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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철거 후 거제역사관 건립 운동 벌일 터

경남 거제의 시민단체들이 러일전쟁 기념비 '취도기념탑'을 철거해 거제역사관 건립운동에 나서겠다고 현장 답사를 마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 경남 거제시 사등면 창호리에 위치한 취도기념탑. 멀리 독수리섬이 보인다.
ⓒ 전갑생

▲ 부산일보(일문) 1935년 8월 23일자 '취도기념' 보도기사.
ⓒ 전갑생
거제시민단체연대회의, 민족문제연구소, 경남근현대사연구회, 친일청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6일 오전 11시 20분 독수리 섬(일명 취도, 사등면 창호리 산288번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35년 8월 23일 진해요항사령부가 제작한 일제 잔재인 '취도기념' 탑 철거운동에 나서겠다며 '송진포 일본해전기념비'와 함께 거제역사관 건립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 단체들은 "올해로 러일전쟁으로 인하여, 우리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일본이 을사늑약을 맺어 국가마저 빼앗아간 분통의 역사 100년을 맞았고, 거제는 1893년 일본어민들이 첫 발을 들여놓은 지 112년이고, 일제가 거제도를 침략하여 러일전쟁을 대비하고자 일본 해군기지를 건설한지도 101년"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탑을 철거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취도기념’탑은 일제가 침략전쟁인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미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러일전쟁 당시 일본해군대장인 도고헤이하지로(東鄕平八郞)를 국가영웅으로 부각시켜 놓은 일제의 잔재물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태평양전쟁에 수많은 우리 조선인 청년들을 전쟁터로 끌고 갈 때마다 이 탑 아래에서 승리를 염원하는 행사를 열고, 조선인 학생들이나 전국의 친일유력자들이 일제에 의해 침략전쟁의 정당성을 알리는 장소로도 이용된 곳이 바로 여기 ‘취도기념’탑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치욕스런 상징물인 이 탑을 철거하는 것은 역사적 사명이라고 여기며 분연히 나서게 된 것이다"고 참가 단체들은 강조했다.

참가단체들은 "‘일제강점기 문화 청산 거제범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여론을 모으고 학술토론회 등을 거쳐 철거의 정당성을 확보해, 20만 거제시민과 거제시를 비롯한 각급 관공서, 각종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8월 15일 전후로 완전히 철거하겠다"며 "현 위치에 철거사유를 적은 표지석을 세우고, ‘취도기념비’와 거제시청에 보관된 ‘송진포 일본해 해전연합함대 근거지 기념비’ 등을 모아 거제역사관을 건립하는 운동을 함께 전개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또, 거제시가 철거운동에 끝까지 동참해 줄 것과 각종 지원을 요구했다.

▲ 거제시민단체 등이 섬에 들어가기 전에 선상에서.
ⓒ 전갑생
시민반응, '철거' - '존치' 반응 달라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취도 기념탑' 철거운동 현장 답사에 참여한 경남근현대사연구회 관계자는 "일제의 대륙침략 전쟁인 러일전쟁을 기념하는 기념탑은 당연히 철거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수많은 조선인 청년들과 강제징용자들이 1937년 중일전쟁, 1941년 태평양전쟁으로 끌려갔다. 이에 일제는 송진포 기념비와 취도 기념탑 아래서 전쟁을 선동하고 성전을 다짐했던 치욕스러운 장소였다"고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철거된 비석들은 거제역사관을 건립해 후세에 역사교육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일부에서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상품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문철봉 거제YMCA 사무총장은 "거제시와 긴밀히 협의하여 철거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시민여론 수렴 차원에서 여론조사, 토론회 등을 개최해 8.15 해방 전후로 완전히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부분의 시민들이 일제 잔재물을 철거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념탑 철거운동이 극일 혹은 감정적인 행동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거제역사관을 건립하겠다는 명확한 대안이 있어 한일문제를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해, 일부에서 말하는 '과격한 반일운동'처럼 비추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 일제잔재를 철거한다고 소식을 듣고 부산에서 자녀를 데리고 온 김아무개씨는 "일제의 침략 상징물 기념탑이 남아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며 "그러나 치욕스러운 역사도 역사인 만큼 현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옳다"고 철거를 반대했다.

신현읍 고현리에서 온 한 주부는 "아름다운 진해만과 가조도 등이 잘 보이는 곳에 일제 침략의 상징물인 기념탑을 세웠다는 것은 분노한다"며 "아직도 원상태 그대로 남아 있어 더욱 한심스럽다"고 거제시에 철거를 촉구했다.

▲ 시민단체 회원과 각 언론사 기자들이 취도기념탑을 답사하고 있는 모습.
ⓒ 전갑생
거제시 - '시민단체 여론수렴 지켜보고',
지역 일부인사 - '존치해 일본인 관광유치에 활용하자'


거제시 한 관계자는 시민단체에서 기념탑 철거운동에 나서겠다는 것에 대해 "시민연대측에서 철거하겠다고 나섰으니 일단 지켜보겠다"며 "앞으로 시민단체에서 여론조사나 각양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한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또한 8.15 이전에 철거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현 상태에서 어려울 것이다"며 "충분한 여론수렴이 먼저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거제시장은 최근 "시민단체에서 여론조사나 토론회를 거쳐 거제시민들이 철거하자고 한다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시민과 몇몇 지역인사들은 "현 위치에 그대로 존치하고, 송진포 일본해군 기념비도 복원해 일본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데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이들은 "거제는 경남지역에서 일제잔재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일본인들을 유치해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남근현대사연구회 관계자는 "일제의 침략전쟁에 저항한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을 또 한 번 죽이는 일이다"며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어떤 역사의식을 갖고 말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또한 한 시민단체 간부는 "일제 잔재청산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치욕스러운 역사물을 보존하는 것은 옳으나, 일본인들을 위한 관광 상품 운운하는 것은 일제 강점기 하에서 장사속이나 밝힌 친일자본가들과 무엇이 다르냐"며 비꼬았다.

▲ 1935년 8월 17일 준공되었던 '취도기념'탑.
ⓒ 전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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