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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60주년을 맞아 경남 거제시가 거제지역시민단체와 함께 8.15를 기점으로, 을사늑약의 원인으로 자리 잡은 러일전쟁 전승기념탑 철거운동 벌이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는 16일 오전10시 거제시민단체연대회의 소속 시민단체 회원,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청산시민연대(준), 경남근현대사연구회 등 40여명은 경남 거제시 사등면 가조도 옆 취도에 1935년 8월 23일 진해요항사령부(지금으로 해군사령부)와 일본 정부가 세운 러일전쟁 기념비 '취도기념'탑을 답사하고 철거운동 선언 기자회견을 갖는다.

또한 거제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가칭 '일제강점기 문화청산 거제범시민위원회'를 구성해 해방절 이전에 철거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범시민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 거제시민단체와 거제시가 러일전쟁기념탑을 철거하기로 했다. 사진은 현재 취도 무인도에 남아 있는 '취도기념'탑.
ⓒ 전갑생
거제시, '철거운동에 동참'

이번 러일전쟁 기념탑 철거운동에 거제시가 적극적으로 동참의사를 밝혔다. 최근 진주시 진주성 의기사에 있는 친일화가 김은호의 '논개영정' 철거 사례처럼 친일잔재청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진주시와 달리 김한겸 거제시장(한나라당 소속)은 "일제잔재 청산은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일이다"며 "여론조사나 공청회 등을 개최해 모든 시민들이 원한다면 함께 동참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시장은 "올바른 한일관계 정립을 위해서라도 너무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러일전쟁 기념탑을 철거해 모든 시민과 국민들이 일제 침략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거제역사관을 건립해 역사교육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거제시가 주도하는 것보다 시민단체나 사회단체 등이 앞장서 나선다면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거제시민단체연대회의는 "거제시가 친일잔재 청산에 동참하겠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며 "우리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임과 동시에 거제시의 역사를 다시금 정립하는 좋은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문봉철 거제YMCA 사무총장은 "일제 잔재물을 무조건 폭파하거나 청산한다고 한일관계가 바로 서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후세들이 기억하고 바로 배울 수 있는 역사교육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거제시에 보관돼 있는 러일전쟁 기념비. 1931년 5월 거제 등 친일유력자들이 성금으로 제작된 비다.
ⓒ 전갑생
거제시민단체, '친일잔재 청산에 나설 터'

앞으로 러일전쟁 기념탑 철거운동은 5월 중 거제시민·노동·사회단체 및 거제시,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가칭 '일제강점기 문화청산 범시민위원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6월초 일제강점기 문화청산위원회 출범 및 학술심포지엄 개최, 7월 중 '취도기념'탑 철거 준비단 구성 및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이루어진다.

또한 러일전쟁 기념탑 철거 비용에 대해 거제시민단체연대회의는 "거제시와 거제시민 성금을 모금해 충당할 것이다"며 "어느 때보다 거제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번 16일 현지답사에 거제시가 선박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러일전쟁 '전승기념비'는 1931년 5월 27일 일본정부 주도로 거제·통영 친일유력자들이 성금으로 제작된 '송진포 일본해 해전기념비'와 1935년 8월 23일 진해 해군요항사령부가 주도해 제작된 '취도기념'탑 등 2기가 남아 있다.

송진포 일본해 해전기념비와 취도기념탑

송진포 일본해 해전기념비는 1931년 5월 27일 송진포 일본해 해전연합함대 근거지 기념비 건설회가 통영군수(일본인)를 회장으로 송병문(宋秉文, 통영 지주) 부회장, 상임위원 김종원(金宗元, 南鮮海産物 이사)·김기정(金淇正)·지익강(池翼江, 이운면장)·김기옥(金基玉, 장목면장), 김재균(金才均, 통영면 대표자), 양필(梁弼, 사등면 대표자), 조병륜(曺秉輪, 사등면장) 등이 임원으로 참여해 건설기금 4천원을 모아 부산죽본조에 의해 제작됐다.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마을주민들에 의해 파괴돼 거제시 장목면 소재 파출소 계단으로 이용되다가, 1980년 거제경찰서로 옮기던 중 일부 파손되어 현재 거제시청에서 보관하고 있다. 이 비는 러일전쟁 당시 해군제독인 도고헤이하지로(東鄕平八浪)의 친필로 제작된 것. / 전갑생

취도기념탑1935년 8월 23일 진해해군요항사령부가 주도해 부산 죽본조(竹本組, 일본인 회사, 송진포 기념비 건립 업체)에 의해 제작됐다. 주요 내용은 1905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 동양함대 '마카로호'가 함대 37척과 3천명의 병사가 도고헤이하찌로의 일본해군 공격에 전멸당한 것을 기록했다.

1935년 8월 23일 사등면 취도에서 열린 "취도기념비" 준공식에 진해만요항부사령관 소림(小林)중장 이하 각 장교들, 요항부 사령관, 진해읍장, 마산, 통영주군분대장, 통영군수, 통영읍장, 거제경찰서장, 통영서장, 조병륜(曺秉輪) 사등면장 등이 참석했다. / 전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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