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찌들어 피곤하게 살아가다 보면, 특히나 도회지의 답답한 빌딩 숲 사이에서 하늘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다보면,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리울 때가 많다. 이럴 때 넓디 넓은 풀밭 위에 예쁜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그 사이로 말들이 여유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목장에 가보는 건 어떨까?
하지만 목장하면 떠올리게 되는 강원도 평창의 대관령목장을 가기에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곳이 있다. 서울을 벗어나 조금만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자연목장인 '원당 종마목장'이 바로 그곳이다.
경주마 육성과 사육을 위해 조성된 종마목장은 11만평의 푸른 풀밭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드라마나 영화는 물론 CF의 촬영장소로 자주 이용되는 곳이지만, 사진작가 등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곤 이곳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마침 요즘 한창 풀이 잘 자라나 있어 멋진 풍광을 선사하고 있기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대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원당 종마목장을 소개해 본다.
이곳에는 주차장이 따로 없어 주말에는 좁은 진입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하기 쉽기 때문에 평일에 시간을 쪼개 다녀오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평일인데도 종마목장 사택부터 정문까지의 '은사시나무길'은 주차된 차량으로 빽빽이 차 있었고, 원두커피를 파는 이동차량까지 목장을 찾은 행락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종마목장 정문 옆에는 조선 제11대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의 묘인 '희릉'과 인종과 그 비인 인성왕후의 묘를 모셔놓은 '효릉', 그리고 조선 제25대 철종과 철인왕후의 묘인 '예릉'이 함께 있어 이름 붙은 '서삼릉'과 21만평의 초지와 100여 두의 씨 수소를 관리하는 국내 유일의 정액생산 공급기지인 '농협중앙회 젖소개량부' 부지가 나란히 있다.
종마목장 입구를 지나 울창한 가로수들 사이로 150여m 걸어 들어가면 광활하게 펼쳐진 드넓은 초지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순간 형언할 수 없는 벅찬 감동 같은 것이 가슴에서 치밀어 오른다. 어떤 고민거리나 스트레스도 이곳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녹아 없어지겠다 싶을 정도로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한 느낌이다.
초지들 사이로 나 있는 목장길에는 사랑을 속삭이며 산책을 하는 젊은 연인들과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단체로 소풍을 나온 어린이들, 그리고 여학교 동창생인 듯한 중년의 아주머니들이 짝을 이뤄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추억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혹은 더운 날씨를 못 이겨 풀밭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쉼없이 바쁘게 살아왔는지 새삼 한 발짝 물러서서 지나온 삶을 관조해 보는 여유마저 생기게 된다. 이곳에서는 하늘을 나는 새들의 날개짓조차 그리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에는 느릿느릿 초원을 노니는 말들과 그 위를 천천히 날아다니는 까치들의 군무를 감상하며, 생활을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내려 마을버스 1번을 타면 된다-을 이용하거나 비교적 한가한 평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자가용으로 올 경우 강북에서는 구파발을 지나 원당에서 삼송리 검문소에서 좌회전을 하면 농협대학을 지나 종마목장에 이르게 되고,강남에서 출발할 때는 강변북로를 따라 행주산성 입구를 지나 능곡길과 원당길을 이용하면 된다.
원당에 도착해 농협대학 길을 따라 들어가면 종마목장에 다다르게 된다. 문의전화 031)966-2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