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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위
칼바위 ⓒ 이규봉
2005년 5월 7일 오전 5시에 대전을 출발했다. 덕유산휴계소에서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을 먹고 중산리에 도착하여 산행준비를 모두 마치니 오전 8시가 다 되었다. 주차장은 잘 정비되어 있고 주차비도 받지 않았다. 지리산에서 1박을 하는데도 입장료 1600원만 내면 된다고 하니 횡재한 느낌이었다.

40분 정도 올라가니 끝이 뾰족한 칼바위가 주변의 녹음을 둘러싸고 우뚝 솟아 있었다. 10시 반쯤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대피소에는 매점이 있었고 물도 충분히 공급되었다. 법계사와 해발 1700m의 개선문을 지나 천왕봉으로 올라가니 아직도 못다 진 진달래가 가파른 길에 피어 있었고 한 그루의 소나무와 멀리 산 능선에 걸쳐있는 구름은 서로 잘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준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고통을 충분히 보상해줄 만한 경치다.

천왕봉 입구
천왕봉 입구 ⓒ 이규봉
천왕봉 못 미쳐 바위 아래서는 그 전날 비가 와서인지 샘물이 콸콸 솟고 있었다. 천왕봉에 이르니 1시가 되었다. 멀리 구름바다 위에 섬처럼 반야봉의 봉긋 솟은 두 봉우리가 보인다. 천왕봉을 지나 40분 정도 가니 제석봉 고사목 지대가 나온다. 듬성듬성 나 있는 고목이 스산하기만 하다.

이승만 정권 시절 고위공직자가 벌목을 하려다 들통이 나자 증거를 감추기 위해 불을 질렀다 하는데 인간의 욕심이 지리산 꼭대기까지 미치는 것을 보니 서글픈 생각이 든다. 2시 장터목산장에 도착하였다. 1703m의 촛대봉을 지나 세석산장에 도착하니 4시가 다 되었다.

1558m의 칠선봉과 1491m에 있는 선비샘을 거쳐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하니 7시가 되었다. 선비샘에는 물이 넘쳐흘렀다. 벽소령대피소는 물이 귀하여 오직 식수로만 사용할 수 있다. 대피소는 1인당 간격이 한 50cm 정도로 놓여 있으며 건물은 깨끗한 목조였다. 난방시설도 잘 되어 있고 매점시설도 있었다. 하룻밤 숙박비는 7000원이고 담요는 한 장 빌리는데 1000원이다. 식수는 대피소 아래 약 50m 지점에 있는데 그 양이 충분하지 않았다.

고사목
고사목 ⓒ 이규봉
다음날 서둘러 아침을 끝내고 6시 20분에 출발하였다. 연하천 산장에 7시에 도착하고 화개재에 9시에 도착하였다. 화개는 옛날에 경남 하동군 화개면과 전북 남원시 산내면 간 물물교환하던 곳이다.

이곳에 간단한 배낭만 지고 오는 것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무거운 짐을 지고 이곳까지 오르락내리락하였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뱀사골 산장은 화개재 아래 200m 지점에 있다. 화개재를 조금 지나 삼도봉으로 가는 중에 240m의 계단이 있는데 계단이 엄청 많다.

이 계단을 오르는 것은 너무도 힘이 들었다. 경상남도와 전라남북도의 경계가 만나는 삼도봉을 거쳐 노루목에 10시에 도착하였다. 노루목에서 반야봉으로 갈라지며 1km 정도 거리에 반야봉이 있다. 임걸령 샘터에 10시 반쯤 도착하였다. 샘터에는 물이 잘 나오고 있었다.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노고단에 도착하니 11시 40분이고 성삼재에 내려오니 12시 10분이다. 이로써 백두대간의 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새벽녘의 지리산
새벽녘의 지리산 ⓒ 이규봉
등산후기

천왕봉에서 성삼재까지 지리산 종주를 1박2일에 하는 것은 숙련된 자에게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초보자도 충분히 지리산을 종주하며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단 2박3일을 권장한다. 이 구간은 다음을 참고하여 걷기를 권장한다.

숙련자

1일 중산리(8시)-천왕봉(12시)-장터목산장(1시)-세석산장(3시)-벽소령대피소(6시, 숙박)
2일 벽소령(6시)-연하천산장(8시)-화개재(10시)-노고단(12시반)-성삼재(2시)

초보자

1일 중산리(8시)-천왕봉(1시반)-장터목산장(3시)-세석산장(6시, 숙박)
2일 세석산장(7시)-벽소령대피소(11시)-연하천산장(2시)-뱀사골산장(5시, 숙박)
3일 뱀사골산장(7시)-노고단(11시)-성삼재(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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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통해 사회를 분석한 <오지랖 넓은 수학의 여행>, 역사가 담긴 자전거기행문 <미안해요! 베트남>, <체게바를 따라 무작정 쿠바횡단>, <장준하 구국장정6천리 따라 자전거기행> 출간.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 전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 현 배재대 명예교수, 피리와 클라리넷 연주자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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