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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돌담과 황톳길
청산도 돌담과 황톳길 ⓒ 서재후
청산도 당리 마을의 보리밭길을 걸으면 영화 <서편제>에서 유봉이 덩실덩실, 너울너울 춤을 추며 진도 아리랑을 불러 젖히는 장면이 생각난다. 이번주에는 나지막한 돌담과 보리밭 그리고 바람이 잘 어우러져 있는 아름다운 청산도에 빠져보자.

청산도 주변의 이름없는 외로운 섬
청산도 주변의 이름없는 외로운 섬 ⓒ 서재후
바다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내달려 완도에 도착했을 땐 봄날 오후의 햇볕이 기분 좋게 나른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배를 기다리는 몇 시간 동안 바람이 세지고 갑자기 날씨가 흐려진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여행지에서 종종 벌어진다. 바람이 많은 곳이니 아무리 봄이라도 춥다. 미리 우산과 점퍼를 챙기는 것이 좋다.

포근하게 안아주고 싶은 청산도의 황소
포근하게 안아주고 싶은 청산도의 황소 ⓒ 서재후
청산도는 아직도 예스러움이 남아 있는 섬이다. 아직도 누렁 소를 앞세워 밭을 간다. 산비탈을 일구어 다락논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경운기나 그밖의 농기계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황톳길을 따라 봄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길을 거닐면 아름다운 장면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일행이 급하게 재촉한 터라 누렁이를 앞세우고 논을 일구는 그 예쁜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 생각하면 자다 벌떡 일어날 만큼 아쉽다. 이처럼 아름답고 예쁜 섬이지만 이면에는 이곳만의 고단한 삶이 있다.

시집갈 때까지 쌀 서말 먹기 힘들다

청산도는 돌과 바람이 많은 섬이다. 집의 담장, 보리밭의 돌담장도 자연스레 청산도의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데 한몫을 한다. 워낙 가진 것 없는 섬인지라 이곳에서의 생활은 무척이나 척박해 보인다. 돌섬이라 물이 고이지 않고 빠져버리기 때문에 땅도 비옥하지 않다. 그래서 유난히 퇴비더미가 눈에 많이 띄인다.

청산도에서 바라본 풍경
청산도에서 바라본 풍경 ⓒ 서재후
이곳의 논을 구들장 논이라고 하는데, 구들장 같이 넓은 돌을 깔고 그 위에 다시 흙을 올려 다져 만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논이라 흙의 두께에도 한계가 있어 깊이 쟁기질도 하지 못한다.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물을 모으기 위해서는 돌로 축을 쌓고 바닥에 'Y'자 모양으로 돌을 얹는다. 계단식(다락논)으로 논을 만들어 빗물이 돌판을 따라 위에서 아래쪽 논으로 계속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악조건이었기 때문에 농부들은 이모작을 해야 한다. 그만큼 부지런해야만 살 수 있다. '청산도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 쌀 서말 먹기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보리밭길 옆으로 돌로 쌓아 놓은 듯한 돌담은 이 척박한 곳에서 땅을 일구며 돌을 골라낸 것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던 것이 현재는 살살 꼬리 치며 달아나는 예쁜 모양의 돌담으로 남았다.

넘실거리는 청산도의 청보리밭
넘실거리는 청산도의 청보리밭 ⓒ 서재후
영화 <서편제> 초가가 그대로

청산도는 영화 <서편제>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청산도 당리 마을은 아름다운 보리밭 황톳길 위에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진도 아리랑을 걸쭉하게 뽑아 올리는 명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다.

당리 마을에는 유봉일가가 쓰던 초가집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툇마루에 박제인형이 집을 지키고 있다.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지만 앞마당에서 판소리 한판 벌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리만 된다면 더 바랄 것 없는 호사가 되겠지만.

집과 자연스레 어우러진 돌담장
집과 자연스레 어우러진 돌담장 ⓒ 서재후
청산도의 당리 윗마을인 읍리에는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이 있다. 약 20기 정도의 고인돌이 있다고 하는데 현재는 3기 정도만 남아 있다. 고인돌 옆에는 하마비가 있는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주위에 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라 한다. 하마비는 누구든지 이곳부터는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추라는 뜻의 비석으로 아름다운 무형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청산도는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고 초록의 보리밭길과 돌담의 조화가 아름다운 4월 5월경에 찾는 것이 좋다. 1박2일은 좀 짧고, 여유가 된다면 2박3일 정도로 일정을 잡는 것이 좋겠다.

찾아가는 길

전남 완도에서 남쪽으로 19.2km 떨어진 다도해 최남단 해역의 청산도는 5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 지역으로서 청산도 본도를 비롯하여 여서도, 대모도, 소모도, 장도로 이루어져 있다.

청산도는 하늘, 바다, 산 모두가 푸르다 해서 '청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섬으로, 자연경관이 유별나게 아름다워 옛날부터 청산여수라 불렸고, 지금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보존되고 있다.

교통은 비교적 간단하여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완도까지 갈 수 있다. 완도에서 정기 운행되고 있는 고속페리를 타고 약 1시간쯤 가면 된다. 물론 승용차도 같이 실을 수 있다. 대중교통편도 잘 되어 있어 고속버스를 이용해도 편리하다.

덧붙이는 글 | 저의 개인 블로그에 오시면 그동안 다녀왔던 곳의 허접 사진들을 볼수있습니다.
<블로그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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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잊고 살았던 꿈을 조금이나마 실현해보기 위해서라면 어떨지요...지금은 프리렌서로 EAI,JAVA,웹프로그램,시스템관리자로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어렸을때 하고싶었던일은 기자였습니다. 자신있게 구라를 풀수 있는 분야는 지금 몸담고 있는 IT분야이겠지요.^^;; 하지만 글은 잘 쓰지못합니다. 열심히 활동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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