 후보를 위해 2억원을 썼다고 진술했지만 최 전 총재측은 이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그중 2천만원은 후원금의 형태로 건네졌다고 밝혔다.

최 전 총재 외에도 박세일 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조규향 방송통신대 총장, 김성훈 상지대 총장, 엄영석 전 동아대 총장, 김인호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학계 및 정관계 유명 인사들이 황인태씨와 함께 이 학교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반면 그 즈음, 한나라당 디지털 사업은 승전보를 울리고 있었다.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인터넷 순위 사이트 '피안'에 따르면 "한나라당 홈페이지 개편 이후 방문자 수가 꾸준히 상승해 정당분야 1위를 차지했고 점유율도 50%를 넘어섰다"고 디지털위원회는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이에 대해 "우리가 1등"이라고 맞섰지만, 대선과 총선 당시 정당 홈페이지중 '꼴찌'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황인태 횡령 사건'이 터지고 가장 놀란 것은 김희정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변화가 네티즌의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이 때 사건이 터져 노심초사했다"며 "황씨가 한나라당 디지털 사업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다"고 역풍을 차단했다. 또한 모처럼의 성과가 황씨로 인해 퇴색되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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