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춘천마임축제는 급조된 축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문화축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태생부터 순수하게 지역문화기획자와 문화예술인들이 만들어낸 만큼 그 열정과 자생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축제들의 올바른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기도 하다. 사진은 이번 마임축제에 참가하는 캐나다팀인 극단 '뱀'의 '파란통을 두드려라'의 한 장면
춘천마임축제는 급조된 축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문화축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태생부터 순수하게 지역문화기획자와 문화예술인들이 만들어낸 만큼 그 열정과 자생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축제들의 올바른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기도 하다. 사진은 이번 마임축제에 참가하는 캐나다팀인 극단 '뱀'의 '파란통을 두드려라'의 한 장면 ⓒ 춘천마임축제 제공
안개의 도시 춘천과 마임은 숙명적 결합이다. 호수의 물분자들이 제 자리가 아닌 허공을 떠돌며 만들어내는 안개의 속성처럼 마임도 연극적 요소를 가지고 자신만의 몸짓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적시니 말이다.

그러니 춘천에서 마임축제를 한다는 것은 공지호가 생기고 소양호, 의암호가 생기고 안개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 춘천의 생래적 변화만큼이나 숙명적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춘천마임축제는 지난 1989년 춘천에 거주하는 예술인과 기획자들이 중심이 돼서 만들었다. 올해로 17회를 맞는다. 순수하게 지역예술인들이 만든 행사이니만큼 자생력 또한 대단하다. 그 첫 걸음이 순수공연에 대한 열정에서 시작되었으니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와 마니아들의 애정까지 합친다면 깊이 뿌리를 내리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춘천마임축제가 본격적으로 축제로서 전환기를 맞은 것은 1994년부터다. 그동안 예술인들이 어렵게 꾸려오던 축제를 93년, 춘천시가 전국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마임축제 측에 손을 내민 것이다.

축제 전반적인 것이 아니고 예산 지원 등 작은 부분이지만 그래도 자치단체가 후원으로 나서 준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춘천마임축제는 94년부터 미국, 일본 등 국외 마임팀을 초청하고 국제적인 행사로서의 축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한다.

95년부터는 그 명칭도 '춘천국제마임축제'로 바꾸고 참가국도 캐나다, 홍콩, 네덜란드, 러시아, 뉴질랜드, 폴란드 등 세계 다양한 나라로 확대된다. 96년에는 일본과 정기적인 교류를 체결하고 99년에는 세계적 마임축제의 하나인 프랑스 미모스마임축제 예술감독을 초청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썼다.

이번 행사는 축제의 재미와 마임의 예술성을 적절히 배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한국팀인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이번 행사는 축제의 재미와 마임의 예술성을 적절히 배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한국팀인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 ⓒ 춘천마임축제 제공
2002년에는 프로그램을 통한 다양한 실험으로 미래 축제 모델을 제시하고 운영 조직도 사단법인 춘천마임축제(이사장 박용수, 예술감독 유진규)로 변경, 전문예술단체로 자리를 잡는 변화를 꾀했다.

또 축제 자체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밤샘공연인 '도깨비난장'을 기획하고 고슴도치 섬, 춘천시내 등지에서 독특한 야외공연을 시도했다. 청량리 역에서 춘천을 오가는 도깨비열차도 운행해 서울과의 인접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잠재적 관객들에게 손을 내밀어 축제의 장까지 이끌어냈다.

소년원이나 청각장애인학교, 교도소, 병원 등지를 다니는 일명 택배공연을 통해 소외된 관객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이런 노력과 변화 결과 춘천마임축제는 춘천 MBC가 주는 황금반달곰상 수상(2003년 수상)과 함께 4년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문화관광축제로 뽑혔으며 참가하고 싶은 축제 1위(2003년 강원도 홈페이지 설문조사), 관객이 뽑은 전국 베스트축제, 문화예술분야 최우수축제 선정(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조사), 강원도 축제평가 1위 등의 화려한 경력을 안게 됐다.

특히 유일하게 공연예술축제로서 문화관광부 우수축제로 선정됐다는 것은 춘천마임축제를 처음부터 만들고 이끌어왔던 예술인들과 기획자들에게는 어려운 가운데 축제를 이끌어온 자부심이기도 하다.

춘천마임축제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로 세계에서 제일 뛰어난 마임축제를 위해 매진하는 것이다. 그래서 늘 고민하는 것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예술적 이상을 어떻게 관객에게 현실로 던져줄 것인가?'와 '공연성과 축제성을 어떻게 안배할 것인가?'이다.

춘천마임축제 운영진들은 마임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어가기 위해 국제적인 행사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다. 사진은 영국팀 '미러드미라지'의 '수직선'
춘천마임축제 운영진들은 마임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어가기 위해 국제적인 행사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다. 사진은 영국팀 '미러드미라지'의 '수직선' ⓒ 춘천마임축제 제공
추구하는 예술성과 축제의 재미를 공유한다는 것만큼 어렵고도 의미있고 신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고민은 늘 춘천마임축제 운영진을 지배한다. 그래서 주중에는 극장공연 중심과 예술가들의 워크숍 등등 마니아 중심으로, 주말에는 주로 일반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관객 중심의 즐거운 축제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특히 주말에는 춘천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섬과 호수를 무대로 이미지와 연극, 무용, 설치 퍼포먼스 등을 가미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 프로그램들을 많이 준비했다. 이와 함께 신진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는 장을 마련하는 등 마임이스트 양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 뒤에는 분명 유진규씨를 비롯해 초창기부터 춘천마임축제를 위해 노심초사 뛰어다녔을 지역예술인들의 열정이 있다. 아름다운 몸의 언어 '마임'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 그들의 몸짓이 보고 싶다.

2005, 다시 마임의 열기로... 5월 23~29일까지

올해 춘천마임축제는 5월 23일부터 5월 29일까지 1주일간 춘천 마임의 집을 비롯해 봄내극장,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인형극장, 고슴도치섬 등 춘천 일대에서 열린다. 국내 70여 마임극단과 공연단체와 독일, 벨기에,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국외 6개국 10개 극단이 참여한다.

영국 데이비스 글라스 앙상블의 '이탈', 프랑스 라 미르 브아뗄의 '후스의 사람' 등 수준 높은 해외공식초청작 공연, 국내 야외 공모선정작 공연을 비롯해 국내외 젊은 작가들의 자유로움을 느껴볼 수 있는 도깨비어워드 등이 준비돼 있다.

춘천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 축제와 접목시켜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사진은 고슴도치섬에 설치될 '휴, 빛의 집' 내부 모습
춘천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 축제와 접목시켜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사진은 고슴도치섬에 설치될 '휴, 빛의 집' 내부 모습 ⓒ 춘천마임축제 제공
또 아시아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아시아나우(AsiaNow)는 유럽 마케팅을 위한 아시아 마임의 새로운 시도로 아트마켓을 축제에 도입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고슴도치섬에서 하는 도깨비난장은 낮부터 새벽까지 공연과 설치 및 전시, 체험, 아티스트 벼룩시장 등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가 2일 동안 이어지는, 말 그대로 자유공연의 멋을 한껏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도깨비열차를 이용하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외에 전문 마임 워크숍과 세계 공연예술의 흐름을 짚어보는 학술프로그램과 영국의 공연과 문화를 다양한 형식으로 소개하는 기획프로그램인 영국주간도 마임축제의 전문성을 느낄 수 있는 행사다.

※ 문의 : (사)춘천마임축제 사무국 033-242-0585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소식지 'expo문화사랑' 5월호에도 게재됐음을 밝혀둡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상식을 가지고 사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