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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에 다닌다는 한 여고생이 자유발언대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광경
실업계에 다닌다는 한 여고생이 자유발언대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고 있는 광경 ⓒ 김용한
입시고민과 부담감으로 이미 고인이 된 친구들을 기리는 추모묵념으로 자유발언대는 시작되었다.
입시고민과 부담감으로 이미 고인이 된 친구들을 기리는 추모묵념으로 자유발언대는 시작되었다. ⓒ 김용한
"난 친구를 죽여 시험을 치고, 대학을 가고 싶지 않다. 배틀로얄(입시경쟁을 간접비판한 일본 영화...편집자 주) 따라 하지 말아라. 이것이 현실이다"- '인권나무'에 적힌 글 중에서

15일 대구시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는 '청소년의 집회. 표현의 자유보장을 위한 대구지역 청소년,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렸다.

100여명에 이르는 학생과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치러진 자유발언대는 두발제한에 대한 피켓홍보, 박흥식씨의 노래공연, 두발제한 폐지에 대한 서명활동 순으로 이어졌다.

집회, 표현의 자유를 촉구하는 청소년,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광경
집회, 표현의 자유를 촉구하는 청소년,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광경 ⓒ 김용한
14일 두발제한폐지 거리축제에 이어진 행사여서 그런지 행사가 치러지기 전부터 민주광장 분수대 주변에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교복 차림의 학생과 일반 청소년들이 모여들어 대회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행사 시작 전 미리 나와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 도우미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두발제한폐지를 위한 청소년들의 자유발언대 시간을 알려내느라 부산했다.

몇몇 학생들은 직접 핸드폰을 꺼내 가까운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삼삼오오 모여서 두발제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학생들은 혹시라도 교육청 직원이나 자신이 다니는 학교 선생님에게 발각이라도 될까봐 사방팔방 눈치를 살피기도 했다.

한 여고생이 두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자유낙서판에 적고있다.
한 여고생이 두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자유낙서판에 적고있다. ⓒ 김용한
오후 5시 정각에는 (사)우리세상, 우주인, (사)반딧불이, 대구여성회, 대구참여연대, 대구환경운동연합, 장애인지역공동체 등 29개 단체 공동명의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여러 청소년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최근 교육현장에 자살이 일고, 두발문제로 학생과 교사, 학생과 교육현장이 갈등을 빚고 있는 부분에 책임을 통감하며 학생들마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마저 묶어버리려는 교육당국의 처사에 유감을 표시했다.

한 여학생이 자신의 소망이 담긴 글귀를 인권나무에 붙여주고 있다.
한 여학생이 자신의 소망이 담긴 글귀를 인권나무에 붙여주고 있다. ⓒ 김용한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7일 인터넷상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청소년들의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대구에서는 이 집회가 어른들의 방해로 무산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교육당국의 처사가 매우 비인권적이며 비교육적이다"고 규탄했다.

안미향(청소년교육문화센터 우리세상) 대표는 "우리의 청소년들은 일요일, 야간자습 등으로 휴일도 없는 비인간적인 생활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학생도 인간인데 휴일도 없이 지내고 있다"며 우리 입시교육의 모순을 비판했다.

신영희(대구청소년문화아케이트 우주인) 소장도 "우리의 권리, 청소년들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하고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들으려, 책임지려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권리 찾기를 위해 우리가 할 말은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외국인이 집회에 대해 묻자, 한 청년 도우미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한 외국인이 집회에 대해 묻자, 한 청년 도우미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김용한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면서 참가 청소년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성숙한 시민의식, 교실 밖 수업을 어떻게 배워 가는지 진지하게 그 수업을 지켜보자"며 학생들의 집회와 자유발언에 대해 지나친 간섭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청소년자유발언대 주변에는 사복 차림의 경찰과 교육관계기관에서 나온듯한 사람들이 서성이며 학생들이 발언하는 것을 메모하고 사진을 찍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곧바로 자유발언대 자리가 꾸려졌다. 학생들은 입시와 시험성적에 대한 고민으로 숨져간 학생들의 명복을 빌어주는 묵념을 시작으로 숙연한 가운데 청소년 자유발언대를 열었다.

박흥식씨의 '꺼져' 노래가사에 맞춰 손을들고 "꺼져"를 외치고 있는 참가자들.
박흥식씨의 '꺼져' 노래가사에 맞춰 손을들고 "꺼져"를 외치고 있는 참가자들. ⓒ 김용한
일찍부터 자유발언대를 위해 모여든 학생들은 자유롭게 민주광장 앞에 마련된 '인권나무 키우기'에 자신들의 소망과 입시지옥에 대한 중압감, 내신 반대에 대한 글, 시험에 대한 고민, 두발제한 폐지 글들을 빼곡히 적어 인권 나무를 채워 나갔다.

"학생들 그만 희생합시다. 학생들 대상으로 실험하지 맙시다. 학생들 살려주세요"

"줏대 없는 교육제도 갈 데까지 갔냐. 학주(학생부장 지칭)샘 짜증나요. 두발자유 원해"


참석자들은 함께 노래부르기 시간을 통해 미리 나눠준 "꿈꾸지 않으면"이란 노래말을 음미하고 있는 광경
참석자들은 함께 노래부르기 시간을 통해 미리 나눠준 "꿈꾸지 않으면"이란 노래말을 음미하고 있는 광경 ⓒ 김용한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입시지옥에 대한 부담감,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불만의 볼멘 목소리, 내신제도에 대한 안티 반응 등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표출되었다.

거리에 나와 자신들의 요구와 희망사항을 전하는 자유발언대 시간에 참석한 몇몇 학생들은 절규하듯 두발제한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고, 학교의 숨막히는 체벌과 교육현장에서 표출되는 부정적인 요건들을 세세히 지적하는 세련됨도 보여주었다.

집회 시작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선 한 여학생
집회 시작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선 한 여학생 ⓒ 김용한
한 여고생은 자유발언대에서 "학교에선 시위하면 처벌당한다고 엄포만 놓았는데… 저희에게는 저희의 권리를 표출할 권리가 있듯이 그 누구도 침해할 권리가 없다"고 하였다.

또 다른 학생(고1)도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큰 고통(입시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하면서 "입 다물고 학교만 다니라고 하는데, 옆 짝을 밟고 일어서는 지금의 교육제도를 다시금 생각해 보고,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닌다는 한 여고생은 "비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벌점제도가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며 성적 위주로 치닫는 학교현장의 모습에 불만을 나타냈다.

이날 자유발언대 자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온 박흥식씨는 학생들의 입시지옥, 두발자유, 암울한 교육현실 등을 풍자한 '청소년이 주인이다', '꺼져'라는 노래를 불러 집회에 참석한 청소년들과 시민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박흥식(대학 재학)씨는 "청소년들에 대한 의미 있는 노래를 구상하다보니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헌법에 나타난 표현의 자유, 인권을 무시하는 두발제한은 완전히 사라져야 할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유발언대에 나선 한 여고생이 벌점제도에 따른 부작용을 설명해주고 있다.
자유발언대에 나선 한 여고생이 벌점제도에 따른 부작용을 설명해주고 있다. ⓒ 김용한
대체적으로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대한 불만, 성적에 대한 고민, 학교규정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에 대한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1시간 30분가량 이어진 행사는 자유발언, 인권나무에 생명 불어넣기(자신의 희망 적기), 서명활동 등을 통해 두발제한 폐지 등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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