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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아파트 앞 초등학교에서 '쿵짝 쿵짝'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더니 봄 운동회를 위해서였나보다.

나는 얼른 집 청소를 하고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 돌렸다. 딸아이도 엄마가 외출을 할 거라는 예감을 했는지 자기 옷을 들고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나는 딸아이 옷을 갈아입힌 뒤 서둘러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로 달려갔다.

구름 한점 없는 화창한 날씨에 초등학교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는 너무 경쾌했다.

집 앞 초등학교는 생긴지 3년밖에 안 돼서 그런지 학생은 별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이나 모두 열심히 봄 운동회를 준비한 것 같았다.

운동회는 저학년 학생들의 달리기로 시작했다. 이후 어머니들이 참가하는 '날씬날씬 어머니'라는 코너를 진행했는데 가끔씩 반칙을 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보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마 아이들에게 '경기는 정정당당하게 해야 한다. 반칙은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가르치시던 것을 잠시 잊으셨나보다. 하지만 그 모습이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구경하던 여러 학부형들도 서로 배를 잡고 웃기에 여념이 없었다.

▲ 내가 어렸을 때와 같은 복장 같은 율동의 변함없는 꼭두각시 춤을 추는 아이들.
ⓒ 박지영
어머니들 순서가 끝나고 저학년들의 꼭두각시 춤이 이어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꼬마신랑과 신부는 너무 귀엽고 예뻤다. 내가 어렸을 적 췄던 꼭두각시 춤이 아직도 봄 운동회의 메인 행사라니 감회가 새롭다.

어렸을 적 꼭두각시 춤을 출 때면 남자 아이들과 손잡는 것도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지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아무 거리낌 없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면….

꼭두각시 춤이 끝나자 이번에는 고학년들의 '섹시댄스'가 이어졌다.

▲ 우리 어렸을 적에는 볼 수 없었던 섹시댄스.
ⓒ 박지영
하늘하늘한 천으로 옷을 만들어 방송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춤을 췄는데 그것 또한 너무나 귀엽고 신선했다.

아이들의 댄스에 덩달아 신이 나서 한참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데 고학년들의 달리기가 시작됐다.

▲ 고학년 아이들의 200m달리기.
ⓒ 박지영
저학년 학생들은 100m 달리기를 하는 반면 고학년 학생들은 200m 달리기를 했다. 몇몇 빨리 달리는 아이들의 달리기 실력에 놀라 넋 놓고 바라보다 1, 2등에게만 찍어주는 손도장을 목격했다.

▲ 나는 한번도 받지 못했던 1등 손도장.
ⓒ 박지영
나는 "이야! 저거 아직까지도 찍어주네~"라며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 1등 손도장을 찍은 한 여학생의 양해를 얻어 여학생의 손을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손도장에 찍힌 1등 2등 모양의 도장은 어렸을 적 운동회 때 찍어주던 도장과 너무 흡사했다.

나는 문득 달리기에 영 소질이 없어 항상 꼴찌만 해 도장 받은 아이들을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났다. 지금 운동회가 그 때와 다른 점은 꼴등으로 들어온 아이들에게도 모두 손도장을 찍어준다는 것이다.

운동회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반가운 물건을 하나 만났다.

▲ 물총, 아이스크림콘 장난감, 색색으로 이루어진 예쁜 나팔, 여러가지 추억의 장난감들이 보입니다.
ⓒ 박지영
운동회나 소풍 때마다 어떻게 알고 오는지 정말 궁금하기만 했던 장난감 파는 아저씨다. 뭐가 있나 싶어 들여다보니 내가 어렸을 적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부터 지금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까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물총, 입으로 불면 소리가 나며 길게 늘어지는 장난감,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생겨 버튼을 누르면 실이 달린 아이스크림이 앞으로 나가는 장난감까지….

어렸을 적 운동회가 더욱 신났던 이유는 엄마가 아침에 두 손에 쥐어준 용돈으로 이런 장난감과 맛난 아이스크림을 사먹어서가 아닐까.

나는 신나게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딸내미에게 인심 쓰듯이 3천원짜리 풍선을 하나 사주었다. 엄마가 오늘 하루 추억에 잠기며 즐거웠던 만큼 딸아이도 풍선 하나에 즐거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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